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을 마감하는 이때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에서는 시대적 분위기와 최근 미술계의 트랜드를 다루는 아주 특별한 기획전을 마련하였다.
TV, 영화, 인터넷을 점령하다시피 한 패러디문화와 우리시대의 왜곡된 소비형태인 명품열풍, 그와 동반된 짝퉁천국인 우리시대의 문화와 소비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최근 미술계 또한 차용과 패러디가 대유행이다. 특히 팝 아트나 극사실주의 경향으로 그려진 유명인의 초상화와 명화를 차용하여 재구성하는 작품, 명품이나 기업의 상표를 차용하는 작품들이 미술품 경매시장과 아트페어의 활성화에 힘입어 유례없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참고로 이번전시의 출품작가들은 소위 블루칩이라 일컬어지는 작가들이 대거 참가하고 있는데, 그 중 참여작가 김동유의 경우 해외경매시장에서 2006년 3억 2천만원(마를린 먼로) 2008년 5억 7천만원(마오 주석-마를린 먼로)에 낙찰되는 등 현존 국내작가 중 최고가로 거래되고 있다.
미술사에서 명작으로 손꼽히는 작품들 중 상당수는 과거 거장들의 작품을 모사하고 인용하고 재해석하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현대미술가들은 더욱 적극적인 차용과 패러디를 통해 기존작품에 대한 경외심을 표현하거나 사회와 미술계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낸다. 특히 뒤샹이 위대한 예술품 ' 모나리자' 에 낙서하듯 수염을 그려 넣은 혁명적인 사건 이후, 미술가들은 작품을 구상하거나 창의력을 동원하는 대신 단지 선택만 하면 되는 단초를 제공받았다. *이러한 연유로 이번 전시타이틀은 뒤샹의 작품을 차용하여 “모나리자의 콧수염”이라 정하였다.
이제 현대미술에 있어서 차용과 변용, 재해석은 미술의 가장 중요하고 주된 전략이자 유행하는 창작트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술사에서 명화의 재발견은 마치 신재생에너지의 발견과 비견될만하다. 그러나 창의적인 재해석을 일궈내는 작가가 있는 반면, 자신의 사상과 철학 즉 미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새로운 재료나 기법만으로 명화와 유사한 이미지만을 재생산해는 작품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현상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명화나 기성품을 모방하되 작가의 창조성과 비판의식을 발휘해 새로운 시각으로 원작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던 새로운 언어를 창출해 냈을 때만이 그것들은 정당성을 인정받고 예술작품으로서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
이번 전시 또한 그러한 맥락에서 명화와 명품, 그리고 스타에 열광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이해와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고, 이러한 사회적 현상을 반영하고 있는 미술계의 흐름을 파악해 보는 기회로 삼고자 마련되었다. 나아가 예술품에 있어서 차용과 패러디에 관한 올바른 예시와 방향성 제시를 목표로 삼는다.
전시는 ‘명화의 재발견’, ‘명품 & 짝퉁’, ‘스타 메이킹’이라는 주제로 묶어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즉, 명화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원본이 지닌 의미를 탐구하고 재해석해 보는 작품군과 명품이나 기업의 상표를 이용하여 물질만능주의의 현대사회의 병폐를 꼬집는 작품군, 마지막으로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사랑과 관심을 받는 유명인을 독창적 조형어법이나 재료를 사용하여 새로운 스타로 탄생시킨 초상화군으로 나눌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명화, 명품, 스타의 예측불허의 변신을 통해 그것들이 지녔던 본래의 의미와 가치, 그리고 작가에 의해 어떤 각색의 과정을 거쳤는지, 어떠한 새로운 생명력을 획득했는지를 비교해보는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