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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 인터뷰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리게 하는 브랜드

2021-02-02

비를 기다리는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다. 늘 비를 기다리는 탓에 오늘 비가 올지를 이들에게 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오늘도 비를 기다리는 이들은 비와 관련된 제품에 가치를 담아 비가 오는 날을 기다리게 하는 레인웨어 브랜드 비다림이다. 

 

레인웨어 디자인 브랜드 비다림

 

 

눈치챘겠지만 ‘비다림’은 ‘비를 기다림’이라는 뜻이다. 일회용 우산 비닐 커버를 대신해 우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아주는 우산 액세서리, 손쉽게 우산을 묶을 수 있도록 한 디자인 등으로 비다림은 비가 오는 꿉꿉하고 우중중한 날에도 산뜻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손쉽게 묶는 우산 업브렐라

 

 

특히, 펀딩을 통해 출시한 손쉽게 묶는 우산 업브렐라는 축축한 우산을 잡고 묶어야 하는 불편을없애고 잡고 당겨서 1.5초 만에 우산을 묶을 수 있도록 한 제품으로, 3,000% 이상의 펀딩을 달성하며 뜨거운 지지를 받았고, 견고함, 기능성 등에 대해 많은 소비자가 후기를 통해 극찬,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비다림을 론칭한 차림스튜디오 손홍석 대표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비를 좋아하지 않지만, ‘디자인을 통해 날씨에 대한 감정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 출발해 비 오는 날을 관찰하고 연구,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디자인했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 참가해 브랜드를 선보이고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는 비다림은 최근 ‘우산으로 지구를 지키는 가장 쉬운 방법’을 알리기 위한 새우산활용프로젝트 ‘플랜비(plan b:)를 진행하고 있다. 

 

비다림이 진행하는 우산 새활용 프로젝트 '플랜비'

 

 

우산의 원단은 발수, 방수 기능으로 재활용 가치가 매우 높지만 제대로 분리배출이 되지 않아 업사이클되기가 어려운데, 플랜비는 이러한 우산의 올바른 분리배출방법을 알리고, 버려지는 우산천을 기증받아 새활용하는 프로젝트다. 

 

우산의 살대와 우산천을 분리해 비다림에 수거를 신청하면 비다림은 수거 후 세척, 분리 작업을 진행하고 우산천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제작한다. ‘iwasumbrella’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드는데, 첫 번째로 장우산과 단우산에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우산커버를 제작했다.  

 

우산을 통해 비오는 날의 감성을 변화시키는 비다림은 우산에 대해 특별한 마음을 갖게 하고, 우산을 통해 함께 세상을 지키는 방법을 알리고 있다. 

 

‘비오는 날은 왜 불쾌할까’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된 우산에 대한 연구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 오는 날을 좋아하지 않죠. 사실 저도 정말 싫어하는 편인데, 단순히 불쾌한 감정으로만 느껴졌던 우천 상황이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던 대학교 1학년 학생이었던 저에겐 꽤나 흥미롭게 느껴졌어요. ‘왜 비 오는 날을 불쾌한 날로 느낄까?’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을 스스로 ‘미션’으로 생각하고 난 후부터는 비가 오는 날마다 저의 행동은 물론 다른 사람들의 행동, 평상시와 달라지는 것들을 분석하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관심을 갖고 비 오는 일상을 바라보니 왜 비 오는 날을 싫어하고 불쾌해하는지 문제의 원천을 찾을 수 있었어요. 지하철, 버스, 공공장소 등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우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 그로 인한 구정물과 미끄러워진 바닥, 옆자리에 앉거나 지나가는 사람들의 우산 때문에 축축해진 경험들, 길거리나 지하철 입구에 널브러져 있는 일회용 비닐우산의 모습 등, 꽤나 쉽게 원인을 도출할 수 있었죠.” 

 

불편함 해결하는 작지만 큰 차이 


“우산이나 관련 아이템들에 대한 리서치를 진행하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출시된 거의 모든 우산을 찾아보았는데, 다른 제품들과는 다르게 ‘우산’에는 ‘아이디어 제품’이라는 부가 타이틀이 따라오더라고요. 검색창에 ‘아이디어 제품’을 검색했을 때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특이하게 생긴 아이디어 우산들인데, 발상이 재미있고 신기하지만 정작 그런 우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했어요. 

 

우산의 시작점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을 때, 우산의 형태는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지금의 우산 형태가 아주 오랫동안 사용됐던 형태이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사람들에게 쉽게 거부감을 주는 것이라 생각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형태를 벗어나지 않는 상태에서 불편한 부분만 개선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자 했어요. 그렇게 해서 콘셉트에만 머문 아이디어 우산이 아닌, 거부감 없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우산을 제작하게 됐어요.” 

 


빗물이 흐르지 않도록 받아주는 우산용 액세서리 비담이. 연성 소재인 실리콘으로 제작돼 장우산 꼭지에 완전히 밀착, 받아진 빗물이 밖으로 새거나 흐르지 않는다. 야광 소재를 추가해 어두운 밤 우산을 들고 있는 사용자의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했다. 

