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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2006 봄베이 사파이어 마티니 글라스 디자인 공모전

2006-06-15


‘인도의 별’이라 불리는 낭만적인 이름을 가진 봄베이 사파이어 (Bombay Sapphire)는 최고급 진으로서의 뛰어난 맛과 이국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명하다. 애주가라면 한번쯤 음미해보고 싶은 유혹을 느낄 만큼. 푸른 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유리병과 빅토리아 여왕의 모습이 담긴 라벨도 고급스럽다. 그 찬란한 술이 바텐더의 손을 거쳐 잔에 담겨 나왔다. 입가에 닿는 향기를 맡는 것도 좋지만 봄베이 사파이어를 감싸는 또 하나의 보석, 글라스에 욕심이 난다.

마티니 잔을 주제로 한 제 2회 한국 ‘2006 봄베이 사파이어 마티니 글라스 디자인 공모전’이 6월 9일 ‘W워커힐’ 호텔의 ‘WOOBAR’에서 시상식을 가졌다. 전세계적으로 이미 그 예술성과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밀라노 세계대회의 분위기를 담아와 블루 포인트를 컨셉으로 열린 파티에서 수상자들과 심사위원들을 만났다. 그 중심에서 빛나는 봄베이 사파이어, 글라스 디자인의 향연에 취해보자.

취재| 오지연 객원기자 (cinerilke@paran.com)

2005년에 비해 우수한 작품들이 많이 출품되었던 이번 공모전은 40여 개 대학, 대학원에서 총 127작품이 출품되었다. 봄베이 사파이어의 영감(inspiration)을 가지고 마티니 잔을 디자인하여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 기능성, 독창성, 예술성을 기준으로 3차에 걸쳐 심사가 이루어졌고, 10명의 수상작이 가려졌다.

최우수 작품은 김득(조선대학교)의 작품 ‘모래시계(Sandglass)’가 선정되었다. 2007년 4월에 열리는 제 6회 밀라노 세계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와 150만원의 상금이 주어졌다. 우수작품은 장경숙(경북대학교)의 ‘물의 파장(Water Ring)’, 가작은 김영준(동아대학교)의 ‘연잎(Lotus Leaf)’이 수상했고, 각각 100만원과 50만원의 상금이 돌아갔다.

입선작에는 최은석(조선대학교)의 ‘麗 (Oriental Blue)’, 임나영(홍익대학교 IDAS대학원)의 ‘Martini의 M을 형상화한 글라스’, 이세훈(인제대학교)의 ‘줄광대’, 최창훈(용인대학교)의 ‘태풍 (The eye of a typhoon)’, 신은옥(경북대학교)의 ‘달의 눈물 (Tears of Lunar)’, 조민경(서울여자대학교)의 ‘물방울의 환생 (Rebirth of Drop)’, 김보한(세명대학교)의 ‘하늘로 비상 (Take a flight with Freedom)’이 있다.

수상식과 기념 촬영이 끝나자 파티는 한껏 무르익어 갔다. 야경이 멋진 ‘WOOBAR’의 공간 속에 블루 빛 조명이 마티니와 어울렸다. 전시된 작품을 자유로이 살펴 보기도 하고, 럭셔리한 분위기 속에 잔을 들고 음악에 맞춰 테이블마다 이야기들이 오간다. 먼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많아서 일까? 하룻밤 서울에서 묵고 다음날 돌아간다는 그네들의 얼굴엔 수상의 기쁨과 함께 여행의 설레임도 피어 올랐다. 이날 밤 만큼은 파티의 주인공이 되자!

- 수상 소감 -
잔을 씻어서 뒤집어 놓는데, 잔 안에 모래시계가 있으면 예쁘게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봄베이 사파이어의 역사를 봤을 때, 모래시계도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불가변성이 있지요. 상을 받을 줄 몰랐지만 조금은 기대가 됐어요. 밀라노 세계 대회에 가게 되면 다른 나라 학생들의 작품도 많이 보고 싶고, 한국을 알리는 기회인데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 수상 소감 -
일단 수상하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우수상을 받아서 기쁩니다. 작년부터 소문을 듣고 만약 내가 상을 받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도 많이 했는데 막상 받으니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기뻤습니다.
술에 약해서 봄베이 마티니 공모전에 작품을 낸다고 해도 내가 어디까지 마티니의 이미지에 대해서 알고 작업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었지만 그만큼 다른 각도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같이 고생한 우리 3학년들, 교수님과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고 다음 공모전에서도 후배들의 활약을 기대합니다.

- 수상 소감 -
먼저 타과(한국화) 전공자로 첫 공모전에 출품하였는데 이렇게 입상하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이번 입상에 힘입어 앞으로도 좋은 디자인을 많이 만들어 만인으로부터 인정받는 실력 있는 디자이너가 되고 싶습니다.

김기라 (Glass Art Society 이사)
2005년에 비해 질적 양적 측면에서 많은 발전이 있었던 것은 봄베이 사파이어 마티니글라스 디자인 공모전에 점점 많은 관심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등상을 수상한 김득의 작품은 시간의 역사를 가진 모래시계와 봄베이 사파이어의 전통적 신비감과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형태로 표현한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우수상을 수상한 장경숙의 “Water-Ring”은 물방울의 파문을 작업의 모티브로 활용하여 완성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가작을 수상한 김영준의 “Lotus Leaf” 은 연 잎이 가지고 있는 깨끗함과 우아함이 유리라는 재료와 잘 어울렸다고 할 수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 실제로 제작된 글라스 작품을 볼 수 있었던 점은 흥미로웠지만 이들을 프리젠테이션하는 방법이 부족했던 점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있다.

김치호 (Chiho&p CEO / Art Director)
평소에 봄베이 사파이어를 즐기는 마니아의 한 사람으로 이러한 멋진 공모전의 심사를 맞게 되어 영광이다. 디자인은 독창성과 조형성을 기준으로 평가되었지만 얼마나 기능적인 즉, 구현이 가능한 작품인가에 나는 더욱 점수를 주었다.
기능성이 결여된 디자인은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적절하게 표현하면서도 봄베이 사파이어를 즐기는 행위 자체를 시적으로 해석하거나 철학적인 의미를 담아 표현한 작품을 찾았다. 모두에게 격려를 보내며 우리의 디자인이 세계 무대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기를 기대해본다.

전사섭 (Design House Inc. Managing Director)
디자인 공모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공모전이라는 사실이다. 이것은 실제 제품의 생산 현장이나, 예술의 현장에서 디자인되는 상황과는 다르다. 심사기준이 되는 보편적인 요소인 기능적, 예술적, 독창적이냐는 세가지 관점에서 작품을 들여다 보게 되었다.
최우수 작품은 모래시계라는 아이디어가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었지만, 잔으로서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물질성에 시간이라는 추상적 개념을 매치 시키고자 했다는 의도를 높이 평가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작품은 였다. 는 음력을 상징하는 달모양이 각인되어 있는 디자인이다. 음력은 전세계적으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트렌드로서 앞으로 많은 디자인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소재이다. 는 응모작 중 유일하게 술잔이 술을 마신다는 행위와 관련이 있다는 인식을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호감이 갔다. 나는 이렇게 개념적인 문제에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이 우리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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