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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한옥 통해 한국문화 알리는 이동춘 사진작가

2023-05-25

이동춘 사진작가는 한옥을 찍는다. 한옥 사진을 찍기 위해 안동에 터를 잡았을 정도다. 안동으로 이사를 한 지는 5년이 됐지만, 훨씬 오래전인 2005년부터 한옥을 카메라로 기록해왔다.

 

이동춘 작가는 한옥의 모든 것을 찍는다. 외관은 물론 기둥, 천정, 바닥 등 사람들이 잘 살피지 않는 곳까지, 한옥의 구석구석을 다 찍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녀는 한옥과 관련된 모든 것을 사진으로 찍었다. 한옥에서 사는 사람, 한옥에서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과 생활 습관까지. 

 

관혼상제(冠婚喪祭)를 다 찍었으니 한옥에서 시작해 한국의 문화를 찍은 셈이다. 한옥뿐 아니라 한식, 한복 등 전통문화에 관심이 많은 그녀는 지금도 종부와 그들의 음식을 기록하고 있다. 

 

그녀의 수많은 사진 중 한옥을 담은 사진을 추려 선보이는 전시가 5월 21일까지 류가헌 1, 2관에서 열렸다. 한옥의 차경, ‘경치를 빌리다’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에서 이동춘 작가를 만나 사진 이야기를 들었다. 

 

이동춘 사진작가

 

 

Q. 처음 한옥을 찍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일했었다. 당시 대표님이 많이 깐깐하셨다. 한옥 사진은 서양 건축물과 달라서 촬영이 쉽지 않다. 자연광에서도, 조명에 의해서도 얼룩이 생기기 때문이다. 누구든 한옥사진을 찍으면 늘 좋은 소리를 듣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육아 때문에 일을 잠시 그만두었다가 다시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프리랜서로 일을 시작했다. 그때 한옥을 맡아 달라고 했고 본격적으로 한옥을 찍었다. 인정을 받았고, 한옥 찍는 일이 즐거웠다.  

 

전시 전경

 

 

Q. 안동 한옥은 어떻게 기록하게 됐나.


프리랜서로 일을 할 때 지인이 “네 것을 해봐라”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때 한옥이 떠올랐다. 한옥을 찍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동을 가게 됐다. 안동을 가보니 임진왜란 이전의 한옥들이 있었고, 감동을 받았다. 서울에서 기록했던 한옥들과는 차별화된 원형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그 안엔 우리의 문화가 녹아 있다. 한옥에서 조상들의 삶을 읽을 수 있다. 

 

안동 병산서원

 

안동 산남정

 

 

Q. 한옥 뿐 아니라 한옥에서의 삶도 사진으로 기록했다.


이런 것들을 제대로 기록하고 싶었다. 그러다 제사를 보게 됐다. 처음엔 현대사회에서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 안에서 경건함과 아름다움을 보게 됐다. 사진으로 담고 싶었다. 

 

안동에 있으면서 한옥뿐 아니라 그 안에 스며 있는 전통, 삶의 습관들을 다 기록했다. 제사뿐 아니라 관혼상제를 모두, 하다못해 염하는 것까지 모든 걸 다 찍었다. 

 

안동 충효당

 

Q. 사진 촬영을 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


제사를 찍고 싶었는데 ‘여자라 안된다. 여자가 어디 남의 제사상에 출입을 하느냐’는 말을 들었다. 그들을 설득하는 데에만 3년이 걸렸다. 이후 온 동네 제사란 제사는 다 쫓아다녔다. 서원, 향교 등 지역을 넘어 경주 왕릉제사까지 기록했다. 

 

안동 후조당

 

 

Q. 한지에 인화를 했다. 한지를 선택한 계기는 무엇인가.


한지는 한옥의 문 종이였다. 그 제작과정이 궁금했다. 2018년부터 문경한지 제작과정을 촬영하게 됐다. 작업하는데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역시 촬영을 쉽게 허락받진 못했다. 그렇지만 그 과정을 기록하게 됐다. 

 

닥나무 껍질을 벗기는 장면

 

 

콘크리트를 부어 특수 제작한 커다란 솥에 닥나무를 넣고 밤새도록 찐다.

