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1-29
영원성, 무한함을 떠오르게 하는 구를 통해 거대한 생명력, 연결과 공존을 말하는 작가가 있다. 설치미술가이자 조각가인 신한철 작가이다.
신한철 작가
신한철 작가의 구체 작업들은 여러 개의 구의 연결로 이루어져 있다. 마치 수많은 비누방울들이 이어진 거품과도 같이 얽혀 있는 구는 서로 공존하며 확장을 이루고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된 표면은 매끄럽게 반짝인다. 이러한 모습은 은하계에 퍼져 있는 별을 닮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작가가 표현하는 구체 형상들은 바로 생명력을 지닌 무한한 생명체라 할 수 있다.
신한철 작가는 평생 구를 탐구해왔다. 구라는 생명체를 통해 내, 외부의 에너지의 흐름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했던 그는 서울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할 무렵부터 구로 작업을 해왔다. 서울대학교 조소과 석사 시절에도 구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었고, 그때부터 시작된 구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다.
신한철 작가의 초기작, 1995
당시에는 국내외 어디에서도 구를 가지고 작업을 하는 작가가 없었다. 처음으로 구를 사용해 작업을 시작했던 그는 초기에는 완벽한 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당시 미술계를 주름잡았던 갤러리 현대에서의 개인전을 통해 1999년 그의 작업은 세상에 알려졌고, 그는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더욱 확장된 작업을 위해 형태에서 벗어나고자 한 그는 다양한 형태의 구 오브제를 만들어냈고, 다양한 재료와 소재들을 활용해 세상에 없었던 구 작업을 선보였다.
신한철 작가의 갤러리 현대 개인전 전경, 1999
신한철 작가의 금호미술관 개인전 전경, 2000
우리나라 조각가 중 최초로 조각에 우레탄을 활용하여 색을 입힌 그는 작업에 대해 ‘키치’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작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마침내 여러 개의 서로 다른 크기의 구들은 서로 관계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스테인리스 소재의 구를 사용한 것 역시 그가 최초였다. 신한철 작가는 구를 쌓아 올린 작품을 선보였던 아니쉬 카푸어보다 훨씬 더 먼저 이러한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전쟁기념관 6.25 50주년 상징조형물을 제작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조각으로 손꼽히는 이 작품은 그가 3년간 모든 것을 쏟아부어 완성한 역작이다. 2001년 당시 예산만 80억에 달하는 규모로, 지금까지도 그렇게 큰 규모의 프로젝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청동검과 생명수 나무>라는 제목의 작품은 높이가 27미터에 이른다. 그는 우리의 특별한 역사와 문화가 담긴 양식 세형동검을 통해 문화적인 자존심을 나타내고자 했다. 인물 동상은 38개로 이루어졌으며, 작품은 모두 브론즈로 제작되었다. 전쟁기념관 상징조형물은 2003년 7월에 준공이 되었다.
신한철 작가의 6.25 전쟁 50주년 상징조형물, 2003
신한철 작가는 대형 스케일의 야외 조형물도 활발히 제작했다. 이후 2017년부터는 작업을 통해 좀더 본격적으로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기로 했다. 수많은 구를 잇고 연결한 그는 벽에 걸거나 천장에 매다는 방식의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다.
신한철 작가의 원화랑 개인전 전경, 2004
신한철 작가의 크링 개인전 전경, 2009
강정보 디아크 전시 전경
광교 중흥S-클래스 작품 설치
아셈타워 작품 설치
칭따오 조소원 야외조각공원 작품 설치
사방으로 붙어있는 구로 인해 작품은 두는 방향에 따라 다른 느낌을 준다. 벽에 걸 수 있도록 제작한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속이 비어 있어 무겁지 않은 그의 작품은 시계를 걸 듯 간단하게 벽에 걸 수 있는데, 거는 방향에 따라 새로운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다.
그의 작품은 국가문화재로 지정이 된 서울대학교병원 건물에도 설치가 되어 있다. 2022년 1월 생명적인 요소, 음과 양의 조화를 담은 그의 작품이 그곳에 설치되었다.
서울대병원에 설치된 신한철 작가의 작품
현재 신한철 작가가 작품을 통해 전하는 주제는 ‘Infinity Sphere’로, 그는 최근 설치작업을 중점적으로 해 나가고 있다. 와이어에 구를 달아 천정에 설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작업을 통해 구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그는 더욱 넓어진 무한한 구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한다. 연결과 공존, 생명력과 확장에 대한 메시지는 더 강력해졌다. 구의 설치를 통해 거대한 우주를 만드는 것이 그의 새로운 목표다.
웅갤러리 전시 전경
유튜브 어워드 전시 전경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전시 전경
포항시립미술관 전시 전경
신한철 작가의 작업실
신한철 작가가 작업에 사용하는 도구들
신한철 작가는 지난 12월 마이애미에서 세계인들에게 작품을 선보였다. 오는 4월 25일부터 5월 25일까지는 삼청동에 위치한 아트파크 갤러리에서 22번째 개인전을 통해 설치 작업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게 된다. 그는 전시를 통해 생명체의 무한한 성장과 확산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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