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갑배 봄 개인전
고택에서 하루_130x76cm_oil on canvas_2014
가나아트스페이스 1층
2014. 5. 7(수) ▶ 2014. 5. 12(월)
Opening 2014. 5. 7(수) pm5.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6 | T.02-734-1333
www.ganaartspace.com
생동의 봄1_130x76cm_oil on canvas_2014
임의 접근 random access
박화영
작가의 생존 공간은 새로 발견하고 새로 만드는 곳에 있다.
새로운 회화론에 대한 전갑배의 천착은 창작의 일관된 추진 동력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이십여 년 구례에서 하동, 화개까지 지리산의 이쪽과 저쪽을 다녔던 궤적을 풍경으로 담아냈다. 일관된 주제로 수렴되기에는 상이한 단속적인 작품들이다.
크게 나눠 보자면 집터 등을 그린 것과 나머지 작품들이다.
지난 전시에서 보여준 시도는 풍경에서 보다 더 단단해졌으며 또 다른 시도가 싹트는 분기점도 엿볼 수 있다. 그 새로운 분기점을 살펴보자.
풍경에서 절제된 시각적 단서만 던지고 선명한 서사를 전혀 개입시키지 않는 점이고
주관적으로 변형시킨 사물을 그리되 해석의 지평을 열어두는 점이다.
그는 경험 속에서 가져온 이미지를 재구성하고, 실재를 조형하여 허구를 빚는 지점을 드러내지만 어떤 의미나 이야기를 발화하지 않는다. 표현과 묘사조차 절제시켜서
미적 관조의 세계를 그리는 것 같은데 이 전략은 우리의 상상력을 끝없는 미궁으로 유도한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저절로 잠재된 기억속의 공간이 부유하게 되는 것이다.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로이며 동시에 무한 확장되어서 그 안은 보이지 않는 기호와 열망으로 가득 차오른다.
우리는 무수히 다 다른 기억들에 랜덤 액서스하면서 작가의 경험은 우리에게로 전이된다. 봄날 잠시 피어나는 아지랑이, 꽃망울이 열리던 날, 옛집 마당의 햇볕과 고즈넉함, 꾸덕꾸덕 신발에 들러붙는 황토 길, 그리고 고라니, 토끼, 씀바귀, 개똥쑥까지 먼먼 시간과 장소로 달려가서 새삼 자연에 몸을 엮는 이야기를 피워 올리게 된다. 그림은 애초에 삶의 여러 영역과 경계 없이 넘나들 수 있는 하나의 장소가 아니던가. 그의 풍경은 관객을 향해 활짝 열린 곳이며 분리된 실체가 아니라 관계맺음의 자리가 된다.
동심_130x93cm_oil on canvas_2014
섬진강의 봄_90x73cm_oil on canvas_2014
벤야민에 따르면 이야기꾼은 자신이 하는 이야기를 경험에서 빌려와서 그것을 듣는 사람들의 경험으로 만들어 무한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도록’ 한다고 한다. 전갑배의 풍경은 침묵으로 세상 도처에 존재하는 무수한 익명들의 경험과 공명共鳴한다.
감상자의 임의 접근이 가능한 지점, 리얼리티의 증강현실을 구축해내는 지점, 한 뼘의 땅만큼 절묘한 그 지점을 전갑배의 이번 풍경에서 찾은 것 같다.
작가는 누에가 고치를 잣듯이 반복하면서 허물을 벗는다. 시계추는 쉼 없이 왔던 자리로 되돌아가며 본래의 자리를 무수히 스쳐 지나가는 듯 보이나 시간의 결들이 쌓임으로써 본래의 자리는 겹침과 환원이라는 공시성의 시간이 된다. 작품에서 반복되어지는 우화성寓話性은 먼저와 나중의 시간을 만드는 선의 속도감에서 탈피脫皮하는 듯 보인다. 이전 작업의 반복, 변형으로 보이는 < 숲에서> , < 생동의 봄> , < 동심> 등의 작품에서 사물은 유쾌한 방점을 찍는 듯, 휘몰아 한데 어우러지며 마치 한판 춤사위를 보는 듯 변모를 일으킨다. 천 갈래의 소리를 일으키며 춤이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마당넓은 집_130x76cm_oil on canvas_2014
동백_90x60cm_oil on canvas_2014
작품의 평가는 주관적 기호에 훨씬 의존하고 있어서 객관적으로 반증하기 어려운 발언이다. 일말의 역할이 있다면 감상자에게 자기 판단을 살찌우도록 임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번 전시에서 새롭게 보이는 몇몇의 시도들에 확실한 마침표가 찍히기엔 아직은 섣부를 수 있다. 작가가 안과 밖을 경계 짓는 문에 짐짓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말을 아껴야 하는 게 아닐까. 생뚱맞게 먼저 나서서 “동대문이요, 남대문이요.” 할 수는 없는 게 아닌가.
글쓰기가 쉽지 않았다.
전시될 그림을 처음 보고 온 날 이후 글을 써보려고 뒤척이며 보내는 동안 그림 속의 노란색이 눈앞에 떠올라 내내 함께 있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어느 덧 “우리는 모두 자연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편안하게 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 이거야말로 와유 臥遊 아닌가.
그는 여전히 한국적 미감의 본질을 성찰하게 한다.
봄으로 성큼 들어섰다. 뭇 생명들이 순하게 하나 되는 때, 봄. 봄.
산수유 마을_90x73cm_oil on canvas_2014
■ 전갑배는 경남 김해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디자인과 그림을 전공하였습니다.
개인전, 협회전, 그룹전을 통해 그동안 그가 추구하여온 그림세계는 우리의 전통과 문화, 자연으로의 회귀에 바탕을 두고 있는 작품들로 작품의 주제와 저변은 항상 한국적인 조형성, 토속성을 깔고 있으며 현재의 작품에서도 일관성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갑배가 독특하게 구축한 이러한 개인적인 이미지는 한국의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무속신화 " 당금애기, 바리데기" 를 국,영문 책으로 출판하여 우리문화의 세계화의 시도하였으며, 여러차례의 개인전, 출판, 광고, 벽화, 인터넷 등 다양한 장르에서 많은 이미지를 꾸준히 발표하였습니다 현재는 서울시립대학교 디자인 전문대학원 교수로 학생들에게 그림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 http://vd.uos.ac.kr/~koreaimage/
이메일 | gbch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