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있어 시각의 문제는 곧 우리를 둘러싼 현실의 모습을 어떻게 인식하고 해석하느냐의 문제이다. 진위여부를 판가름할 수 없는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즉, 더 이상 내 눈을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본다는 것”의 의미를 파헤치는 것은 이미 실존적인 차원에서 불가피한 선택이 되었다. 시각의 문제는 현실 인식의 문제로 이어지고, 이는 곧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태도와 연관되기 때문이다.
전시는 이러한 맥락에서, 보는 것의 의미를 파헤치는 동시대 사진의 몇 가지 경향들을 소개한다. 이러한 사진들은 시각의 불완전성을 담보로 보이는 장면의 실재성에 의문을 던지는가 하면, 육안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 카메라의 렌즈를 통해 드러나는 현실의 기이한 모습을 포착하기도 한다. 또한, 시각 경험의 한계를 넘어서, 체험과 상상의 영역을 가시화하려는 시도들도 나타난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은 공통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가시적 현실과 우리가 느끼고 경험하는 실재 사이의 간극을 가리키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간극을 좁히거나 뛰어넘으려고 하기보다는 그 존재를 담담하게 드러냄으로써 우리 삶의 필연적인 일부로 수용하고자 하는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