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1
88서울올림픽은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변화시켰을까. 올림픽이 한국 건축과 디자인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그를 통해 우리의 현재를 이해하고 기술하는 조건을 탐색하는 전시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다.
88서울올림픽은 우리에게 많은 높은 건물을 짓게 하고 도시를 새로 디자인하게 했으며 새로운 삶을 살게 했다.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역시 그렇게 만들어진 건물 중 하나라는 점에서 이번 전시가 더 흥미롭다.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 전시 포스터
전시 ‘올림픽 이펙트: 한국 건축과 디자인 8090’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사이 급격하게 성장한 한국의 시각, 물질문화의 기반을 재조명하고자 기획된 것으로, 88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이루어진 여러 가지 건축적 사건과 디자인 사물을 ‘올림픽 여파(Olympic effect)’라는 키워드로 관찰한다.
전시에서는 88서울올림픽이 열렸던 당시의 도시와 환경, 건축, 사물, 이미지 등이 펼쳐진다. 급격히 변화된 풍경의 중첩은 다양한 아카이브와 함께 어우러져 그 시대의 시각문화와 물질문화, 인공물들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생산되고 수용됐는지를 살피게 한다.
총 4부로 구성되는 전시는 도면, 청사진, 스케치, 영상, 사진 등의 매체를 통해 1980년대 초 88서울올림픽의 준비를 위한 총체적인 디자인 과정과 물적 토대를 바탕으로 변화한 도시의 흔적을 보여주고, 작가들은 커미션 작업을 통해 이러한 기록과 잔상을 재맥락화한다. 전시에는 23곳의 작품 및 자료 협조처 외에 게리 허스트윗, 구본창, 권민호, 다이아거날 써츠(김사라), 서울과학사, 서울스테이지, 선우훈, 이만익, 진달래&박우혁, 최용준, 텍스처 온 텍스처 등이 참여한다.
진달래&박우혁,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 2020, 12채널 영상, 사운드, 그래픽, 설치, 가변크기, 협력
전시는 중앙홀에 설치된 진달래&박우혁의 <마스터플랜: 화합과 전진>에서부터 시작된다. 운동장을 떠오르게 하는 트랙 라인과 스탠드 등이 설치되어 있는 가운데 그래픽 작업이 전시된다. 88서울올림픽 전후의 사회와 문화를 아우르는 이미지와 건축, 디자인 패턴의 반복으로 시간, 운동, 소리, 구조를 결합한 가상의 무대다.
게리 허스트윗, <올림픽 시티>, 서울, 2015/2020,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42.1×62cm, 작가 소장
1부 '올림픽 이펙트' 전시 전경
1부 ‘올림픽 이펙트’는 88서울올림픽을 위해 고안된 사물과 공간, 사건을 소환하고, 이를 계획했던 과정과 그 결과가 지금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다. 게리 허스트윗은 주요 올림픽 개최 도시들을 기록해온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올림픽 유산과 현재의 일상의 공존을 기록한다. 개회식과 폐회식의 미술을 감독했던 이만익 미술감독의 아카이브도 최초로 공개된다. 여기서는 색채계획, 공연 의상, 무대장치 등 다양한 예술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적 정서와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자 했던 당시의 고심의 과정이 담겨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탄생한 예술과 건축의 기념비를 상징하는 백남준의 <다다익선>, 김수근의 <올림픽주경기장> 모형도 전시된다.
2부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 전시 전경
선우훈, <모듈러라이즈드 1988> 부분, 2020, 디지털 드로잉, 가변크기
2부는 ‘디자이너, 조직, 프로세스’로, 88서울올림픽 당시 삼성과 금성(LG), KBS 등의 대형 조직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이들의 영상 인터뷰와 관련 자료 등을 전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의 사회적 위상과 역할, 규모 변화에 따른 조직과 시스템의 재구축 현상 등을 보여준다. 1980년대 서울을 모듈화된 픽셀 그래픽 지도로 만든 선우훈의 픽셀 애니메이션 <모듈러라이즈드 1988>도 전시된다.
3부 '시선과 입면' 전시 전경
구본창, <긴 오후의 미행, LA 105<(여의도), 1988, 아캌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19.5×29.5cm, 작가 소장
서울과학사, <디오라마 서울>, 2020, 3D 프린터 출력모형, 스틸 케이스, 가변크기
3부 ‘시선과 입면’에서는 올림픽 가시권을 배경으로 도시 표면의 표정을 담은 최용준의 건축 사진과 1980년대 중반 유학 후 서울의 생경한 모습을 통해 국가 프로젝트의 틈새와 간극을 포착한 구본창의 <긴 오후의 미행>과 <시선 1980> 시리즈, 올림픽 유산으로 남은 건축물들을 입체적으로 조망하는 서울과학사의 <디오라마 서울>과 기흥성 뮤지엄의 수공예적인 건축 모형 작업 등이 전시, 올림픽을 기반으로 구축된 새로운 유형의 건축물과 도시 풍경을 조명한다.
4부 '도구와 기술' 전시 전경
텍스처 온 텍스처, <계획하는 도구>, 2020, 아카이벌 잉크젯 프린트, 199.8×101.6cm
4부 ‘도구와 기술’은 공간과 사물을 상상하던 당대 디자이너들의 작업대를 재현한 권민호의 <일하는 손>, 1980년대 설계 도구들의 잊힌 구실과 작동법을 환기시키는 텍스처 온 텍스처의 <계획하는 도구> 등의 전시를 통해 디자이너들이 사용했던 설계 도구들을 대체한 컴퓨터 스크린, 사무실 풍경을 변화시킨 사무자동화(OA-Office Automation) 등, 올림픽 전후 고도의 산업화 시대에 진입하며 컴퓨터와 웹 보급으로 변화된 환경을 재조명한다.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선 다이아거날 써츠의 영상작업 <20201981: 장면의 뒤편>이 상영된다. 88서울올림픽이 건축, 예술, 디자인 등 일상에 남긴 자취를 쫓는 실험 영상으로, 전시 맥락과 내용을 재구성, 상상 속에 존재할 것 같은 ‘올림픽 이펙트’의 시공간의 세계로 안내한다.
포스트 올림픽 세대 도시기록가 콜렉티브 서울스테이지(@seoulstage)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도시 속 숨은 올림픽 유산을 찾는 작업을 선보인다.
1월과 2월엔 전시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건축과 디자인사에서 아카이브의 역할과 가치를 조명하는 웹 세미나가 진행되고, 서울과학사의 ‘건축 모형 제작 워크숍’, ‘올림픽 건축 답사 지도’ 등의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며, ‘올림픽 이펙트’전의 전용 아카이브 인스타그램 계정 @mmca.olympic도 운영된다.
올림픽 전후의 한국 현대 건축과 디자인을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이번 전시는 4월 11일까지 개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운영되며, ‘올림픽 이펙트’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예약을 통한 거리두기 관람이 무료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시 일정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www.mmca.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국립현대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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