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23
천진난만하고 발랄한 감성으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영국의 86세 슈퍼스타 할머니 화가 로즈 와일리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로즈 와일리
로즈 와일리는 미대를 다니다 결혼을 하고 화가에 대한 꿈을 포기하고 살았다. 중년의 나이인 45세에 영국 왕실예술학교(Royal College of Art in London)에서 다시 그림을 공부하며 꿈을 키운 그녀는 졸업 후 주목받지 못했지만 매일 작업을 이어갔고, 2013년 영국 테이트 브리튼,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전시를 통해 마침내 대중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 영국 현대회화작가에게 주는 상 중 가장 높이 평가되는 ‘존무어 페인팅 상’을 수상하고, 76세에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의 ‘영국에서 가장 핫 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린 그녀는 세계 3대 갤러리로 손꼽히는 데이비드 즈워너(David Zwirner)의 전속작가가 됐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드라마 같은 인생을 살고 있는 로즈 와일리는 미술계의 핫한 스타다. 위트와 에너지가 넘치는 그녀의 그림 앞에선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의 뜻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 Six Hullo Girls, 2017/ Rose Wylie, Oil on Canvas, 182x330cm, Photo: Soon-Hak Kwon(권순학)
ⓒ Blue Girls, Clothes I Wore, 2019/ Rose Wylie, Oil on Canvas, 183.5x325.5cm, Photo: Jo Moon Price(문현주)
ⓒ NK(Syracuse Line-Up), 2014/ Rose Wylie, Oil on Canvas, 185x333cm Photo: Soon-Hak Kwon(권순학)
로즈 와일리의 작품을 보면 무거운 생각들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 단순화된 형태, 자유로운 화면 구성, 밝은 색감 등으로 이루어진 그녀의 작품은 삶을 그렇게 심각하게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이러한 작품은 작가만의 특별한 관찰과 시각적 표현으로 이루어진다.
2관 ‘필름 노트’에서는 영화 속 장면들을 새롭게 풀어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 Julieta (Film Notes), 2016/ Rose Wylie, Oil on Canvas, 206x500cm, Photo: Soon-Hak Kwon(권순학)
일상을 사랑하는 로즈 와일리는 작품에 대한 영감 역시 일상에서 받는다. 이번 전시 ‘Hullo Hullo, Following on: 로즈 와일리’에서는 일상을 바라보는 그녀의 사랑스러운 시선이 담긴 작품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세계 최초, 최대 규모의 이번 전시는 로즈 와일리의 회화, 드로잉, 설치미술 등 최신작을 포함한 원화 150여 점이 전시된다.
동물과 곤충, 꽃과 나무 등을 관찰하고 자신이 존경하는 영화감독들에 대한 경의를 표하며 정치, 문화, 사회, 역사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솔직하게 표현함으로써 대중과 소통하는 작가만의 작품세계는 총 7개의 카테고리로 구성돼 전시된다.
3관 ‘테이트 모던의 VIP룸’.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전시된다.
그중 ‘테이트 모던의 VIP룸’에서는 테이트 모던 VIP룸에서 전시돼 일반인들은 볼 수 없었던 로즈 와일리의 회화, 드로잉, 조각 작품이 최초로 공개된다.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 테이트 모던에는 테이트 모던 회원들의 작품만 전시되고 VIP만 입장할 수 있는 VIP룸(Tate Modern Member’s Room)이 있는데, 로즈 와일리는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작업 스타일로 테이트 모던의 정식 회원이 됐고 이곳에서 작품이 전시됐다.
영국 <아트 리뷰>가 선정한 ‘미술계 파워 100인’중 1위로 꼽힌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가 극찬한 작품도 전시된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6M가 넘는 초대형 작품으로, 거대한 캔버스에 확대된 요소들은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새로운 시각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한다.
남편의 영향으로 축구 팬이 된 로즈 와일리는 축구 경기 자체는 물론이거니와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축구 선수들 개개인에 집중해 루니, 호나우지뉴, 티에레 앙리, 옌스 레만, 피터 크라우치 등의 개성과 특징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선 특별히 우리나라 관람객들의 관심을 끄는 작품들도 선보인다. 바로 손흥민 선수를 그린 작품으로,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토트넘 홋스퍼 FC 팬인 로즈 와일리는 토트넘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담은 최근 완성작을 최초로 공개한다.
6관 ‘축구를 사랑한 그녀 그리고 손흥민’ 전시 전경. 손흥민 선수의 활약을 담은 최신작들과 함께 스페셜 아트워크가 전시된다.
작품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만남을 갖진 못했지만 이메일을 통해 진행된 대화를 바탕으로 완성돼 더욱 흥미롭다. 로즈 와일리는 손흥민 선수에게 등 번호를 7번으로 택한 이유, 토트넘의 유니폼 컬러에 대한 생각, 추천하는 한국 영화 등 개인적 취향에 대해 물었고, 이를 바탕으로 10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이 작품들은 손흥민 선수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유니폼에 완성된 스페셜 아트워크와 함께 최초로 공개된다. 스페셜 아트워크는 전시 기간 동안 경매를 통해 판매될 예정이며, 수익금은 손흥민 선수와 로즈 와일리 이름으로 구호단체에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 One to watch, Son, 2020/ Rose Wylie, Coloured pencil, pencil, oil and collage on paper 30.4x37cm, Photo: Jo Moon Price(문현주). 로즈 와일리는 경기를 관람할 때 보았던 손흥민 선수의 턱선과 골을 넣은 직후 꽉 쥔 그의 주먹이 인상깊었다고 한다.
ⓒ Tottenham go fifth, 2020/ Rose Wylie, Pencil and colored pencil on paper, 21x29.7cm, Photo: Jo Moon Price(문현주).가디언지에 실린 신문기사를 바탕으로 손흥민 선수를 그린 작품이다.
전시장에선 작품들과 함께 로즈 와일리와 손흥민 선수가 주고받은 인터넷 서신의 내용이 영상 자료로 각색돼 소개되는데, 손흥민 선수가 로즈 와일리에게 물었던 한국 문화에 대한 생각, 축구선수를 그리는 시선, 승리의 의미 등에 대한 로즈 와일리의 생각도 살펴볼 수 있다.
물감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신문지 뭉치와 페인트 통 등으로 한 편의 그림 같은 장면을 연출하는 로즈 와일리의 아뜰리에도 권순학 작가의 작업으로 재현된다.
전시는 2021년 3월 28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에서 방역 지침을 준수하며 진행된다. 입장료는 성인 15,000원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유엔씨(UNC), 초이앤라거(Choi & Lager), 데이비드즈워너(David Zwir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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