 

푹 쪄낸 닥나무의 껍질을 일일이 손으로 벗겨낸다. 

 

 

한지는 ‘백지(百紙)’라 한다. ‘손이 백 번 간다’해서 백지다. 봄에 닥나무를 심고, 겨울에 나뭇잎이 모두 떨어지면 나무를 베고 거대한 솥에 쪄서 껍질을 벗겨내고 속대는 불쏘시게로 활용한다. 버리는 겉 껍질과 사용할 수 있는 속 껍질을 분리하기 위해 여섯 달 동안 쭈그리고 앉아 겉피를 한 줄기 한 줄기 벗겨낸다. 너무나 고된 작업으로 직립보행을 못할 정도다. 그분들의 노고에 대해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한지를 알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지에 프린트를 하게 됐다. 

 

Q. 한지에 인화하는 작업도 쉽진 않았을 것 같다.


프린트하기가 쉽지 않다. 프린트집에서 프린트를 해주지 않겠다고 했다. 노즐이 막힌다는 이유에서였다. 웃돈을 얹어주며 그분들을 설득했다. 종이 값도 만만치 않다.

 

안동 겸암정

 

논산 돈암서원

 

 

Q. 이번 전시의 제목이 ‘차경, 경치를 빌리다’인데.


한옥의 백미가 차경이다. 대부분 한옥을 볼 때 밖에서 보고 만다. 하지만 한옥은 우리가 살았던 집이다. 그럼 집안에서 밖을 내다보아야 한다. 

 

보길도 세연정

 

 

Q. 유네스코 등재 작업 중이라고.


중국도, 일본도 한지를 쓴다. 그들은 다 유네스코에 등재가 됐다. 하지만 우린 그렇지 않다. 루브르박물관 복원지로도 한지가 쓰인다. 그럼 당연히 우리도 유네스코 등재돼야 하지 않겠나. 과거에 서원 사찰 유네스코 등재 작업을 했었는데, 그때 함께 했었던 분들을 모시고 문경에 갔다. 현재 한지 유네스코 등재 작업을 하고 있다. 

 

Q. 최근 책 <한옥.보다.읽다>를 출간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선 알아야 한다. 알아야 찍는다. 그래서 책을 만들었다. 한옥을 공부하고 싶어 책을 찾았는데 잘 설명이 돼있는 책이 없었다. 내가 아는 한옥사진에 그림도 그려서 설명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구조인지, 기왓장이 왜 이렇게 생겼는지, 한옥의 구조에 맞게 설명을 다 붙였다. 책을 만들고나서 전국의 문화해설사들로부터 연락을 많이 받았다. 모르는 사람들에게 칭찬받는 게 쉬운 일은 아닌데 보람 됐다. 

 

보성 열화정

 

 

Q.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북촌에 있는 한옥은 퓨전 한옥인데 그걸 전부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매우 많다. 문종이보다 유리가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난 우리 문화의 원형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퓨전을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한옥은 매우 효율적이다. 마루 아래에도 밑장이 깔려있다. 마루바닥이 망가지면 드러내고 밑장을 빼서 새로 끼울 수 있도록 지어졌다. 당장 건축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 수 있지만 후손을 생각하면 결코 그렇게 볼 수 없다. 또, 한옥은 나무와 흙으로만 지은 자연친화적인 건축물이다. 지난번 경주 지진때도 한옥은 기왓장만 떨어졌지 집은 무너지지 않았다. 퓨전을 말하기 전에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알고, 이런 우리의 공법, 원형이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Q. 한국의 문화, 지역 콘텐츠를 알리고 있다. 어떤 계획이 있나.


꾸준히 책을 만들고 싶다. 한국사람들이 우리 문화를 잘 모른다. 외국인들이 오히려 우리 문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내가 하는 활동이 한국 사람들이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작은 모티브가 됐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현재 책을 영문으로 번역하고 있다. 단행본의 사진들을 화보집으로 만들 계획이다. 또, 민가의 한옥 화보집 외에 궁궐속의 한옥을 주제로 책을 만들려고 한다. 한옥으로서 가장 화려하다 할 수 있는 낙선재와 연경당 창호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보여주고자 한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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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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