 

 

멸종 위기 동물들을 모티브로 디자인됐다. 

 

 

비다림의 첫 번째 디자인, 비담이


“첫 번째 디자인은 쉽게 묶는 우산 ‘업브렐라’였는데, 개발 자금이 없어서 우산빗물받이 ‘비담이’를 첫 번째 제품으로 제작, 론칭했어요. ‘비를 담아주는 제품’이라는 의미의 비담이는 장우산 꼭지에 부착해서 우산 휴대 시 우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받아주는 우산용 액세서리로, 비가 오는 날 가장 해결하고 싶었던 문제였던 일회용 우산 비닐 낭비 문제와 우산 빗물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상했던 아이디어 제품이에요. 

 

탈부착이 가능하면서도 상시 우산 꼭지에 달려 있어야 하는 제품이라 외부 영향에 의해 의도치 않게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가 우산 꼭지와 완전히 밀착될 수 있도록 설계했어요. 크지 않은 사이즈라 많은 분들께서 우산 빗물이 넘치지 않는지를 궁금해하시는데, 일반적인 방수 우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대략 25ml 안팎인 것을 테스트를 통해 확인하고, 우산 휴대시에 움직이는 팔의 보폭을 고려해 흔들려도 쉽게 빗물이 넘치지 않도록 제품 크기를 설정했습니다.

 

초기에는 누구나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평범한 형태로 디자인을 했다가 좀 더 메시지를 담고 싶어 자연 파괴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멸종 위기 동물들을 모티브로 제작하게 됐어요. 당시 ‘for earth, for us - 지구를 위한 것이 결국 우리들을 위한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판매활동을 했었는데, 이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응원이 좋은 시작의 발판이 됐던 것 같아요.”

귀찮은 우산 묶기 과정을 해결한 업브렐라의 디자인 

 

 

비 오는 날 발견한 사람들의 특징에서 비롯된 업브렐라


“비가 오는 날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던 중, 아이러니한 상황을 발견했어요. 너펄거리는 우산은 자신의 옷도 더럽힐뿐더러 주변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주죠. 본인도, 주변 사람도 피해를 받는 상황인데 정작 문제를 해결할 가장 쉬운 방법인 ‘우산 묶기’를 귀찮고 번거로워 하더라고요. 저 또한 마찬가지였는데요,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대부분 ‘귀찮고, 손에 빗물을 묻히기 싫어서’라는 이유 때문이었어요.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하고자 디자인을 통해 해결 방법을 찾았고, ‘업브렐라’를 생각하게 됐어요.

 

첫 번째 ‘귀찮음’에 대한 문제는 우산을 ‘잡고, 끈을 돌리고, 고정시키는’ 3단계의 행동을 ‘잡고, 당기는’ 2단계의 쉽고 간편한 행동으로 변화시켜 해결했어요. 두 번째 ‘손에 물을 묻히기 싫은’ 문제는 소재를 통해 해결했는데요, ‘잡는 부분’의 소재를 최대한 물을 머금지 않는 소재인 실리콘으로 변화시켰습니다.”

묶음링의 형태와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

방수 케이스로 휴대성도 높였다.

 

업브렐라의 디자인 과정

 

 

“업브렐라는 약 3년에 걸쳐 제작됐는데, 핵심 기능인 ‘묶음링’이 우산을 펼칠 때 이탈하지 않도록 고정시켜줄 수 있는 우산 꼭지의 형태 디자인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어요. 기능을 구현할 부품을 추가하되 우산의 형태가 기존과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멋스럽게 연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고려하다 보니 도출한 디자인만 수십 가지가 훌쩍 넘은 것 같아요.”

 

 

일러스트레이터의 젊은 감성, 우산 장인의 기술로 완성된 양우산 프로젝트

 

 

우산 장인, 일러스트레이터와 함께한 프로젝트


“자연스럽게 우산업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됐는데, 과거에는 국내에도 우산 제조 공장이 많았지만, 현재는 국내 제조 공장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에요. 국내에서 오랫동안 우산을 만들어오며 품질 하나만큼은 ‘세계 제일’이라 자부심을 갖고 계신 제조 공장 사장님을 만나게 된 후, ‘젊은 디자이너의 감성과 오랜 장인의 기술이 합쳐져 우산이 만들어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양우산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됐어요. 

 

일회용이 아닌 오랫동안 잘 입을 수 있는 ‘우비’를 선보이기도 했어요. 특별한 때가 아니어도 일상에서 편하게 우비를 입고 다니는 문화가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에서 기획하게 된 프로젝트예요. 2020년도에 시제품을 제작했는데, 남녀가 공동으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사이즈를 고려해서 재제작 중이고, 올해 본격 론칭을 준비하고 있어요.”

