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잔칫상에서 늘 눈길을 사로잡았던 것이 있었다. 동그랗고 납작한 모양에 알록달록한 색으로 만들어진 옥춘 사탕이었다. 그 사탕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몇 가지 되지 않는 색이지만 그 색의 조합이 참 화려해보였고, 색이 만들어낸 모양은 참 매력있어 갖고 싶게 했다. 

스튜디오아록의 옥춘 러그와 옥춘 미니러그

지금도 옥춘 사탕을 보면 여전히 그때의 그 감정이 떠오르곤 한다. 지난 공예트렌트페어에서 그 설렘의 순간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스튜디오아록을 통해서였다. 

가로 긴 떡살러그

스튜디오아록(婀祿)은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을 즐기면서 행복을 느끼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한국의 전통을 재해석한 섬유예술 공예 브랜드다. 옥춘을 비롯해 색동, 떡살, 자개, 백자, 연꽃 등 전통문양을 모티브로 다양한 패브릭 공예품을 선보인다. 

핸드터프팅 및 손바느질로 제작된 아록의 옥춘 러그는 강렬한 색감의 조합으로 기분을 좋게 한다.색동의 컬러를 차용해 디자인된 색동 보자기 러그는 선명한 색과 색의 대비가 이루어내는 모양으로 색동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스튜디오아록의 대표이자 섬유예술공예가인 손단비 작가는 “알록달록한 아름다운 한국의 다양한 전통문화와 문양을 통해 자신과 보는 이들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어보자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자신만의 감각으로 전통을 특별하게 담아내는 스튜디오아록의 손단비 대표가 말하는 디자인 이야기를 들어본다. 

스튜디오아록 손단비 대표

어떻게 브랜드를 론칭하게 되셨나요?

섬유라는 따뜻한 소재로 사회의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예술 작업을 했었는데요, 2020년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다양한 음악, 영화, 드라마 등 예술과 문화들이 세계에 알려지는 것을 보고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한국의 섬유공예문화를 소개해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으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옥춘을 모티브로 제작하신 러그가 인상적인데, 어떻게 옥춘을 활용하게 되셨나요? 

옥춘은 제가 어렸을 적부터 좋아하는 사탕이었는데요, 설이나 잔칫날에 가면 심미적으로나 미각적으로나 항상 그 달콤함을 즐기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요. 

아리따운 옥춘을 돌잔치나 잔칫날 또는 설이나 제사에 사용하게 된 것엔 ‘조상들이나 좋은 분들이 오시는 길을 등불처럼 밝혀서 후손과 그 자식들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는 것을 듣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모든 분들의 앞날이 등불처럼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상품으로 제작하게 됐습니다.

색동 보자기 러그

색동 떡살 스툴 

디자인을 하실 때 어디에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일상에서 실제로 사용되는 공예품이나 예술품, 건축물 등 전통안에서는 가리지 않고 영향을 받고 있어요. 분홍꽃자개거울이나 펠롱국화문러그의 경우에는 제가 한동안 심취해 있던 자개를 섬유로 풀어내고 싶어서 많은 고민 끝에 제작된 상품이기도 하고요. 제가 좋아하는 떡을 먹다가 떡살의 모티브 등을 떠올리기도 하는 등 우리 일상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모든 한국의 문화 안에서 영향을 받습니다. 

전통 모티브를 선택하게 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영국에는 각 가문마다 고유의 체크패턴이 있다고 하죠. 한국에도 각 가문마다 중요시하는 가풍을담은 고유의 떡살 문양이 있다고 해요. 또한 어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전해져 내려온 고유의 자수 문양들이 있고요. 

이런 아름다운 한국고유의 문화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에서 너무 안타까움을 느꼈어요. 이렇게 멋있는 한국만의 멋진 문화가 더 이상 사라지지 않게 다양한 방면에서 소개를 시켜보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전통에서 모티브를 얻고 소개시켜 드리고 있습니다.

