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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절벽을 품고 있는 마을, 예술로 재생하다 ‘창신 절벽 예술제’ 

2021-09-29

창신동 절벽을 마주하면 ‘서울 안에 이런 곳이 있었다니’라는 감탄사가 먼저 흘러나온다. 절벽을 품고 있는 마을 창신동에서 절벽 마을 재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창신 절벽 예술제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재생 스타트업 글로우서울이 진행하고 있는 창신동 절벽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써, 서울 익선동, 대전 소제동을 명소로 만들어낸 글로우서울의 세 번째 도시재생 프로젝트다. 창신동의 절벽이라는 지역적 특성과 장점을 찾아서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콘셉트의 브랜드를 기획∙개발하여 낙후되어있는 창신동을 활성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창신예술제 메인포스터

 

 

디자이너 아지트, VERS와 함께 총 21명의 작가들이 모여 만들어 가고 있는 예술제는 이러한 창신동의 주옥같은 공간 전체를 비디오 아트, 일러스트, 미디어아트로 예술작품화하여 관객들로 하여금 서울의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서울을 상상하게 하고 있다. 

 

‘2021년 창신예술제’에서 디자이너 아지트는 13인의 작가들이 모여 ‘서울플렉션(Seoulflection)’ 전시를 개최했다. ‘서울플렉션’은 ‘서울의 새로운 창조적 움직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시대적 배경과 상황을 반영한 창신동 일대의 삶의 행태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총 세 가지 콘셉트로 구성되어 있으며, 일러스트, 디지털 그래픽, 사진, 라이브드로잉,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 컴퓨테이션아트, 패션, 사운드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당신이 바라보는 서울을 창신동에 담아내다’, ‘다양한 관점이 모여 다채롭게 빛나는 창신동’, ‘서울러들을 위한 창신동’이라는 주제를 담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김한준 작가의 <Extraordinary Changsin>

 

 

김한준 작가의 <Extraordinary Changsin>은 ‘창신동의 모습을 사람의 눈 대신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그리고 창신동이 서울의 랜드마크들을 품는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이런 상상과 호기심이 머신러닝으로 창신동의 모습을 색다르게 만드는 작업의 시작점이 되어 창신동의 곳곳을 담은 사진 2500장과 서울의 랜드마크들을 담은 사진 2500장 등 총 5천 장의 이미지들을 수집한 후, 컴퓨터에게 학습시켜 이미지들을 조합하고 재창조하게 했다. 서울과 창신동의 랜드마크 간의 모호한 경계와 변화가 만들어 낸, 완전히 새롭고도 익숙한 창신의 풍경을 영상으로 담아내고 있다. 

 

박지수 작가의 <번창, 믿다>. 번창할 ‘창’, 믿을 ‘신’라는 뜻을 가진 창신동

 

 

높이 40m의 아슬아슬한 절벽 아래 사람 사는 마을이 있다는 것에 영감을 받았다. 개발로 여러 논란이 있었던 곳이지만, 앞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번창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작품을 제작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산을 깎아 채석장으로 쓰기도 했다는 이 일대에서는 독특한 석재 구조물들이 눈에 띈다. 공장에서 찍어낸 기성 석재와 다르게 주민의 손으로 쌓은 돌벽에는 같은 모양과 질감이 없다. 이러한 창신동만의 자생적인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 펜과 목탄으로 수작업하였다. ‘돌’에 얽힌 역사와 경관을 담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이다.

 

김태완 작가의 <Glowing in Seoul> 

 

 

김태완 작가의 <Glowing in Seoul>은 ‘서울의 빛’을 주제로 한 인터-리얼리티 공간이다.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더욱 빛나게 된 서울 곳곳의 빛이 추상적인 입자 형태를 이룬 모션 그래픽으로 진화한다. 서울의 빛을 모티프로 제작된 사운드스케이프와 향은 서울이라는 공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과 초현실적인 공감각적 상상력을 관객에게 제시한다.

 

이원희 작가의 <창신동 연작>

 


이행아 작가의 <도시 청춘>

 

최겨울 작가의 <Seoul life & light> 

 


서누 작가의 <서울: 기억의 조각>

 

 

이원희 작가와 이행아 작가, 최겨울 작가, 서누 작가는 각자 가지고 있는 창신동과 서울의 현재, 추억에 담겨 있는 모습을 그래픽 일러스트로 표현하고 있다.

 

김민지 작가의 <물과 표면>

 

ZOE 작가의 <창신동의 밤>

 

 

김민지 작가는 <물과 표면>을 통해서 창신동에서 시작한 흐름이 생명의 기원으로 번진다. 창신동 앞을 흘러가는 청계천의 물결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한 패션 작품을 선보이고 있고 ZOE 작가는 <창신동의 밤>을 통해 밤을 의인화하고 야경을 수놓는 불빛들로 하여금 현실과 꿈의 경계에 서게 하고 있다. 또한 이는 이은우 작가의 사운드 <나의 서울 창신동에 담다>와 함께 어우러지고 있다. 

