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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직선이 주는 간결함의 미학

2014-11-07


20세기를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작가 도날드 저드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다. 10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도날드 저드 개인전은 70년대에서 90년대 초에 이르는 그의 입체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는 첫 번째 개인전이다. 직선이 주는 간결함을 통해 우리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배열된 작품의 구조적 특징들을 만나볼 수 있다.

에디터 | 박유리(yrpark@jungle.co.kr)
자료제공 | 국제갤러리

전시장에 들어서면, 일정한 간격으로 진열된 사각형 모양의 작품들을 마주하게 된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해 보이는 이 작품들에서 우리는 불필요한 요소를 찾아볼 수 없는, 극도로 정제된 작가의 작업방식과 정점에 달한 심플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 사각형은 물론 보자마자 무슨 모양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해석할 여지가 없는 도형이다. 작품을 관람하는 이들이 보이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작업. 작가는 사각형이 주는 직관을 선호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1994년 타계하기까지, 도날드 저드는 재료 및 기술로부터 형태, 반복과 색채에 이르기까지 오브제 제작의 모든 측면이 엄격하게 탐구돼 명확하게 표현된 ‘특정한 사물(Specific object)’의 중요성을 강조한 작가 중 하나로, 측정 가능한 범위를 바탕으로 치밀한 작업 끝에 극도의 심플함을 살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특정한 사물은 1965년에 그가 발표한 에세이에 처음 등장한 용어로 그의 작품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구조적 특성과 풍부한 표면 품질을 위해 합판이나 철강, 콘크리트, 플렉시 글라스, 알루미늄 등 산업자재를 사용한 작가는 나아가 완벽하고 세련된 오브제를 만들기 위해 전문 제작자들의 조언과 함께 그들이 다루는 재료들을 활용했다. 이는 곧, 작가가 오브제의 볼륨과 표면 및 내•외부 공간 모두 특정한 사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조화를 이루면서도 상징적인 추론에 의해 변하지 않는 작업방식을 가질 수 있게 했다.

‘미니멀리스트’ ‘미니멀리즘의 대표주자’로 알려진 도날드 저드이지만, 정작 작가 본인은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를 지나치게 일반적이고, 자신의 철학에 대한 오해를 낳고 있다는 이유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번 전시 차 내한한 도날드 저드의 아들 플래빈 저드 도날드 저드 재단 이사장 역시 “아버지는 미니멀리스트가 아닌, 삶과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조화를 중요하게 생각한 맥시멀리스트”라 말하며 미니멀리스트로 한정된 작가의 다른 성향을 대변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국제갤러리 2관과 3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둘로 나눠진 알루미늄 튜브가 얹혀진 빨간 상자 형태를 띤 1991년 작품과 대형 합판으로 제작한 직사각형 모양의 바닥에 놓는 조각으로 1968년 오리지널 작업을 리메이크한 1988년 작품, 투명한 보라색으로 도금 처리한 6.5m의 길이의 알루미늄으로 만든 1970년대 작품, 빨간색과 검정색, 청록색과 파란색, 모두 검정색인 3개의 스위스 박스(Swiss boxes) 등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제작됐던 작가의 총 14점의 작품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혼잡하고, 불필요한 요소들이 곳곳에 만연한 요즘이다. 일상에 벗어나 그 어떤 해석도 필요 없이 보이는 그대로 이해할 수 있는, 극도의 심플함이 전달하는 긍정적인 자극을 본 전시를 통해 확인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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