청화백자 테이블 매트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일단 ‘심미적으로 아름답고 원천유물들의 의미를 해치지 않아야 한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이고요, 또한 실제로 사용하는 상품들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내구성이나 사용감적인 면에서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제품의 특징이 있다면?

섬유제품은 아무래도 세탁 부분을 많이들 걱정하시기 때문에 브랜드를 론칭하고 1년간은 그 부분을 개선하고자 많이 연구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세탁기와 건조기를 연속으로 10번 넘게 돌려보면서 변형이 일어나지는 않는지, 어떻게 해야 더 오랫동안 편하게 사용이 가능한지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연구하며 개선방안을 찾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 작은 테이블러그 등의 경우엔 모든 공정을 손으로 바느질해 마무리하는 등, 조금 더 정성이 들지만 덕분에 많은 분들께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으로서의 상품을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손단비 대표의 작업 과정

제품 디자인 과정이 궁금합니다. 

평소에 다양한 일상생활을 하면서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의 자료를 모으고 있어요. 모은 자료들을 조합도 해보고 분해도 해보고, 하나의 큰 틀 안에서 다양한 디자인을 풀어내며 스케치하고요. 

10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컬러로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모던하게, 또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버전으로 상품을 만들어 봅니다. 딱 마음에 드는 하나의 상품이 나오기 전까지 수 백 개의 아이디어와 몇 십 개의 시제품들을 제작해 보죠.

어떤 제품군이 있나요?

크게 3가지 카테고리 안에서 작업을 하는데요, 선물하기 좋은, 일상에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남에게 베풀 수 있는 미니러그 군의 상품이 있고요.

두번째는 홈데코 상품들, 거울, 방석, 테이블러그 등 일상에서 쓰임이 있는 상품군입니다. 한국적인 것들이 일상 속에서 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조금 더 모던하게 디자인을 풀어내려고 하는 상품군이에요.

세번째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컨셉츄얼 러그들인데요, 가장 한국적인 것들의 요소들을 제가 원하는 대로 디자인하고 배치해서 한국의 컬러감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제품군이에요. 하나의 작품처럼, 또는 10개 내외의 리미티드로 제작되는 제품군으로, 퀄리티적인 면에서의 만족을 주기 위해 노력하는 작품군입니다.

가장 인기가 많은 제품, 스테디셀러도 소개해주세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에게 오는길을 밝혀준다’라는 좋은 의미 때문인지 옥춘 러그와 옥춘 미니러그가 참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만 일어나라는 의미 때문인지 옥춘 미니러그는 선물용으로 많이들 찾아주세요. 

블랙색동스툴도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어요. 색동을 과감하게 블랙이라는 컬러와 배치해 컬러감을 살리고, 윗면은 한국전통 바느질주머니에서 모티브를 얻어서 디자인했는데, 전통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모던하면서도 디자인적으로 아름답다고들 만족해 주시더라고요.

활꽃 연꽃 러그

대표 상품은 무엇인가요?

<활옷연꽃러그>입니다. 브랜드를 론칭하며 ‘스튜디오아록의 정체성은 무엇일까’ 고민하며 제작했던 작품인데요, 한국전통 혼례복인 활옷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컨셉츄얼 러그예요. 

활옷은 가장 화려하면서도 가장 축복받는 날 입는 옷으로, 가장 좋은 의미를 모두 담아 만든 전통의복입니다. 화려한 컬러감과 모티브 등을 저만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디자인해 스튜디오아록이 앞으로 보여드리고자 하는 방향과 컨셉을 가장 잘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의 계획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작년 한 해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더 높은 퀄리티와 숨겨져 있던 다양한 한국문화를 소개시켜 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큽니다. 

2023년도는 한국의 아름다운 꽃과 동물들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의 정원’이란 컨셉 안에서 다양하게 상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고 있는 단계예요. 또한, 여름에도 사용할 수 있는 소재로 한국의 전통을 겨울뿐만 아니라 사계절에 맞게 즐기실 수 있도록 여름을 위한 새로운 상품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스튜디오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