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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헌 회화전
기타 마감

2005-07-13 ~ 2005-07-19




나는 회화에서 내면적 정서를 다루는 작업을 진행해 왔다. 시적이거나 서정적인 형식으로써 정신을 표현하는 작업은, 오늘날 영화나 음악 내지는 문학예술에서 여전히 유효한 반면, 미술에서는 너무나 위축된 것 같다. 형식에 있어서는, 나는 캔버스와 유화물감이라는 재료가 도리어 오늘날의 정서를 표현하는데 적합하다고 느꼈다. 나는 평면회화의 형식으로, 오래된 재료를 사용하여 오늘의 세계를 표현해 보고 싶었다. 과다한 표현방식과 개념 유희가 난무하는 오늘날, 진정으로 새로운 것은 진정으로 낡은 것에서만 구축될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와 똑같이, 나는 회화가 잊고 있던 조형적 아름다움과 시각적 장엄함을 다시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름다움은 미술의 권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의 작업에서 표현되고 있는 것들은 개념적으로 설명되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 정서와 직관적 감정표현으로 이야기하는 모든 회화와 음악과 시가 그렇듯이, 그것은 표현하고 있는 매체 자체에서 적절한 방법으로 드러나야만 한다. 다시 말해 나는 가슴으로 느끼는 회화를 추구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형식에 있어서는 언급되어야 할 점이 있다. 나는 작은 반점으로 이루어져 거대한 하나를 구축하는, 그리하여 전체적으로 장엄한 한 덩어리로 들이닥치는 미감을 추구해 왔다. 대작일수록 그러한 미감을 의도적으로 추구한 점이 있고 앞으로도 그에 관한 천착은 계속될 것이다.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 형식에 있어 사진이나 영상 등과 구분되는 회화만의 감동은, 조형예술만의 기념비적 장엄함에서 온다고 본다. 내면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일화적인 정경들을 다룬 작업에서는, 그러한 조형적 장엄함의 형식을 상대적으로 덜 개입시켰다. 이 작업들에는 세계에 관한 서정적 시선과, 시적 정서를 통한 직관적인 방법으로 사상을 표현하는 회화에 대한 노력이 담겨 있다.







회화에서 내가 추구해온 것은 근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오늘날의 미술에서, 인간의 내면에 하나의 정서를 호소하는 예술, 불변하는 음악이나 영화처럼 카타르시스를 주는 예술, 만드는 사람과 보는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삶의 진실을 통찰하며 위안을 주는, 일종의 기능성을 변함없이 지니는 예술, 그러면서도 새롭게 이 시대를 이야기하는 예술을, 그 예술로서의 회화를 원했다. 대규모의 조형적 형식미를 짜넣은 작품에서도, 작은 작품에서도 내가 추구하는 기본적인 점은 그와 마찬가지이다.


나의 작품들의 전시에는 특별한 기획이 필요치 않으며, 과다하게 기획성이 부여된 전시에서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작품들이 하나의 분위기와 이미지에 서로 조응하며, 공간 자체가 전체로써 큰 주제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회화만이 제시할 수 있는 조형성이나 기념비적인 장엄함의 형식은, 정교하게 배치된 일종의 설치작품으로 기능할 때 극대화될 수 있으며, 관객이 그 안으로 걸어들어가는 체험, 공간에 넘실거리는 주제와 교감할 수 있는 체험은 오늘날의 기획된 회화전만이 줄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작은환상」이라는 기획은, 현재의 나의 작업이 진전되고 있는 방향에서 유추될 수 있었다. 내 작업들이 지니는 근본적인 성질은 추후에도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되지만, 현재 그것이 진행되는 양상에서 보다 환상적이며 보다 서정적인 형태를 띠게 되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계에 관한 이미지, 세계와 그 세계속의 인간에 관한 상념과 고민이 담기게 될 것이며, 주제가 된 ‘환상’이라는 개념에서 이 시대의 불가해함과 피폐함, 경직된 현실의 건설적인 돌파구로서 정신의 자유에 관해 노래하게 될 것이다. 

- 우창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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