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05
디지털 매체를 소재로 완성된 미디어 작품을 오프라인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이색적인 기획이 돋보이는 〈D 컬렉션: 뷰잉룸〉 전이 바로 그것.
여전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관람을 희망하는 방문자에 한해서 사전 예약을 통해 전시 관람을 진행했다.
〈D 컬렉션: 뷰잉룸〉 전시 포스터
〈D 컬렉션: 뷰잉룸〉 전은 지난 9월 18일부터 21일까지 탈영역우정국에서 펼쳐졌다. 참여 작가는 민구홍 매뉴팩처링, 밈미우, 솔베이 수스, 재원킴, 제니 로덴하우스, 최수빈 등이다.
이번 전시는 디지털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온라인 플랫폼 DDDD의 ‘D 컬렉션(D Collection)’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구현하고자 마련된 자리이다.
오늘날 현대미술의 작가들은 기존의 회화와 조각이라는 한정적 소재에서 벗어나 다양한 방법들을 시도한 결과, 디지털 매체를 기반으로 한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시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매체라는 특성이 있지만, 실제로 이를 감상하고 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은 다소 제약적이다. 이번 전시는 기존의 전시 형태와 달리 쉽게 작품을 접하도록 구성되었으며, 작품 또한 구매 가능한 ‘무인 갤러리’라는 콘셉트로 기획되었다. 그리고 웹사이트를 통해 전시와 작품 정보, 작품 판매가 등의 정보가 제공되었다.
김재원, 〈Profile-Cup〉 Sliced Cup, installation, 3D printed PLA, Polyurethane transparent, 2020
일상에서 발견되는 오브제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작품에 투영하는 작가 김재원은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선보였다. 언뜻 보기에 건축물의 한 부분처럼 보이는 그의 작품은 문화적, 역사적 참고 자료를 바탕으로 완성된다. 시공간을 초월해 교집화 된 문화 안에서 새롭게 발생하고 변형된 과정을 담은 오브제를 선보인다. 이외에도 작품을 통해 디지털 기반의 제작 과정에서 사용되는 데이터의 특성을 개념화하고자 한다.
밈미우, 〈Black Coin Romance〉 situation structure, installation, live-stream, 30’-35, 2020
작가 밈미우는 퍼포먼스 신작 <Black Coin Romance〉를 선보였다. 연극적 요소와 상황적 요소가 가미된 시각의 언어로 자신을 구체화하며, 다시 그 구조를 벗어나는 ‘모호하게 하기’의 퍼포먼스를 공개했다. 대중매체의 발달로 문화예술의 ‘경계’는 본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사이를 투영하는 벽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고로 예술에서의 시각적인 이해 능력이 더는 ‘사물’에만 제한적으로 통용되지 않게 변화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바이러스 시뮬레이터(Virus Simulator)〉 html, 2020
디자이너 겸 편집자인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텍스트로 이뤄진 작품 〈바이러스 시뮬레이터(Virus Simulator)〉를 전시했다.
제니 로덴하우스, 〈LIVE-ISH, EP3: Pairings〉 web publishing, 2019- ongoing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겸 디자이너인 제니 로덴하우스는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DDDD와의 협업으로 완성된 작품 〈Pairings〉는 전시 기간 동안 라이브로 구현됐다. 작가는 자연과 생활환경에서 공유되는 기술 매체를 작품으로 승화시키며, 스크린을 통한 페어링을 더해 보편적으로 연결된 인터페이스를 기반으로 완성된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영상은 상호 소통성에는 또 다른 측면의 소통이 발생하는데, 바로 현실과 가상을 이어주는 소통이다. 시·공간이 지리적 거리에 의해 분리되지 않는 웹에서 실시간 퍼포먼스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그의 작품은 단순한 예술을 넘어선 일상처럼 느껴진다. 이처럼 디지털기술은 정적인 것을 역동적인 것으로, 사실적인 것을 가상적인 것으로 변화시키는 것을 가능케 하였다. 작가의 최근 영상작품은 사이트(jennyrodenhouse.com)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솔베이 수스, 〈AAA Cargo〉 video, 34min, 2018
솔베이 수스는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 중인 작가이자, 다큐멘터리 제작자이다. 그는 주로 무역, 이주, 미디어, 기타 순환체계 등의 인프라에서 조성된 생태학적 정치를 탐구한다. 2018년부터 미술사학자인 아시아 바즈디리바(Asia Bazdyrieva)와 함께 ‘지질시네마(Geocinema)’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최수빈, 〈Coming Soon...〉 video, FHD, looped, english, 951×561×50mm 2020
디자이너 최수빈은 3D 그래픽 이미지를 혼성적으로 사용하며 회화적인 레이아웃을 더해 완성된 신작을 선보였다. 디지털 가상현실의 이미지 속에 현실적 효과를 더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이미지에 완전히 몰입하게 만든다. 가상현실에 몰입한 순간에선 현실과 가상의 구분이 무의미해진다. 이는 실제에 있어 가상적일 수 있고 예술 작품의 환상에 관람자가 결합해 상호 의존적인 세계를 만든다.
2층에 마련된 팝업스토어에도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전시됐는데, DDDD 플랫폼의 기존 컬렉션에서 소개된 작품과 함께 지난 한 달간 오픈콜을 통해 선별된 작가들의 작품이다. Cody Lee, FFIGS, Jenny Rodenhouse, Karl Alexander Seidel, mnm, Sjoerd Martens, Simon Miné, 김효재×글래머샷, 민구홍 매뉴팩처링, 이상이, 지호인, Leila Mousavi, Nima Latifi, Adamay Evilo 등 1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우리 일상생활에 가깝게 닿아 있는 작품을 통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 끝에 끊임없이 외부와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
전시가 진행된 탈영역우정국은 리니어콜렉티브의 장기 프로젝트 중 하나인 (구)창전동 우체국의 건물을 그대로 활용해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마련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며 규정된 영역에서 탈피하여 다양한 작품 활동을 시도하는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 이외에도 공연, 워크숍, 상영, 강연, 토크 등을 통해 디자인, 실험예술, 전통예술, 미디어아트 그리고 다양한 문화예술의 장으로서 실천적 프로젝트들을 소개하는 공유공간이다. 이처럼 탈영역우정국은 폭넓고 다양성이 묻어나는 행사들을 통해 변화하는 문화예술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이는 공간이다.
글_ 한혜정 객원기자(art06222@naver.com)
사진제공_ 플랫폼 DDD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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