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부살인교육원. 한 학생이 살인을 배워보겠다고 연수반에 들어온다. 그러나 학생이라곤 딸랑 한 명. 담임선생님은 다양한 창조적인 살인기법으로 올해의 킬러상을 여러 차례 수상하며 살인 장르에 혁신을 일으켰던 킬러. 불광동 쓰메끼리 도끼 살인사건, 몸부림 카바레 복부인 납치 생매장 사건의 주인공인 선생님을 평소 존경해왔던 학생은 살인의 know-how를 배워나가는데……
작년 희곡작가협회에서 주관한 ‘창작마을 단막극제'에서 연출상과 작품상을 받았던 <살인교습>이 <굿킬(Good kill)>로 다시 태어났다. <갑옷을 입은 투란도트>, <암흑영웅 전설전>처럼 선 굵은 작품을 주로 써오던 차근호 작가치고는 꽤 유머러스해졌다. 킬러를 내세워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연극계 현실을 비판하는 알레고리 또한 독특하다. 작년 <살인교습>이 창작극을 외면하고 번안극만 선호하는 세태를 풍자했다면, 이번 작품엔 ‘미스김'을 새로 등장시켜 스승과 제자의 대결 구도를 삽입했다.
<굿킬>에서 주목할 점 또 하나. 극작가 선욱현이 선생 役으로 분한다. 평소 샘 쉐퍼드를 존경한다고 밝혀왔던 그는 <고추 말리기>, <의자는 잘못 없다> 등으로 극작가로 입지를 굳혔으나 꾸준히 배우 활동도 해 왔다. <굿킬>이 노-캐런티 임에도 불구하고, 선생 役에 매력을 느껴 덜컥 출연하겠다고 허락했다는 후문과 함께 한국희곡작가협회를 비유한 한국청부살인교육원의 진짜 선생(?)으로 출연한다.
이밖에도 극작가 최명숙 또한 미스김으로 열연하며, 극단 명작옥수수밭과 금병의숙이 합작하여 제작된 작품이고 출연진 전원 노-캐런티를 선언해 주목을 받고 있다.
쌀쌀해지는 이때, 싸늘하지만 재밌는 창작극 한 편을 보고픈 이들에게 권해줄 작품이다.(11월10일 ~ 11월27일 블랙박스씨어터 문의02)762-0010)
이미라 기자 mummy206@play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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