 

신문섭 작가의 <창신동에서 바라보는 서울>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 

 

 

이와 어우러져 임병한 작가의 미디어 아트인 <Hella 이상한 육감도>와 <창신동에서 바라보는 서울>이라는 주제를 가옥 유리창이라는 캔버스 위에 그리는 신문섭 작가의 라이브 드로잉 퍼포먼스, 김기봉 작가의 서울의 윗길, 창신동 도시 재생 공간과 아랫길 지하상가에서 사람과 사물은 자연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묻고 있다. 이미지들의 차이와 반복을 들여다보며 도시 재생의 의미를 찾아보고자 하는 <ㅅㅅ : 상생>이 어우러져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2021년 창신예술제’에서 뉴미디어아트그룹 VERS(주)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모여 만든 SEVS는 8인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창신절벽예술제’에서 영 미디어랩 셉스는 8인의 작가들이 모여 ‘보존, 지역성, 아카이브, 도시재생'의 키워드를 통해 창신동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망한다. 시간과 시대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변화, 과거와 현재의 흐름, 잔재하는 개인과 관계의 기억, 해체되고 재구축되는 공간, 시대를 해체하고 재해석하며 만들어낸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통해 창신동을 새로이 느껴볼 수 있다.  

 

전시는 상층 하층으로 나뉘어, 일러스트, 애니메이션, 디지털 그래픽, 사진, 미디어아트, 비디오아트, 컴퓨테이션아트, 패션, 사운드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으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공개되는 작품들은 NFT로 굿즈 숍 혹은 DNA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소유할 수 있다. 


현지원 작가의 <플로우: 세대>라는 작품은 우리 것의 현대적 계승에 관심이 많은 작가가 이번 예술제를 통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인 벅수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벅수는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바라며 세웠던 시대의 얼굴이 새겨진 조각이다. 작가는 오늘날 우리 모두의 얼굴을 대변하는 이모티콘을 활용한 패턴 위에 우리에게 필요한 얼굴인 석가모니 상의 벅수를 새워 청신이 만들어갈 새로운 공간의 안녕을 빈다.

 

오정선 작가의 <피그말리온>

 


과거의 서울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서울에 맞추기 위해 창신 숭인동은 건물 곳곳이 해체되고 있다. 오정선 작가의 <피그말리온>은 파괴되는 주택과 쓸모를 다 한 리얼돌의 교차점인 해체성에 주목한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리얼돌을 얼굴, 팔, 다리 등 각각의 신체로 해체하고, 이를 다시 석고상으로 재해석한다. 해체성은 집의 가변성과 인간의 가변성으로 이어지며 관람객들은 해체된 것들에 대한 간접적 체험을 통해 현실을 직면한다. 또한, 발전한 기술로 인한 인간의 도구화를 보여주며 미래 포스트 휴먼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평화, 동대문 시장과 인접한 창신동은 7080 봉제업의 중심지였다. 쉬지 않고 돌아가던 미싱 소리는 창신동이라는 동네를 상징한다. 하지만 외부의 다양한 변화로 인해 24시간 울려대던 재봉틀 소리는 오늘날에 이르러 주춤해졌지만, 멈추지 않고 아직도 끊임없이 돌아가고 있다. 우리의 삶도 창신동과 같다. 각자의 영역에서 끊임없이 달려온 우리는 앞길을 가로막는 무언가에 의해 주춤해질 것이다. 그럴 때마다 멈춰 서는 것이 아니라 창신동의 봉제공장처럼 다시 돌아가야 한다. 김영도 작가의 <창신 메이킷>이라는 작품은 해당 작품을 통해 다양한 변화에도 끊임없이 돌아가는 창신동의 봉제공장을 들여다보며, 주춤해진 자신의 재봉틀을 다시 힘차게 돌려 나가길 바란다.

 

최민선 작가의 <마음이 뚫린 아이>를 통해 나날이 어려워져 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고 계기를 찾았으면 한다. 

 

황준하 작가의 <수선화>. 서울의 근현대사는 개인의 기억들이 모여 형성되었다. 서울에서 보낸 5년 동안 작가는 본인의 실타래처럼 얽힌 관계 속에서 저지른 잘못들과 상처들을 꿰매고 수선하여 꽃, 즉 작가 본인으로 귀결되고자 한다.

 

조지 작가의 <영영영영쩜영영쩜영영>. ‘흐름’이라는 환상, 수직적으로 존재하는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의 나타남과 사라짐을 보여준다.

 

김여진 작가의 <레몬스 데일리 라이프>

 

현지원 작가의 <플로: 세대>

 

 

이외에도 가는 주변의 모든 것들과 관계하면서 생기는 고민, 변화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로 인해 생기는 ‘결실’을 시간이 지날수록 작아지는 고흡수성수지의 성질을 이용해 재료가 ‘결정화’되는 모습으로 연결 지어 보여주는 이진솔 작가의 <예언의 숲>, ‘이 작품은 진짜와 가짜, 완전과 불완전, 앞면과 뒷면, A와 B’와(과)’를 사이에 둔 둘 사이에는 짙은 경계가 그어져 있을까?‘라는 물음에서 시작한 김여진 작가의 <레몬스 데일리 라이프>를 ‘창신절벽예술제’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예술제를 주최하는 글로우서울 유정수 대표는 “예술가들과 함께 역사성을 가진 도시에 예술을 입히고 다시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변모시키는 것이 진정한 도시재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예술제를 시작으로 문화와 함께 활기를 되찾는 창신동을 만나게 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글_ 손민정 객원기자(smj918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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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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