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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한국 고유의 건축미 세 권의 책에 담은 이동춘 작가 

2024-07-27

이동춘 작가는 한옥을 찍는 작가다. 20여 년간 한옥사진을 찍어오면서 한옥의 건축물은 물론 눈에 띄지 않는 부분, 한옥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과 습관까지, 한옥의 모든 문화를 담아냈다. 

 

이동춘 작가는 20여 년간 한옥의 원형을 카메라에 담아왔다. 

 

 

이동춘 작가가 한옥에 빠지게 된 것은 안동에서 임진왜란 이전에 지어진 작고 오래된 한옥을 보게 된 이후였다고 한다. 400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어느 한 곳 기울어짐 없이 당당한 한옥을 본 그녀는 그간 보아왔던 수많은 퓨전 한옥과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고, 그때부터 전통 한옥을 찍게 되었다. 

 

이동춘 작가는 우리 한옥의 원형 그대로를 기록해 남기고자 한다. 그런 그녀가 전통 건축의 숨결이 담긴 사진들을 모아 3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우리나라 고유의 건축미를 세세하게 담은 이 책들은 <한옥·보다·읽다>,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한옥>, <궁궐 속의 한옥, 연경당과 낙선재>다. 

 

<한옥·보다·읽다> 영문판

 

 

홍형옥 교수가 글을 쓰고 이동춘 작가가 사진을 찍은 <한옥·보다·읽다>는 우리 주거문화 유산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책이다. 혼인, 가계 계승, 가부장의 가치관, 남녀신분 등 미시사회학적인 관점으로 한옥을 서술한 점에서 다른 한옥 책과는 차별화된 이 책은 한옥의 요소를 통해 우리 전통 문화에 대한 이해를 제공한다. 이번에 선보이는 <한옥·보다·읽다>는 기존의 <한옥·보다·읽다>를 리뉴얼한 영문판으로, 한옥의 가치와 역사, 지혜롭고 과학적인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리고자 기획이 되었다. 한옥의 외부 및 내부공간, 한옥의 목구조라는 틀 안에서 63개 장면을 키워드로 이면을 읽어내는 것이 특징으로, 한옥을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의 내용이 재구성되어 출간이 되었다.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한옥>과 <궁궐 속의 한옥, 연경당과 낙선재>는 이동춘 작가의 사진집이다. ‘덤벙주초’는 ‘주변에 굴러다니는 적당한 크기의 돌을 주워다가 가공하지 않고 ‘덤벙덤벙’ 놓아 주초석으로 삼은 것’으로, 민간의 한옥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지어졌다 한다. 궁궐 속의 한옥은 덤벙주초 위에 지어진 민가와 달리 잘 다듬어진 숙석 위에 지어졌다. 이동춘 작가는 민가의 한옥과 궁궐 속 한옥 각각의 특징을 두 권의 책으로 나눠 보여준다. 

 

 

 

<덤벙주초 위에 세운 집, 한옥> 표지 및 내지 이미지

 

 

 

<궁궐 속의 한옥, 연경당과 낙선재> 표지 및 내지 이미지

 

 

이 세 권의 책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접해왔던 한옥책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한옥에 대한 다른 이야기, 새로운 모습을 담은 세 권의 책. 이동춘 사진작가로부터 책에 관해 들었다. 

 

Q. <한옥·보다·읽다> 영문판을 선보였다. 가장 공들인 부분은 무엇인가. 


2021년 <한옥·보다·읽다>를 발간했다. 당시 책을 발간하면서 영문판도 제작하면 좋겠다 생각했다. 책이 나온 후 바로 번역 작업에 들어갔는데, 어려운 영어로 번역이 되어 일반인들이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번역에 들어갔고 어린시절부터 한국문화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 출신 번역가의 도움을 받아 새롭게 번역작업을 했다. 외국인들의 좀 더 쉬운 이해를 위해 주석을 모두 본문에 녹여 새롭게 작업했다. 시간이 많이 걸린 만큼 완성도가 무척 높아졌다. 

 

Q. 다른 두 권의 책은 어떻게 기획이 되었나. 


그동안 찍은 사진이 워낙 많으니 <한옥·보다·읽다> 영문판과 함께 사진집을 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궁궐 속한옥을 10년간 촬영해왔다. 민가의 한옥과 궁궐의 한옥을 따로 분리시켜 차별화된 두 한옥을 선보이고자 했다. 숙석을 사용해 민가에서는 볼 수 없는 화려한 문양, 염원이 담긴 집의 모습을 보여주는 궁궐 속의 한옥과 덤벙주초에 세운 민간의 한옥을 분류해 선보이게 됐다. 

 

Q. 기존의 한옥책과는 접근방식부터 다른 것 같은데. 


한옥과 관련된 단행본들은 있지만 사진집의 형태로 한옥의 원형을 보여준 책은 없었다. 책을 내게 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한옥사진집 출간은 개인이 진행하기에 힘든 프로젝트이긴 하다. 

 

Q. 책을 만들면서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비용적인 부분이다. 무척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 펀딩으로 책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화여고 선후배들의 도움이 무척 컸다. 그간의 나의 활동을 알고 계신 선후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도움을 주셨다.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Q. 오랜 시간 한옥을 찍어오면서 느꼈던 부분이 있다면. 


나는 한옥의 원형을 찍는다. 내가 원형을 찍는 이유는 원형이 지닌 본뜻을 전하기 위해서다. 방송매체에서 보여지는 한옥, 혹은 흔히 볼 수 있는 북촌의 한옥에는 우리 문화의 원형을 배제한 상태에서 퓨전으로 지어진 집들이 많다. 

 

예를 들어 처마의 길이가 원형대로 지으면 비가 와도 집안에 비가 들이치지 않는다. 하지만 멋이나 비용절감 등을 이유로 처마를 제대로 빼지 않으면 툇마루에 비가 들이쳐서 마루가 썩게 된다. 또, 요즘 퓨전한옥에는 창호지대신 유리창을 많이 쓰는데 이로 인해 습도조절, 환풍 등 순환의 문제가 발생한다. 전통 한옥의 대청마루는 그 구조로 인해 무더운 여름날 시원한 바람을 일으킨다. 뒷마당에 나무를 심어 반사율을 줄이고 온도를 낮추며 판장문을 통해 공기의 순환을 일으키는 지혜 등을 한옥의 원형을 통해 배울 수 있다. 

 

Q. 책을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원형에서 볼 수 있는 것들을 놓치는 모습들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많이 느꼈다. 원형을 잘 안다면 그런 실수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원형을 기록하는 것에 집중을 하게 된 것이다. <행복이가득한집>의 사진기자로 활동할 당시엔 나 역시 원형을 모른 채 퓨전한옥이 좋다고만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집은 다 똑같지 않나’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 그런 것들을 나 스스로가 사진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jsw@jungle.co.kr)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이동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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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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