 

디자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밸런스 


“복잡한 공정이나 고도의 기술 없이 간단한 디자인만으로 제품 사용은 물론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미션이라 생각하는데요, 그를 위한 여러 가지 지향 포인트 중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밸런스인 것 같아요. 부분 부분의 요소들은 훌륭하나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면 밸런스를 위해 작은 요소들을 포기하는 편이에요. 더 나아가 토털 디자인을 많이 고려하는 편인데, 단순히 제품, 브랜드를 떠나서 저의 행동 또한 제가 추구하는 디자인과 일치시키려 노력하는 편이에요.

 

디자인에 앞서 기획을 할 때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요.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공익광고의 매력에 빠져, 한때 공익광고를 만드는 광고인이 꿈이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런 목표가 현재 제품 디자인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아요.”

 

해외에서도 공감하는 비다림의 디자인


“우산은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라 해외에서도 비슷한 공감을 하고 저희를 찾아주시는 것 같아요. 업브렐라를 구매한 한 일본 고객의 코멘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오른팔이 의수여서, 보통 우산을 묶을 때 예쁘게 묶는 것이 힘들었어요. 그래서 이 우산에 매력을 느꼈습니다’라는 후기였는데, 디자이너로서 좀 더 깊은 사명감을 느끼게 해 주었고, 본격적인 동기부여가 됐던 것 같아요.”

 

우산을 관찰하며 생긴 환경에 대한 관심


“처음부터 친환경, 업사이클링에 대한 관심이 컸던 건 아니었어요. 우산을 제작하고 판매하다 보니 어떤 우산이든 무척 관심이 갔고, 자연스레 관심이 생기다 보니 길거리에 버려진 우산들이 눈에 밟히게 됐어요. 그렇지만 기존에 폐우산을 활용한 유명 업사이클 브랜드도 있었기 때문에 저희 영역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불량품, 파손품, 교체품들이 점차 쌓여가면서 폐우산들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우산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브랜드로서 폐우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겠다’라는 생각과 함께 ‘플랜비’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됐어요. 단우산 및 장우산 분리배출 방법을 여러 기관에 문의한 뒤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고, 해당 영상 QR코드를 비다림 우산 발송 시에 같이 동봉하고 있습니다.”  

 

플랜비 프로젝트 포스터 이미지

 

비다림은 플랜비 프로젝트를 통해 폐우산 원단을 기증받아 'iwasumbrella'라는 제품을 제작, 프로젝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기관 및 단체에 기부한다.

 

 

‘플랜비 프로젝트’는 레인웨어 브랜드의 책임감과 사명감


“우산 분리배출방법은 저희도 잘 모르고 있던 부분이었어요. 창고에 쌓여있는 폐우산들을 정리하고자 마음먹고 나서야 분리배출방법을 알아보았는데, 이를 뚜렷하게 알려주는 곳이 없더군요. 최근 분리배출 및 수거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반면, 우산에 대한 분리배출은 추후에도 잘 이뤄지지 않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 같았고, 작은 브랜드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해당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어요. 우산 분리배출 방법과 그 필요성을 알리는 플랜비 프로젝트의 유일한 목적은 우산 분리배출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것, 그것이 다예요. 

 

기존의 여러 단체 및 브랜드의 폐우산 수거 방식과는 조금 다르게, 저희는 분리를 하고 난 뒤의 폐우산 원단만 기증을 받고 있어요. 폐우산천으로는 캠페인에 더욱 초점을 맞춰 일회용 우산 비닐들을 대신할 장/단우산 겸용 우산 커버를 제작하고,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공간 및 건물에 기부하고자 해요. 업사이클로 인해 또 다른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소의 원단과 부품들로 다양한 샘플들을 제작해보고 있어요. 비담이, 업브렐라와 같이 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게 저의 욕심인데요, 우산 커버 외에 폐우산 원단을 활용한 완전히 새로운 제품군도 기획하고 있어요. 아직 콘셉트 단계인데, 키워드만 살짝 공개하자면 ‘간이 우산’이에요.”

 

가치 있는 제품 통한 레인웨어 전문 브랜드 되는 것이 목표


“얼마 전 우산업에 종사하시는 분을 만나게 됐는데, 그분께서 ‘과거엔 ‘우산 관련 업을 해오던 사람들도 아닌데 얼마나 갈까’하는 회의적인 시선으로 비다림을 봤지만, 지속적인 새로운 행보들을 보니 앞으로 비와 관련된 어떤 제품들을 만들지 기대가 된다’고 하시며 저희를 응원해 주셨어요. 디자이너로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욕심에 항상 머리가 아팠고, 검증되지 않은 것에 대한 투자를 무모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에 조금씩 지치기도 했는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 더욱 설레었어요. 

 

비다림은 앞으로도 우산 분리배출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고요, 국내에 우산 관련업을 진행하는 브랜드 중 젊은 브랜드가 별로 없는 상황인데, 이를 잘 활용해서 국내 우산업에 좀 더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요. 무엇보다 새로운 아이디어,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지속적으로 가치 있는 제품들을 론칭하면서 전무후무한 ‘레인웨어’ 전문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자 합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비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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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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