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14
전시장에 거대한 한 마리의 토끼가 펼쳐져 있다. 관람객들이 작아져 숲 속에 들어간 것 같은 느낌이다. 숲 속에 뛰노는 커다란 토끼 앞에 서니 토끼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다. 우리가 몰랐던 감춰진 모습들까지 말이다.
국립민속박물관 ⓒ Design Jungle
올해는 토끼띠의 해. 토끼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023 계묘년 토끼띠 해 특별전 ‘새해 토끼왔네!’전이 열리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신년이 되면 매년 띠를 주제로 한 전시를 기획해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벌써 13번째 전시. 국립민속박물관의 띠 전시는 언론사에서 가장 취재를 많이 하는 전시이기도 하다. 13년전 토끼띠해 전시를 시작으로 한 띠 전시는 올해 한바퀴를 돌아 새로운 방식으로 토끼의 생태에 대해 살펴본다. ‘지혜로운 동물로 묘사되는 토끼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하는 질문을 품은 전시는 토끼의 특징을 흥미롭게 담았다.
‘새해 토끼왔네!’ 특별전 ⓒ Design Jungle
총 네 개의 패널이 층을 이루어 한 마리의 토끼가 된다. 전시장 입구 한쪽 켠에서 보면 이 네 개의 레이어가 하나로 형태로 합쳐지면서 한 마리의 토끼 모양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민화에 등장하는 토끼 실루엣을 딴 구조물들도 설치됐다. 커다란 달이 매달린 방도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했다. 특별한 전시의 구성은 전시 공간을 디자인한 최미옥 학예연구사의 작품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디자인은 한국박물관계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국립민속박물관 최미옥 학예연구사
이러한 평가를 있게 한 국립민속박물관 최미옥 학예연구사는 ‘국내 1세대 디자인 담당 공무원’이다. 30여 편의 논문 및 저서 발간, 50여 회 이상의 직무특강 등을 통해 전시디자인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산업분야의 정착과 발전에 기여했고, 국립민속박물관의 K 뮤지엄사업의 전시디자인을 통해 지역발전에 기여했으며, 다수의 해외 컨퍼런스 발표 및 어워드 수상으로 한국 문화콘텐츠를 확산하고 알렸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최미옥 학예연구사는 제24회 대한민국디자인대상 산업발전 유공부문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전시 공간을 풍부하게 디자인하기 위해 다양하고 과감한 시도를 해온 최미옥 학예연구사는 건축대학원 겸임교수로 전시디자인을 가르치고 있다. ‘신디의 뮤지엄여행’이라는 블로그에 뮤지엄과 전시를 소개하기도 한다. ‘전시와 디자인’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최미옥 학예연구사로부터 전시디자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전시디자인 학예연구사가 되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보통 박물관 학예사의 전공은 역사, 미술사, 인류학 등의 인문학 계열입니다. 그런데 뮤지엄의 중심 활동인 전시에서 콘텐츠 만큼이나 보여주는 방식이 중요하다는 흐름을 미리 내다보신 김홍남 전 관장님께서 우리나라 최초로 뮤지엄에 디자인 전공 학예사 채용을 단행하셨습니다. 당시 많은 반대가 있었다고 들었는데, 20년도 더 전이니 지금 생각해도 대단하신 혜안과 결단이셨습니다. 여기까지는 뮤지엄에서 디자인전공 학예사 채용의 배경이고요.
저는 학부에서 언어학을, 대학원에서 공간디자인을 전공하고 건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제가 공부하던 시절은 인테리어디자인이 건축에서 분리돼 영역을 만들기 시작하던 때라 공간디자인도 나름 신학문이었습니다. 전시디자인은 전공학과도 관련 회사도 거의 없던 때였죠. 졸업 무렵 디자인회사 여러 곳에 지원을 했으나 대부분 연락이 없었어요. 지금처럼 ‘통섭과 융합’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이니 학부와 석사 전공이 다른 저는 서류전형도 통과 못했던 거죠.
