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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ITCH - 이주연展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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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2013-07-03 ~ 2013-07-09


전시행사 홈페이지
www.gallerydos.com

『 THE STITCH - 이주연展 』

Lee Juyoun Solo Exhibition :: Stitch




▲ 이주연, 쌓여도 쌓여도, Machine-Stitch on Urethane, 127x73cm, 2012




전시작가 이주연(Lee Juyoun)
전시일정 2013. 07. 03 ~ 2013. 07. 09
관람시간 Open 10:00 ~ Close 19:00
∽ ∥ ∽
갤러리 도스(Gallery DOS)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T. 02-737-4678
www.gallerydos.com


켜켜이 쌓인 책들의 증언

갤러리 도스

인간의 삶에 있어 책은 지식을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존재해왔다. 책이란 우리에게 의심할 바 없는 지식의 상징이며 그렇기 때문에 아름다운 가치를 지닌다. 종이와 잉크 등의 특별하지 않은 물질들로 구성되어있지만 그것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란 무궁무진한 것이다. 이주연에게 책은 익숙한 일상의 오브제(Objet)이면서도 시공간이 축적된 무한한 상징물이다. 책에는 상품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시간이 있으며 책 안의 줄거리가 지닌 시간, 그리고 누군가 책을 읽을 때 페이지의 넘김에 따른 실제의 시간이 병행하며 흘러간다. 한 권, 두 권 방 한 편에 쌓여져 과거형이 되어버린 책들은 곧 개인의 역사가 된다. 이처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친숙한 풍경들은 작가에 의해 포착되고 현재형이 되어 작품으로써 재탄생한다. 복합적인 금속재질의 바탕 위에 재봉틀을 이용한 자유로운 바늘땀들은 어느덧 이렇게 켜켜이 중첩된 시간 사이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것이다.



▲ 이주연, 내가 보인다 I, Machine-Stitch on Polyethylene, 116.8x91cm, 2012


전시장 안에는 금은 빛깔의 책들이 가득하다. 이주연은 이어질 듯, 끊어질 듯, 혹은 무너질 듯 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책이 가진 구조적 특징을 바탕으로 새로운 풍경을 구축한다. 화면 안에서 쌓여져 있거나 나열되어 있는 책들의 집합은 낱권이 가질 수 없는 시각적인 긴장감을 더한다. 또한 글씨라는 책의 자연스러운 구성요소를 모두 지움으로써 단어로 인한 특정 사상이 개입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물론 책이 놓여있는 상황이나 배경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도 무시된다. 어떠한 추측도 할 수 없는 화면 안에서 검은 색의 실선으로 포개진 책의 형상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작가는 책이 가진 본래의 기능이나 물질성을 떠나 드로잉이 만들어낸 선적인 실루엣만 남김으로써 순수한 조형성, 그 자체에 더 비중을 두고자 한다. 작품 속의 책은 실제크기보다 확대되어 있으며 이로 인해 단순한 사물의 차원을 넘어 하나의 상징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작가만의 적극적인 연출방식은 인간내면의 깊숙이 잠재되어 있는 책에 대한 감성을 효과적으로 끌어내고 있다.



▲ 이주연, 내가 보인다 II, Machine-Stitch on Polyethylene, 116.8x91cm, 2012


이주연은 실제 집에서 관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책의 상태를 관찰하고 드로잉한다. 그리고 그것을 다시 머신 스티치(Machine stitch)로 따라 그려나간다. 작가에게 머신 스티치(Machine stitch)는 의식을 배제한 채 바탕을 뚫고 들어가는 손의 촉각적인 느낌에 충실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기법이다. 선들의 호흡은 재봉틀의 압력과 바늘땀의 간격으로 이미지화된다. 작 고 재료가 가진 고유한 성질에 집중하고자 한다. 여기서 특이점은 금속성의 폴리에틸렌수지 필름과 가는 기법적인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 화면 내에서 색의 요소는 절제하 폴리우레탄 비닐을 결합한 바탕재를 개발하여 작가만의 언어로 사용한다는 것이다. 천이 가진 유연성을 폴리에틸렌수지 필름에 보완하기 위해 폴리우레탄 비닐을 겉에 씌움으로써 머신 스티치(Machine stitch)를 적용하기 위한 내구성을 확보한 것이다. 차가운 표면 위를 깊게 파고 지나가는 바늘땀들과 그로 인한 구김들은 실이 주는 포근한 느낌과 대조된다. 작가가 의도한 재료들의 어색한 만남은 오히려 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드로잉에 순수하게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검은 색의 실만 고집하여 사용하는 작업의 일관성은 외형적으로는 전통적인 드로잉의 모습과 닮아있다. 하지만 손의 감각으로 직접 전달하기 보다는 재봉틀이라는 매개체를 두고 대상을 표현한다는 점, 그리고 현대적인 재료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고민은 드로잉에 대한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것이다.



▲ 이주연, 들을 준비를 한다, Machine-Stitch on Urethane, 127x7.3cm, 2012


작가는 머신스티치(Machine stitch)를 이용한 드로잉으로 책의 형태를 옮기는 과정을 선택하고 책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해방시킨다. 텍스트를 배제하고 질감을 이질화시킴으로써 낯선 사물로서의 새로운 가치를 부여한다. 작가에게 알게 모르게 수집된 책들은 곧 자기 자신의 역사가 내민 증거이며 삶의 반영이다. 실로 겹겹이 이루어진 책들의 집약 속에는 상호작용 속에서 체험된 많은 시공간의 구조들이 녹아들어 있는 것이다. 이처럼 드로잉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중첩된 시간성은 책이 가진 다중적인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한다. 작가는 이를 고정된 본인의 시각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상을 통해 보는 이들 저마다의 책이 가진 이미지를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것이다.


● 작가 약력

이주연(Lee Juyoun)

2013 이화여자대학교 일반대학원 섬유예술전공 졸업
2006 이화여자대학교 조형예술대학 섬유예술학과 졸업

개인전
2013 ‘THE STITCH’, 갤러리 도스, 서울

단체전
2006 ‘2006 이화섬유조형전’, 서울시립미술관 경희궁 분관, 서울
2013 ‘2013 -청년작가전’, 평화화랑,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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