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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인터뷰

플라스틱 쓰레기로 아름다운 사물을 만드는 나우이즈로사드

2020-07-16

플라스틱은 생활에 편리함을 주었지만, 우리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었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플라스틱은 쉽게 사용하는 만큼 많이 버려져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 썩지 않는 쓰레기, 쓰레기가 이룬 산도 모자라, 우리는 바다 위 푸른 파도 위에서 일렁이는 쓰레기를 보게 됐다. 

 

이러한 풍경에 충격을 받은 한 디자이너가 있다. 우연히 해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게 된 그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자료를 찾으며 환경 문제에 대해 공부를 했다. 

 

1분마다 쓰레기 트럭 한 대 분량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버려져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들어간다는 사실과 이렇게 버려지는 쓰레기가 남극 및 북극은 물론 아프리카 가축들의 사망률 70%와 연관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한 그는 플라스틱으로 뒤덮인 2066년 미래의 지구 모습을 보았고, 디자이너로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제품을 디자인, 제작하겠다는 답을 찾은 그는 직접 작업실을 구축하고,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했다. 나우이즈로사드(NOW IZ LOSAD)의 조다솔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나우이즈로사드의 로고

 

 

지금까지 이탈리아, 일본, 한국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예술 및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해온 그는 우리가 직면해있는 현실을 눈으로 확인했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기로 마음먹고 나우이즈로사드를 만들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그의 활동이 눈에 띄는 건 버려지는 것을 잘 활용하기 위해 ‘재활용 플라스틱 리빙랩’을 갖추고, 플라스틱의 선별, 세척, 파쇄, 사출 등의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우이즈로사드의 가장 큰 디자인적 특징으로는 유연한 곡선과 적절하게 색이 어우러진 무늬를 들 수 있다. 첫 번째 컬렉션은 대리석 질감으로 완성된 조명으로, 바다, 숲, 노을, 우주 등을 떠오르게 하는 조명에 빛이 더해지면 자연을 훼손시키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우이즈로사드의 달마시안 선반.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이다. 

 

 

나우이즈로사드는 첫 번째 컬렉션 풍기 램프의 뒤를 이어 최근 두 번째 컬렉션으로 얼룩이 매력적인 달마시안 선반을 선보였다. 달마시안과 가장 어울리는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귀여운 형태의 기하학 도형을 본뜨고 여기에 책을 꽂았을 때를 위한 이상적인 각도와 튼튼한 구조체를 더해 완성한 이 제품은 무수히 많은 병뚜껑의 수집을 거쳐 이루어졌고, 플라스틱 외엔 어떤 것도 첨가되지 않아 사용을 다한 후 다시 재활용될 수 있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윤리적 디자인을 추구하는 업사이클링 디자인 스튜디오 나우이즈로사드의 디자인 이야기를 조다솔 디자이너가 전한다. 

 

나우이즈로사드라는 이름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우이즈로사드의 ‘LOSAD’는 저의 이름 ‘다솔’의 영문 스펠링 ‘DASOL’을 거꾸로 한 것이고요, ‘NOW IZ’는 함께하고 있는 지원이라는 친구의 이름을 같은 방식으로 적은 거예요. 저희들의 이름을 은유적으로 내포시킨 것으로, 브랜드가 저희 자체이고 저희가 브랜드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어요. 

 

해외에서도 활동하셨는데, 어떤 디자인 작업을 하셨나요?
일본 교환학생 시절 디자인과 드로잉 작업을 했는데, 이를 디벨롭시켜 DDP에서 열린 광복 70주년전 ‘태극기와 나’에서 특선을 받았어요. 그 후 드로잉을 베이스로 공간디자인을 공부했고, 국내 전시디자인 회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이탈리아 밀라노 도무스아카데미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현지 전시디자인 회사 Milgiore+servetto architects에 다녔어요. 

 

업사이클 디자인과는 다른 영역이었는데, 어느 지점에서 연관성을 찾으셨나요?
당시 해외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소재와 재료를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활용 플라스틱에 대해 알게 됐는데요, 이후 국내로 돌아와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심각성을 느끼게 됐고, 2019년부터 실제 작업실을 구축해 플라스틱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게 됐어요. 

 

 

책을 꽂았을 때 이상적인 각도로 디자인됐으며, 받침 부분에는 튼튼한 알루미늄 소재가 사용됐다. 

 

 

폐플라스틱을 활용한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시다고요.
해외에 있을 때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활용해 새로운 디자인을 하는 *프레셔스 플라스틱(precious plastic)에 대해 알게 됐어요. 당시에는 플라스틱을 활용한 좋은 업사이클링 사례라는 생각에 그쳤었는데, 그러던 중 한국에 돌아와 방문하게 된 서해 바다에서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보게 됐어요. 실제로 그러한 모습을 접하고 충격을 금치 못했고, 환경에 관련된 여러 다큐멘터리를 통해 그 심각성을 인지하게 됐어요. 

 

‘디자이너로서 현대사회에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고, 폐플라스틱 문제를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해결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업실을 구축하고, 폐플라스틱을 이용한 제품 제작을 해오고 있습니다.

