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08
‘2024 공예트렌드페어(이하 공트페)’가 지난달 15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일상명품’을 주제로 열린 이번 페어는 우리 삶의 모든 중요한 순간, 늘 우리 곁에 있는 일상 속 명품인 공예, 일상명품으로서의 공예를 보여주었다.
2024 공예트렌드페어 전시장 입구 (사진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이번 공트페의 핵심 가치를 전달하는 주제관에서는 ‘자연의 선(線), 마음의 선(禪)’을 주제로 한 전시가 열렸다. 한국 문화의 중심을 지켜온 ‘선’의 이야기를 통해 공예의 물성과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달했다.
올해 19회를 맞이한 공트페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공예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증명하듯 많은 관람객들이 행사장을 찾았고, 행사장에서는 공예문화산업의 활성화뿐 아니라 해외시장 확대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펼쳐졌다. 이를 통해 행사기간 동안에는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거래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2024 공예트렌드페어 전경 (사진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특히, 올해 공트페는 총괄감독제라는 특별한 방식을 선보였다. 기존에 예술감독이 주제관만을 맡아 전시를 기획했던 방식과 달리, 총괄감독이 각 공간은 물론 전체 행사를 총괄한 것. 이를 통해 2024 공트페는 통일감 있고, 짜임새 있는 모습으로 완성이 됐다.
이번 공트페의 총괄감독은 강재영 예술감독이 맡았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예술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환기미술관 큐레이터로 시작, 경기도자비엔날레 전시팀장을 역임한 강재영 예술감독은 2008년부터 프리랜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북경 난장트리엔날레 공동큐레이터, 부산 F1963 총감독, 2021-21 밀라노 한국공예전,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감독 등을 맡으며 예술과 공예, 디자인을 넘나드는 기획을 펼쳐왔다.
2024 공예트렌드페어 강재영 예술감독
다양한 장르에 대한 전시 기획과 감독의 역할을 통해 쌓아온 강재영 예술감독의 경험은 이번 행사를 유기적으로 완성시켰고, 공예를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만들었으며, 일상 속 각자의 의미와 가치가 담긴 공예에 대해 돌아보게 했다.
강재영 예술감독으로부터 2024 공트페에 관해 물었다.
Q. 이번 공트페의 주제 선정은 어떻게 이루어졌나.
19회를 맞이하는 공예트렌드페어는 공예가와 일반 소비자, 관객을 연결하는 공예 유통뿐만 아니라, 한국의 공예문화를 알리는 대표적인 행사입니다. ‘일상명품’이란 주제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 반짝이는,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공예품을 말합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추구하는 시대, 공예가와 사용자 사이의 접점을 최대한 넓혀 공예 콜렉팅 문화를 일상 속으로 들여오고, 한국 공예를 만나는 섬세한 여정을 지속적으로 생성하고 연결하고자 한 것입니다.
주제관 (사진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Q. 주제 ‘일상명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나.
어떻게 하면 공예가 국민들의 일상에 스며들고, 공예의 아름다움과 쓰임을 알릴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공예는 사용자가 완성하는 미학입니다. 사용된, 사용하는, 사용될 물건에 대한 애착과 진정한 공예의 가치를 탐색하는 일은 공예를 소비하는 사용자의 몫입니다.
공예를 소비한다는 것은 남과 다른 것을 사는 똑같지 않은 가치를 찾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잘 만들어진 물건을 신중히 구매하고, 오래 사용하는 것은 똑똑한 선택이자, 친환경과 생태를 고민하는 윤리적 양심적 소비를 지향하는 태도입니다. ‘일상명품’이란 주제 아래 모두가 공예를 사랑하는 태도를 가지길 바라는 마음이었죠.
주제관 전시 전경 (사진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Q. 이번 공트페의 예술감독을 맡으면서 가장 중점을 두었던 내용은 무엇인가.
공예가, 기획자, 기관, 콜렉터 등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협력으로 단순히 상업적 플랫폼을 넘어 문화 교류의 장이 되기 바랐습니다. 코로나 이후 중단되었던 해외교류의 장으로서 해외초청관을 부활시켰습니다. 일본, 대만, 이태리 등 공예 기관과 갤러리가 참여하였고, 한국 공예가들과의 네트워크뿐만 아니라 공예 애호가들과 적극적인 공예 체험 행사들을 기획하여 많은 관람객들이 참여하였습니다.
또한, 국내외 공예 및 문화예술 연사들이 참여하는 세미나와 전문가들이 가이드하는 전시 투어 프로그램들이 있었습니다. 공예 유통의 장을 넘어 공예문화를 향유하는 네트워크의 장이 되었습니다.
Q. 전체적으로 행사를 감독하면서 변화를 주고자 했던 부분, 과거의 행사와 달리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은 무엇인가.
모든 참여 주체들이 만족해하는 공트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부스 하나를 신청하는 신진공예가들부터, 작가들이 힘을 합쳐 공동 부스를 운영하는 공예가들, 갤러리, 협력기업, 기관 모두가 각각의 목적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하는 일이었습니다. ‘일상명품’이란 주제에 대해 생각을 공유할 수 있도록 질문지도 돌려보고, 공트페를 통해 어떻게 공예가들이 더 나은 공예 생태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싶었습니다.
2024 공예트렌드페어 프로그램 (사진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Q. 작품 큐레이션부터 동선까지 전체적인 부분을 총괄했는데, 가장 신경을 썼던 점,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참여자들을 선정하는 절차와 심사, 주제전을 통한 작품 큐레이션, 금속, 도자, 섬유, 나무 등 재료별, 공예 아이템별 관람객의 편의에 중점을 두고 부스 배치와 동선 계획을 짰습니다.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여러 번의 수정 절차를 거쳐서 진행했습니다.
어려웠던 점 보다는 정성을 기울이고, 많은 회의와 의견 수렴을 하는 절차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정성을 기울이는 만큼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총괄감독에게도 공트페의 전체적인 그림을 설계하고, 참여자들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Q. 올해 공트페의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올해 신진공예가관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참여한 20-30대 젊은 공예가들이 많이 참여하였습니다. 공예와 예술의 경계를 허무는 세련되고 참신한 현대공예의 면모를 보여주는 관이었는데, 참여 공예가들의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공트페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이웃 일본의 공예 전문 갤러리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왔다가, 한국 공예가들을 픽업하고 구매한 사례들을 보면서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었죠. 대체적으로 참가 공예가들의 작업들이 질적으로 상향되었고, 현장 판매뿐만 아니라 바이어들과 상담하여 주문까지 받는 예들을 보면서, 공예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는 공예 시장 확대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사진출처: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Q. 공예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한국 공예 생태계를 보면, 공예가들은 이미 준비가 되어 있는데, 공예매개자(큐레이터, 머천다이저 등)들과 공예 전문 갤러리, 비평가들이 부족한 한계가 있습니다. 공예문화의 향유와 유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전문 갤러리들이 활발해지길 바라며 공예 담론 확산을 위한 기획과 비평의 장이 확대되길 기대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국제적인 공예 플랫폼으로서 청주공예비엔날레를 통해 세계 현대 공예계의 흐름과 경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2023년에 이어 연임으로 예술감독이 된 만큼 그동안 쌓아왔던 노하우를 십분 살려서 더욱 알찬 기획을 하고자 합니다. 내년 청주공예비엔날레에도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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