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인터뷰

향기와 색으로 느끼는 문학 작품

2021-01-13

책에서 나는 향기, 책의 감동을 풀어낸 색은 어떤 느낌일까. 책을 펼칠 때는 물론 책을 생각할 때면 향기가 떠오를 것이며, 색을 통해 오래도록 책의 여운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글입다(Wearingeul)는 문학과 향기, 문학과 색의 만남 등을 통해 일상에서 문학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이는 디자인 브랜드다. 문학과 디자인의 만남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지 잘 상상이 되지 않을 수 있지만, 글입다는 문화 예술, 특히 ‘문학’을 공감각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새로운 시선과 새로운 방법으로 문화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 

 

글입다를 론칭한 디자인 기획사 에이블디자인 엔터테인먼트의 안동혁 대표는 신문방송학 전공후 캘리그래피 작가로 활동을 했는데, 글의 느낌과 정서를 글씨로 담아내는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책과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문학 작품을 감상하는 방식에 있어 전체가 아닌 부분만을 소비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있지만 안 대표는 그 또한 문학 작품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방법이 될 수 있고, 이는 책의 부분이 아닌 전체에 대한 관심과 문학 작품에 대한 애정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문학을 조금은 다르고 트렌디하게 만날 수 있는 방법들을 디자인하고 있다. 

 

글입다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북퍼퓸(Book Perfume)’을 통해서였다. 말 그대로 책에 뿌리는 책을 위한 향수로 세계명작과 한국문학 등의 작품을 향기로 해석한 다양한 향을 선보였다. 책의 내용과 분위기를 모티브로 이루어진 향기를 책에 뿌리면 책장을 넘길 때마다 향기를 즐길 수 있는데, 출시 후 약 10만 개 이상이 판매됐을 만큼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글입다의 북퍼퓸. 문학 작품의 내용을 향으로 해석한 프로젝트다.

 

최근 펀딩을 통해 선보인 '한국 근대 여성 문학가 잉크' 프로젝트

 


‘문학잉크’는 글입다의 또 다른 대표적 프로젝트다. 문학 작품을 색으로 해석, 책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담은 잉크를 제작하는 프로젝트로, 지금까지 <별 헤는 밤> 속 시어를 시각적인 모티브로 조색한 ‘윤동주 별 헤는 밤 잉크’, 시의 의미와 분위기를 표현한 ‘이상 시인 잉크’, 수채화 느낌의 시의 심상을 표현한 ‘정지용 시인 잉크’, 문학 작품 속 재미있고 이색적인 표현들을 모티브로 색을 만든 ‘시적허용 잉크’ 등을 진행했다. 

 

최근에는 펀딩을 통해 ‘한국 근대 여성 문학가 잉크’ 프로젝트를 출시했는데, 역시나 뜨거운 반응을 기록했다. 강경애, 김명순, 나혜석, 지하련 등 네 명의 여성 작가를 주제로 한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사회적인 편견과 억압 속에서 평가절하됐던 작품과 그들의 목소리를 전하고자 했다. 

 

문학 작품은 굿즈로도 디자인된다. 그중에서도 문학 작가들의 작품 속 문장들과 그와 어우러지는 색상으로 구성된 펜들이 높은 관심을 끌고 있다. 모나미와의 협업으로 제작된 ‘윤동주 별 헤는 밤 플러스펜 세트’에는 ‘가을 속의 별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 ‘다하지 않은 청춘’, ‘아슬히 먼 별’, ‘가슴 속에 새겨진 별’, ‘별빛이 내린 언덕’, ‘별 헤는 밤’ 속 여섯 시어와 별자리가 새겨져 있는 제품으로 여섯 자루를 나란히 놓으면 별자리가 이어지도록 디자인됐다. ‘윤동주 별 헤는 밤 모나미 153 볼펜 세트’ 온라인상에서 대란이 일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윤동주 별 헤는 밤 모나미 플러스펜 세트'

 

'한국 문학의 숲, 근대 여성 문학가 플러스펜 세트'

 

 

‘한국 근대 여성 문학가 잉크’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 출시한 ‘한국 문학의 숲, 근대 여성 문학가 플러스펜 세트’는 올리브, 옐로 오커, 레인 그레이, 페일 오렌지 등 작품 속의 메시지를 담은 특유의 컬러로 주목을 받고 있다.  

