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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월드리포트

화려한 색과 멋이 담긴 페라나칸 도자기

2021-05-21

페라나칸(Pernakan)은 말레이어로 아이를 뜻하는 ‘아낙(anak)’에서 유래한 말로 이주민의 후손을 뜻한다. 이주민의 출생지에 따라 인도 페라나칸, 아랍 페라나칸 등으로 구분되나 보통 말레이 반도로 이주해 온 중국인 남성과 말레이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을 지칭한다. 과거 중국계 페라나칸은 자신을 해협 중국계(Straits Chinese)라고 칭했다. 이는 이들 대부분이 해협식민지(말레이시아 페낭과 믈라카, 싱가포르)에 공동체를 구성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페라나칸 문화는 독특하고 이색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페라나칸 문화로는 중국과 말레이풍을 모두 담고 있는 페라나칸 도자기를 찾아볼 수 있다. 페라나칸 도자기의 역사는 사실 150년에서 200년으로 길지 않다. 1850년대 말레이반도에 중국 무역상들이 드나들자 해협식민지의 페라나칸은 중국 제1의 요업 도시인 징더전의 도자기를 무역상에게 주문하기 시작했다. 1840년대부터 시작한 아편전쟁과 태평천국 등으로 침체기를 겪던 징더전에서 해협식민지 수출용 도자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것이 바로 페라나칸 도자기의 시작이다. 하지만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면서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페라나칸 도자기의 역사도 막을 내리게 됐다. 

 


페낭 페라나칸 맨션에 전시된 페라나칸 도자기 (사진: 홍성아)

 

 

페라나칸 도자기는 짧은 역사를 지녔지만 문화적 가치와 상징성으로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수집가들은 색의 조화와 모티브 등에 따라 페라나칸 도자기의 가격을 다르게 매긴다. 예를 들어 연꽃, 한 쌍의 물고기 등 불교의 8개 상징, 불사조 등 모티브를 담고 있고, 분홍색, 노란색, 하늘색 등 중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이국적인 색깔이 돋보일수록 가치가 오르게 된다. 이밖에도 페르시아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수입한 코발트 블루나 티벳에서 공수한 청록색 등의 색상이 들어간 경우에 그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이국적 색상이 돋보이는 페라나칸 자기 (사진: 홍성아)

 

페라나칸 도자기 (사진: 홍성아)

 

 

페라나칸 자기는 중국의 도시 징더전에서 생산됐지만 중국 본토의 도자기와는 다른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어 과거 부유한 페라나칸은 식기의 용도에 따라 다른 페라나칸 도자기를 사용했는데,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식기는 하얀 자기를 썼고, 장례식에서는 흰색과 파란색의 도자기를, 그리고 만찬용으로는 화려한 색과 모티브가 눈에 띄는 식기를 사용했다. 이 지점에서 중국 본토와 다른 차이점을 보인다. 중국에서는 흰색과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도자기를 일상에서 사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페라나칸 문화에서는 파란색이 죽음을 애도하는 색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파란색이 들어간 도자기는 장례식에서 쓰였다. 

 

이밖에도 페라나칸 도자기에는 중국 이주민 문화를 비롯해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은 당시 시대상이 투영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페라나칸 도자기에는 중국 왕실을 상징하는 용이 새겨져 있지 않으며, 영국 홍차용 다기를 찾아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말레이시아 넷플리스 오리지널 드라마 <영혼신부> 속 만찬용 페라나칸 자기. 넷플릭스 ‘영혼신부’ 스크린샷

 

 

이처럼 독특한 매력을 지닌 페라나칸 도자기는 최근 개봉한 넷플릭스 드라마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해협식민지를 배경으로 한 말레이시아 오리지널 드라마 <영혼신부>의 만찬 장면 중에는 아름다운 색과 멋이 담긴 페라나칸 도자기가 등장한다. 당시 페라나칸 상류층들이 머나먼 곳에서 온 중국산 페라나칸 도자기를 사용하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짧은 장면을 통해서도 큰 부를 얻은 페르나칸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페라나칸 자기가 들려져 있었고, 이를 통해 넘볼 수 없는 부와 권력을 자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_ 홍성아 말레이시아 통신원(tjddk42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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