그러던 어느 날 한 회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전시사업부가 새로 생겼는데 인문학도 알고 디자인도 아는 사람을 찾고 있는데 쉽지 않더라면서 공채 낙방자들의 서류를 보다가 저를 발견했다며 지원 부서는 아니지만 신규 사업부에 올 생각이 있는지 물으셨어요. 그래서 전시디자인이라는 업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콘텐츠와 디자인이 공존하는 전시라는 업무가 너무 매력 있었어요. 미친듯이 빠져들어 기획과 전시디자인의 많은 프로젝트를 경험했고 그렇게 10년차쯤 됐을 때, 국립민속박물관의 전시디자인 경력자 특채 공고가 났어요. 당시 저에게도 학예사란 직함은 생소했는데, 일단 뮤지엄에서 디자인 업무를 한다는 점이 너무 멋지고 설레었어요. 그래서 주저없이 지원했고 여러 지원자중 운 좋게 선발되는 행운도 따라주었습니다. 그렇게 전시디자인과 시작된 인연이 벌써 24년차가 됐습니다.
전시장의 전시디자인과 박물관에서의 전시디자인은 그 역할에서도 차이가 있을 것같네요. 전시디자인 학예사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국립민속박물관은 기획 담당자와 디자인 담당자가 코웍으로 전시를 진행합니다. 외부에서 오래전부터 전시 잘 만드는 곳으로 우리 관을 꼽는 데는 이런 업무 프로세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기획담당자가 어떤 콘텐츠를 전시에 담을지 고민한다면, 디자인담당자는 관람객이 어떻게 그 전시를 경험할지를 고민하죠. 영화를 만들 때 원작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것처럼 전시도 담고자 하는 콘텐츠를 공간화하는 작업이에요. 이 공간화가 바로 전시디자인의 역할이죠.
그리고 통상 전시디자인 범위가 전시공간에 한정돼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시디자인의 범위는 ‘관람객이 전시를 보기 위해 결심하는 순간부터 귀가하는 순간까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까지는 ‘관람객이 뮤지엄 정문을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라고 했었는데, 메타버스시대가 도래하면서 더 확장됐어요. 홍보물이나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전시에 대한 사전정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좋은 관람경험을 하게하는 전시의 공간디자인은 물론이거니와 관람 전, 후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공간(뮤지엄샵, 휴게공간, 카페 등)까지도 관람만족의 주요한 부분이 되기 때문이죠.
또한 너무 당연하지만 자주 간과되는 건축도 전시디자인의 대상이어야 합니다. 그러니 디자인 담당 학예사는 주요 업무인 전시공간의 디자인 외에도 뮤지엄의 시각정체성 수립 및 유지, 환경개선, 기념품 개발까지 여러 세부 분야에 두루 관여하고 조율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독일디자인어워드 '밥상지교' 수상시 패널
'우리 살던 고향은 세종시' 특별전 전시 공사중 현장 체크 모습. 완성된 공간보다 이맘 때쯤의 현장이 더 설레게한다. 어떤 딸이 나올까 두근거리는 산모같다.
K+museum 성신여대박물관과의 공동기획전 '군주가 꿈꾸는 세상'. 고지도와 천문도에서 추출한 훌륭한 기획 관점에 부합하기 위해 플라톤의 코라개념까지 공부했고, '그리드'를 컨셉으로 전시공간을 디자인했다.
'역병, 일상' 특별전. 터키의 노벨상 수상작가 파묵 오르한의 소설 <내 이름은 빨강>의 서사구조를 차용, 다양한 재료와 구조의 실험을 통해 전시의 주제와 메시지를 공간화했다.
기획하신 전시들 중에는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성공사례도 많을 것같은데, 대표적인 것 몇개만 소개해 주신다면…
제가 담당했던 전시들을 저는 ‘딸’이라고 불러요. 전시를 준비해서 대중 앞에 선뵈는 일이 곱게 키운 딸자식을 출가시키는 기분이라서요. 저는 딸도 없고 출가도 시켜보지도 않았지만… 어떤 느낌일지 매번 전시를 통해 알 것 같아요. 전시 하나하나가 다 딸자식 같다보니 성공사례 하나를 꼽는 일은 쉽지 않은데요. 전시의 관점과 메세지가 잘 공간화됐거나, 구현과정에서 대내외 지원 환경과 팀웍이 훌륭해서 과정까지 완성도가 높았거나, 공간큐레이팅에 대한 새로운 접목과 시도들이 모색됐던 전시들이 특히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길에서 길을 만나다(2012)’, ‘밥상지교(2015)’, ‘우리 살던 고향은 세종시(2016)’, ‘군주가 꿈꾸는 세상(2019)’ 그리고 최근 담당한 ‘역병, 일상(2020)’, ‘민속이란 삶이다(2021)’ 등의 특별전이 있습니다. 이들 중 ‘밥상지교’는 ‘공간이 아닌 관람행태를 디자인하다’라는 디자인 모토를 가지고 진행했었는데, 언론이나 관람객으로부터 호평이 있었고 세계 주요 디자인어워드에서도 여러 차례 수상을 했습니다. 한국이나 일본인이 이해할 수 공간 감성이라 일본 Good Design Award수상 때는 그러려니 했지만 미국 IDEA나 독일 iF상을 수상할 때는 ‘한국적 공간이 세계에서도 통용될 수 있구나’하는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독일디자인어워드의 '밥상지교' 시상식에서
국립민속박물관 MI개선 결과물 홍보 이미지
그리고 ‘국립민속박물관의 MI개선 사업’도 잊을 수 없는 프로젝트입니다. 전문가특강과 의견수렴을 통해 비디자이너가 주류인 관내직원들의 공감과 참여를 유도했고, 故이어령 박사님의 통찰에 착안한 조각보를 모티브로 심벌마크 디자인을 추출했던 것과 단순한 개선에만 그친 것이 아닌 다양한 어플리케이션 적용으로 뮤지엄이 젊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것은 큰 보람이었습니다. 아쉽게도 정부상징통합으로 지금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지만요.