 

작가의 감성과 문학 작품의 분위기가 표현된 향과 색이라니, 책의 내용이 무엇일지 무척 궁금해진다. 디자인을 통해 문학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작품을 가깝게 느끼게 하는 글입다의 이야기를 에이블디자인 안동혁 대표가 소개한다. 

 

Q. 문학 잉크 프로젝트 ‘문학의 색을 읽다’를 진행하셨는데, 어떻게 문학과 색을 연결하셨나요?

 

우리는 실제로 무엇을 그리지 않더라도 머릿속으로 장면을 그리는 상상을 많이 합니다. 혼자 멍하니 공상을 할 때도 그렇고, 소설을 읽을 땐 작가가 묘사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만들어가기도 하죠. 문학의 색을 읽는 것 역시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장면을 머릿속에만 가둬두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들 중 '색'을 현실로 뽑아내어 만드는 작업이었어요. 

 

 

'한국 근대 여성 문학가 잉크' 프로젝트

 

 

Q. 최근 네 명의 여성 문인들을 주제로 한 ‘문학의 숲을 그리다, 한국 근대 여성 문학가 잉크’ 프로젝트를 선보이셨어요. 기획 배경이 궁금합니다.

 

사실 한국 근대 여성 문인들은 동시대의 여타 문인들에 비해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요. 활동했던 여성 문인의 수가 많지 않았던 것도 있고, 유리천장에 막혀 평가절하된 사례도 있으며 교육과정에서도 많이 소개되지 않아 낯설기도 하죠. 이전까지의 세 정규 프로젝트와 한 번의 스핀오프 프로젝트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작가와 작품들을 모티브로 했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도 색으로 해석하면서 소개해보고자 기획하게 됐습니다. 

 

Q. 작가 및 작품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서로 다른 작품의 의미와 메시지를 기준으로 4편의 작품을 선정했는데요, <인간문제>는 가난하고 참혹한 현실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석공의 노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보는 가부장제에 희생되는 여성을 이야기하는 작품으로, <경희>는 1인칭 주인공 시점에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선택해나가는 여성을 대변하는 작품으로, <도정>은 사회 속에서의 인간이 겪는 깊은 고뇌를 담아낸 작품으로 선정했어요. 작품 선정 시엔 대부분 작품에 대해 내재적으로 바라보지만, 친일 행적 등의 결격 사유들이 없는지 또한 확인하고 선정합니다.

   
Q. 색으로 문학 작품을 표현할 때 작품을 해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작업일 것 같은데, 어떻게 색이 만들어지나요?

 

이번 한국 근대 여성 문학가 잉크는 작품 속 특정한 표현보다는 작품의 전체적인 메시지와 분위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잉크들이에요. 나무들이 모여 우거진 숲을 만드는 모습에서 모티브를 받은 ‘문학의 숲’이라는 컬러 테마로 작품들을 해석했는데, 각각의 작품들이 작가의 메시지를 한껏 담고 있고 이들이 모여 더 큰 메시지를 말하게 되는 것처럼, 각각의 작품과 잉크 컬러의 의미가 이어지면서도 4종의 잉크 전체가 어우러질 때 숲의 컬러 테마가 보일 수 있도록 기획했습니다.

 

시들어가는 붉은 꽃잎, 반짝이는 햇살 사이로 흔들리는 나뭇잎, 외롭게 구르는 바위와 부서지듯 내리쬐는 햇볕. 각각의 시각적 모티브와 작품이 만나고, 문학의 숲이 되는 청사진 안에서 조색됐어요. 

