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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러스트: 또 다른 언덕 너머로 가는 끊임없는 여정

2012-06-22



아트선재센터는 2012년 6월 23일부터 8월 12일까지 《원더러스트: 또 다른 언덕 너머로 가는 끊임없는 여정》을 개최한다. 《원더러스트》는 벨기에 연방정부가 지원하는 전시 프로젝트로서, 사무소와의 협업 하에 진행된다. 이번 전시에는 20세기 서양 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긴 거장 마르셀 브로타에스(1924-1976)와 파나마렌코(1940년생) 등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고, 이들을 포함한 다섯 명의 주요 벨기에 작가들의 작업을 선보인다. 《원더러스트》전의 구상과 기획은 브뤼셀 자유대학 한스 마리아 드 울프 교수가 맡았다.

‘원더러스트(Wanderlust)’는 독일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 중 하나일 것이다. ‘원더러스트’는 익숙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다른 문화, 다르게 살아 가는 사람들을 접해보고자 하는 인간 내면의 뿌리 깊은 열망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러한 차원에서 ‘원더러스트’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같다고도 할 것이다. 그러나 이 단어가 독일어권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게 된 것은 19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독일 낭만주의 예술가들은 합리주의, 계몽주의 시대 유산에 맞서 투쟁하는데 ‘원더러스트’를 자신들의 주요 개념적 무기로 삼았다.

예를 들어 프란시스 알리스를 멕시코 시티로 가게 한 것은 바로 원더러스트였다. 최근 들어 그는 올해 카셀 도큐멘타에 출품한 작품과 같이 아프가니스탄과 같은 열악한 곳에서 작업을 하고 있지만, 멕시코는 그에게 피난처와 같은 곳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무한한 영감을 주는 곳이다. 그의 여러 유명한 드로잉 중 하나를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멕시코에서는 모든 것이 무탈하며, 심지어 – 최소한 그가 ‘산보’를 하는 동안에는 - 안녕하기까지 하다. 산보는 알리스에게 주로 생각의 지평을 여는 조건으로 작용한다. 프란시스 알리스는 산보하면서 주변에 널려있는, 그러나 이전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시적 감흥에 접근할 수 있다. 산보에 대한 이러한 이해는 호노레도 도 역시 공유하는 것으로서, 호노레도의 작가적 태도의 바탕을 이룬다. 1999년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최된 해, 호노레도와 프란시스 알리스는 각기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 같은 날 베니스에 도착한 후, 이들은 각각 대형 튜바의 위, 아래 반쪽씩을 가지고 서로를 만나기 위해 3일 동안을 걸었다.

이번에 서울에서 열리는 《원더러스트》전을 위해, 호노레도는 전시 포스터 이미지로도 사용된, 장대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플라스틱 판자로 만들어져 물위에 설치된 보행자 도로는 흐르는 강 저편에 도달하고 싶다는 욕망을 제시하며, 심리적으로 원더러스트를 연상시킨다. 한편 이 작품은 “물위를 걷는다”는 차원에서 개인의 신념을 의미하는 유럽 기독교 전통에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 파나마렌코의 천재적 발명도 간과할 수 없다. 파나마렌코는 지난 40여 년 동안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과학과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인류역사에서 실현되지 않았으나 제대로 작동을 했더라면 비범한 발명품이 되었을뻔 한 참으로 흥미로운 기계장치들을 고안해 냈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파나마렌코의 로봇공학과 그의 설계도 및 도안을 선보인다.

《원더러스트》전은 예술가의 간단한 상상력을 통해 현재에 겪는 사회적 억압과 부조리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여행의 필요성을 경험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마르셀 브로타에스의 <Jardin d’Hiver (겨울정원)>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Jardin d’Hiver>은 토종 야자나무, 소박한 야외 정원용 의자, 백과사전에 삽화로 실린 이국풍의 조류 그림 등을 설치하고, 영화와 멜랑꼴리한 음악이 작품에 동반된다. 결국 이 작품은 중개자로서 예술가가 처한 어려운 위치를 다루고 있는 것이다. 브로타에스의 설치 작업은 당시 유럽 작가들에게, 이후 지금까지도, 몇 세대에 걸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죠엘 투엘링스 작품 역시 브로타에스와 유사한 작가적 경향을 나타낸다. 투엘링스가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생각과 환경을 연결하는 기본 원칙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중요한 작업 시스템 (강박관념) 두 개, 즉 돌과 새가 동시에 전시되는데, 이는 처음으로 시도된다.돌과 새는 세상을 탐사하기 위한 두 개의 각기 다른 도구를 대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상에서 살펴본 다섯 작가들의 작품 외에도 각종 문서, 오브제, 한국 작가를 포함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된다. 이는 전시의 기획의도를 맥락화하고 관객의 이해를 좀더 깊게 하기 위함이다. 해당 예술가들의 작품 외에도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 1887 – 1968)과 보에티(Alighiero Fabrizio Boetti, 1940-1994)의 작품이 전시되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 – 1832), 스턴(Laurence Sterne, 1713 – 1768), 클레브니코프(Velimir Khlebnikov, 1885 - 1922)에 관한 문서가 함께 전시된다.

전시 제목 원더러스트: 또 다른 언덕 너머로 가는 끊임없는 여정
전시 장소 아트선재센터 2층
참여 작가 총 5명
프란시스 알리스(Francis Alÿs), 마르셀 브로타에스(Marcel Broodthaers), 호노레도(Honoré d’O), 죠엘 투엘링스(Joëlle Tuerlinckx), 파나마렌코(Panamarenko)
전시 기간 2012년 6월 23일(토) – 8월 12일(일) (총 44일)
전시 작품 30여점 (설치, 영상, 드로잉, 다큐멘트 등)
관람 시간 오전 11시 – 오후 7시 (매주 월요일 휴관)
관람 요금 성인 3,000원, 학생 1,500원
주최 아트선재센터
기획 한스 마리아 드 울프(Hans Maria de Wolf), 사무소
후원 브뤼셀 자유대학교, 벨기에 연방정부, 수도권 브뤼셀
전시 문의 아트선재센터 T. 02-733-8945 www.artsonj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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