수제화특별전 전시조사를 위한 일본 출장 중 수제화 장인과 인터뷰
'쓰레기x사용설명서' 특별전을 위한 마르세이유박물관팀과의 미팅
전시공간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점은 무엇으로 꼽나요?
저는 디자인 작업의 본질이 미학적 창조 이전에 현상 또는 문제의 이해와 공감에서 출발한 ‘질서의 발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시디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시를 만드는 과정에 산적한 환경적 문제와 제안을 디자인이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는 거죠. 그러면서 생각을 공간화하고 관람객의 경험을 디자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 준비 단계에서도 기획자 못지않게 콘텐츠의 이해와 해석을 위한 공부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고향’과 ‘신도시’라는 소재를 다루어야 했던 ‘우리 살던 고향은 세종시 2005: 2015’ 특별전의 경우 전시를 시작하기 전 디자인 담당자들은 <북소리>,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등 실향민을 주제로 한 근·현대 소설들을 필독했고, 그 감성을 전시공간에 담으려고 고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선호하고 지향하는 디자인도 ‘있는듯 없는(Be but Not) 디자인‘입니다. 디자이너가 자기 만족을 위해서 디자인하는 일은 없잖아요. 예술가라면 가능하고 또 그래야 하지만, 디자인은 본질이 타인을 향한 것이고 사용자를 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니까요. 그런 디자인을 위해 지속적인 실험과 시도중입니다. 그리고 뮤지엄에서 1세대 디자인 학예사로서 정체성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합니다.
저는 요즘 제 업무를 ‘공간큐레이팅’이라고 부릅니다. 업무의 성격이 디자인 이전에 콘텐츠의 이해와 공간적 해석이 필요하고 그를 통해 메세징과 경험의 방식을 제시하는데 이를 디자인이라는 용어만으로 대변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서예요. 지금도 직접 디자인을 하지만, 그것이 과거에 했던 디자인전문회사 업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기도 하고요. 세상은 빠르게 변해가고 있고 직업의 세계도 끊임없이 재편되고 있어요. 저의 학생시절만 해도 전시디자인이라는 직업은 생소했어요. 지금 ‘공간큐레이터’라는 직업은 생소한 단어겠으나 후배들이 한창 활동하게 될 가까운 미래에는 인기있는 직업으로 자리매김 되기를 바랍니다.
직접디자인한 전시공간드로잉과 공간모형
유물의 내용과 기획의 관점을 전제로 공간이 구상되고 구현된다.
유물디스플레이는 전시에서 학예사의 주요한 업무단계다. 코너에 따라 디자이너의 미감이 요구되는 시간이기도 하다.
전시연출을 하다보면 콘텐츠와 공간디자인 영역이 서로 힘겨루기 할 수도 있을텐데,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 및 중요성은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전시디자인이 인테리어디자인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지점이 ‘콘텐츠’를 가지고 있고, 그것을 전제로 디자인한다는 점이에요. 그러니 전시공간에서 콘텐츠는 중심입니다. 콘텐츠와 디자인의 비중을 이야기하기는 어려워요. 저는 그 둘이 한 몸이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업무의 과정에서 콘텐츠 담당자와 디자인 담당자의 역할 비중이 달라질 수 있어요. 앞서 원작소설을 시나리오로 각색하는 과정의 비유를 드렸는데, 보통 인문학 전공자 그러니까 기획을 담당한 학예사들은 시각화 공간화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고 또 디자인 담당자에 비해 전시경험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희 관의 경우 디자인 파트가 이 ‘디벨로퍼’의 영역을 주로 담당하고 있습니다. 인하우스 체계로 디자인을 하는 뮤지엄이 보다 견고하게 전시를 계획하고 구현할 수 있는 비결이죠.