 

각 프로젝트마다 조색의 모티브는 조금씩 달랐어요. 명확한 시각적 이미지를 구현하고자 했던 프로젝트도 있고, 추상적인 작품의 느낌을 구체화시켜서 조색한 프로젝트도 있어요. 이건 테마가 되는 작품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은데요. 타깃하는 잉크 발색의 느낌을 그래픽으로 구현한 뒤에 이를 바탕으로 실제로 만들어내는 방식을 통해 조색하고, 이후 여러 차례의 시필 테스트 및 안정성 테스트들을 진행하게 됩니다. 

 

 

색에는 문학 작품의 분위기와 메시지가 담겨 있다.

 

 

Q. 조색 작업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무엇인가요?  

 

'문학을 색으로 해석'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창작자의 주관적인 해석이 지배적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개인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많은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석하는 과정이 가장 어려운 부분 같아요.

 

Q. 잉크 시필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저는 딥펜으로 많이 사용하기는 하지만, 보통 만년필에 넣어서 사용하시는 경우들이 많아서 만년필에 펜입시 필기감을 주로 많이 보고 있어요. 어떤 펜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나오는 잉크의 양이 달라지고, 느낌도 달라지다 보니 여러 펜에서 각각의 의도한 느낌들을 받을 수 있도록 발색과 흐름 등을 섬세하게 테스트하고 있어요. 

 

Q. 다양한 제품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스테디셀러는 무엇인가요? 

 

지금까지 가장 인기 있는 스테디셀러는 ‘동주의 소포’고요, Yes24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주의 서신’이라는 패키지 역시 출시 이후 지금까지 꾸준하게 사랑받아오고 있어요. 100년 전 윤동주 시인이 현재의 우리에게 보낸 것 같은 느낌으로 레트로한 감성을 살려 책과 연필, 노트 등의 구성품으로 엮은 패키지예요. 

 

Q. 큰 주목을 받는 만큼 카피 제품도 있는 걸로 알고 있어요.


안타깝게도 글입다 북퍼퓸의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그대로 따라 하는 카피 브랜드들이 생겨나면서 골머리를 앓고 있고, ‘동주의 서신’을 카피한 브랜드로 인해 심적, 물적 피해가 큰 상태인데요. 북퍼퓸의 경우 시즌 리뉴얼을 거치면서 차별화된 제품을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문학을 표현한 색을 일상에서 늘 지니며 즐길 수 있도록 한 잉크 폰 케이스

 

 

문학적 감성이 담긴 다이어리

 

 

Q. 여러 카테고리의 제품을 디자인하실 때 공통적으로 가장 중점을 두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모든 디자인은 저희 정체성이 가장 드러나는 부분인 만큼 회사 내부에서 직접 진행하고 있는데요, 가장 많이 신경 쓰는 부분은 '어떤 경험을 새롭게 전달하는가'예요. 이야기가 있는 제품을 만들고, 새롭게 해석이 가미되는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일차원적으로 예쁜 것에서 그치는 제품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지양하고 있어요. 일상적으로 해오던 경험을 똑같이 주는 제품이라면 그 매력은 짧게 끝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다른 독서 경험, 필기 경험들을 제안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문학 작품 속 장면을 구성하는 향기, 소리, 색감, 촉감, 맛 등 다양한 감각들을 앞으로도 표현해보고 싶고요, 한국 문학을 모티브로 한 제품 이외에도 세계 명작들을 모티브로 한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도 문학 작품을 통한 새로운 경험들을 소개해보고자 수출 또한 준비하고 있어요. 어디에서도 쉽게 보지 못했던 아이디어가 결합된 제품들로 끊임없이 신선함을 주고자 합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글입다

facebook twitter

#향기 #색 #문학작품의향기 #문학작품의색 #문학과향기 #문학의색 #문학을즐기는새로운방식 #디자인브랜드 #글입다 #wearingeul #에이블디자인 #문학과디자인 #색다르게문학을즐기는방법 #북퍼퓸 #한국근대여성문학가잉크 #문학잉크프로젝트 #문학의색을읽다 #굿즈디자인 #제품디자인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