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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비통의 힘 혹은 사진의 힘 - 고영애
사진

문의요망

마감

2007-09-19 ~ 2007-10-02


루이비통의 힘 혹은 사진의 힘


고 영애의 사진들은, 일별할 때, 특별하지 않다. 평범하다. 이 평범함은 무엇보다 고 영애의 사진을 구성하는 두 가지 친숙성의 코드 때문이다.

고 영애의 사진들은 세계적인 명품 기업 루이비통을 오브제로 삼는다.

세계 유행의 본산지인 파리와 뉴욕은 물론 동경과 방콕 그리고 서울에 이르기까지 사진 프레임 안에는 전통과 현대성, 세련미와 귀족성의 아우라를 지닌 루이비통 토털 패션의 백화점 혹은 매장의 모습들이 들어 있다.

반드시 명품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도 루이비통이라는 브랜드가 소비경제화 된 일상 안에서 보편적 아이콘이라는 점에서 그 사진 오브제는 보는 이에게 친숙함의 코드로 다가온다. 오브제와 더불어 고 영애의 사진이 제공하는 또 하나의 친숙성의 코드는 그 오브제를 이미지로 드러내는 표현 방식에서 온다. 세계 곳곳의 도시 풍경을 배경으로 포착되는 루이비통 매장들은 그 외양이 다양해도 그것들을 이미지로 바꾸는 사진적 표현방식 (정면 촬영법과 브랜드 로고에의 집중)은 평범한데 이 평범함은 사진을 보는 이들에게 분류의 자유를 허락한다.

우리는 저마다의 시각적 기호에 따라서 고 영애의 사진들을 자의적으로 특별한 사진의 한 장르에 소속 시킬 수가 있다. 예컨대 그녀의 이미지들은 대도시 풍경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풍경 사진이기도 하고 루이비통 특유의 건축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건축 사진이기도 하다. 또한 사진 이미지들이 심미적 분위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파인 아트이며 루이비통의 브랜드 로고를 집중적으로 조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업 광고 사진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브제와 표현 방식의 평범함을 통해서 보는 이에게 낯설음 없이 다가서는 고 영애의 사진들이 정말 평범하기만 한 것일까? 아니면 역설적으로 그 특별하지 않음이 어떤 특별함을 지니는 것일까만일 그렇다면 그 특별하지 않음의 특별함은 고 영애의 사진들 속에서 어떤 메시지를 읽게 만드는 것일까? 고 영애의 사진을 이해하는 일은 이 평범함의 코드들 속에 들어 있는 평범하지 않음의 메시지를 독해하는 일일 것이다. ……… (중략)


사물 이미지들과의 교감 경험을 통해서 고 영애의 사진 공간은 더 이상 루이비통이라는 국제적 패션 기업의 신화적 공간이 아니라 저마다 고유하게 사물들과 만나는 사진적 지각의 공간이 된다. 그리고 그 지각 공간 안에서 우리가 해후하게 되는 건 루이비통의 얼굴을 닮아버린 자본주의적 욕망이 아니라 그 욕망의 그림자 밑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저마다 고유한 욕망의 얼굴이다. 우리가 고 영애의 평범한 사진들 앞에서 걸음을 멈추게 되는 건 무엇보다 이 평범하지 않은 욕망과의 특별한 만남 때문일 것이다.  //   진영 (예술비평)



전시 일정 : 2007.09.19 – 10.02. 가나아트스페이스 3(종로구 관훈동 119번지) 02-725-9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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