외국에 비해 국내에서는 전시공간 디자인의 중요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나요?
점점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처음 실무를 시작할 때와 비교하면 우리 박물관의 경우도 디자인 인력이 증원됐고 공간에서 시각, 영상까지 전문분야 구성이 다양해졌습니다. 국립박물관의 경우 디자인팀 또는 디자인담당자를 두는 경우도 많아졌고요.
그런데 전시디자인의 필요성과 역할에 비해 뮤지엄 디자이너의 처우에 있어서는 인식의 변화가 더딘 것 같습니다. 뮤지엄 개관식에 건축가가 당연히 초대되는 외국과 달리 한국은 건축가가 초대받지 못하는 문제가 여러 번 언론에 회자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뮤지엄 내부에서도 그렇습니다. 전시를 개막하면 함께 역할을 했음에도 기획자 중심으로 전시의 공이 돌아가죠. 이것은 관내 포상이나 인사에서도 이어집니다. 이런 부분에는 분명 인식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박물관의 전시공간 디자인은 어떤 점들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뮤지엄도 병원, 학교 등 특수 용도의 건축처럼 그들만의 공간프로그램과 컨디션이 요구되는데 건축설계시 이런 부분이 간과되고 조형위주로만 지어져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뮤지엄들이 그들만의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디자인이나 연출이 적용되는 점은 반드시 개선이 되어야 합니다.
특히, 인하우스 디자이너가 없는 경우 학예사들이 콘텐츠 기획만이 아닌 본인들의 시각정체성에 대한 안목과 방향성을 가져야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00업체 스타일’이라는 우스개 소리처럼 뮤지엄의 고유 스타일이 아닌 전시를 담당하는 외주업체의 컬러로 전시가 구성돼 버립니다. 그러기에 뮤지엄에 디자인 전문인력 확충이 필요하기도 하고요.
우리나라 박물관계 또는 박물관 행정에 바라는 점은?
뮤지엄 공간과 콘텐츠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없는 행정 전문가가 조형성 중심으로 뮤지엄을 신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준공 후 운영 시 많은 문제점들이 발견됩니다. 일례로 거대한 유물이 반입돼야 하는데 개구부나 통로에 사전 고려가 안되어서 벽을 부수고 유물을 넣는다던지, 빛에 취약한 유물을 담을 전시실에 자연광이 쏟아지는 통창이 설치돼 다시 벽을 치는 이중 공사를 하는 일 등이 그렇습니다. 단순한 사례지만 그간 흔한 일이었습니다.
또한, 비뮤지엄계 출신 관장이 부임하면 전문인력에게 전혀 다른 분야의 업무를 할당하기도 합니다. 인력의 효율적 운영측면에서 안타까움이 있죠. 뮤지엄 건립과 운영에 뮤지엄 전문가들이 없어서 벌어지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전문인력 구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다 보니 꼭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김홍남 전 관장님과 같은 혜안입니다.
학예사(큐레이터) 직업에 대한 자부심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다시 태어나도 하고싶은 일이에요. 전시업무의 매력은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고 끊임없이 공부하게 하는 점인데, 무엇보다 전시가 사람들에게 지식 뿐 아니라 영감과 힐링을 준다는 점입니다. 즐겁게 때론 진지하게 전시를 관람하는 관람객을 마주할 때면 과정의 힘듬이 눈녹듯 사라져요. 소싯적 장래희망이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였는데, 뮤지엄 학예사가 되고 보니 그 꿈은 이룬 것 같습니다.
새해를 맞이해서 특별한 계획이 있나요?
올해초 갑작스러운 인사로 서울 본관에서 유물수장고가 있는 파주로 근무지가 옮겨졌습니다. 개방형수장고 컨셉으로 지어져 개관한 지 막 1주년을 맞이한 새로운 공간인데 당분간은 이곳에서 공간큐레이팅의 역할을 모색해보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지천명이 되었더라고요. 2019년 발간한 <뮤지엄x여행>이라는 개인 저서가 대중 지향적이었다면, 전시디자인 분야의 후학이나 전시담당자에게 도움이 될 책을 써야겠다고 오래전부터 생각해왔는데, 그게 생각이 아니라 실천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다그쳐 봅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최미옥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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