 

*데이브 하켄스에 의해 2013년 시작된 오픈 하드웨어 플라스틱 재활용 프로젝트다. 오픈소스 디지털 커먼즈 프로젝트의 일종으로, 세계 각국의 사람들에게 기술과 지식 등을 공유,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재활용 플라스틱 리빙랩을 갖춰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작업을 직접 하시는데, 이런 시스템을 갖추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플라스틱은 그 이름처럼 유연한 물질이지만 필수 제작 조건이 있어요. 특히나 버려진 것을 활용한다면 그 제작 조건에는 몇 가지가 더 추가되죠. 그중 대표적인 것이 선별, 세척, 파쇄, 사출의 과정인데요, 이 모든 것들이 떼려야 뗄 수 없는 과정이고, 이중 한 가지라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제품 제작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직접 할 수 있는 작업실을 구축해 동시다발적으로 작업하고 있어요. 리빙랩을 갖추기 위한 과정은 프레셔스 플라스틱에도 자세히 나와있습니다만, 제작하고자 하는 제품에 맞춰 작업장비를 운용하고 있어요.

 

나우이즈로사드는 재활용 플라스틱 리빙랩을 갖추고, 직접 플라스틱 재활용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달마시안 선반은 버려지는 플라스틱 뚜껑으로 제작됐다.

 

 

플라스틱 중에서도 주로 뚜껑을 사용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병뚜껑은 대표적으로 pp와 pe 류가 있어요. 모두 재활용이 가능한 열가소성수지이고 고급 플라스틱에 속해요. 그래서 성형하기 편리하고 유해 물질도 적은 편이죠. 또한 기본적으로 병뚜껑에 색상이 있는데, 그 색상을 활용하면 미적으로 아름다운 색 조율이 가능해 병뚜껑을 주로 사용하고 있어요. 

 

현수막도 업사이클링 하셨죠. 어떻게 쓰이나요?
타이벡소재의 현수막을 사용했는데, 타이벡소재는 pe 계열의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사용이 가능했어요. 사용방법은 병뚜껑과 동일하게 파쇄->사출의 과정을 거쳤고요.  

 

풍기 램프. 여러가지 색으로 이루어진 마블링이 특징으로, 램프가 켜졌을 때 더 아름답다. 

 

 

지금까지 두 가지 제품을 펀딩을 통해 선보이셨는데, 반응은 어땠나요?
첫 번째는 제품은 풍기 램프(Funghi Lamp)였어요. 이탈리아어로 ‘버섯(Funghi)’이라는 뜻을 가진 이 램프는 ‘2019서울디자이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디벨롭시킨 제품이었는데, 다양한 질감과 색상을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을 추가해 200%의 성과를 냈어요. 사용하신 많은 분들이 만족해 주셨는데, 플라스틱의 레이어를 조명의 효과로 은은하게 볼 수 있는 매력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아요. 몇몇 분들은 사출 과정에서 나타난 질감에 대해 아쉬워하기도 하셨는데, 질감 표현이 랜덤하게 나타났던 첫 작업을 보완해서 업그레이드된 풍기램프를 만들고자 하고 있어요. 

 

두 번째 제품은 얼마 전 선보인 달마시안 선반이었는데요, 작은 가구의 기능을 하는 형태로, 질감이 랜덤하게 표현되는 사출 과정을 보완해 하나의 컬러로만 제작했어요. 재활용 플라스틱 이슈가 고도화되면서 다양한 매체에도 노출이 됐고, 그래서 더 많이 좋아해 주신 것 같아요. 700% 이상의 성과를 냈어요.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받으시나요?
제가 존경하는 에토레 소사스(Ettore Sottsass)나 아킬리에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 지오 폰티(Gio Ponti) 등의 옛 이탈리아 디자이너에게 영향을 받아 유쾌하지만 클래식하고 직관적이며 미니멀한 형태를 추구해요. 또, 자연에 대한 관찰을 통해서도 많은 영감을 받고 있어요. 자연의 유기적 형태는 언제나 신선한 영감을 떠오르게 해주거든요.

 

더 많은 종류, 더 큰 제품들도 출시되면 좋을 것 같은데, 카테고리를 더 확장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더 큰 스케일의 제품들을 제작하고자 그에 맞는 장비 개발을 하고 있어요. 시장 수요와 판매금액 등을 고려해서 앞으로도 좋은 제품들을 만들어 내려고 합니다.

 

롤 모델로 삼는 디자이너가 있으시다면요? 
재활용 플라스틱 작업에 있어서는 밀라노의 로잔나 올란디(Rossana Orlandi)가 플라스틱 쓰레기에 대한 일종의 솔루션으로 마련한 ‘로 플라스틱 프라이즈(Ro Lpastic Prize)’의 우승자  알렉산더 슐(Alexander Schul)이 저의 롤 모델이에요. 그 외에도 다양한 플라스틱 작업을 하는 모든 작가분들이 저의 롤 모델이죠. 너무 대단한 작업들을 하고 있으니까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더 다양한 제품들을 접하실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노력하고 있는데요, 잘 디자인된 좋은 제품들을 보여드리기 위해 현재 스토어 입점과 팝업스토어 오픈을 준비 중에 있어요. 

 

넓게는 앞서 말씀드린 플라스틱 작업을 하는 세계의 많은 작가분들과 공유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좋겠어요. 프레셔스 플라스틱의 유니버스(Universe) 프로젝트와 같은 작업을 한국에서 이뤄내고 싶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나우이즈로사드(www.instagram.com/now_iz_los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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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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