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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포커스 인터뷰] “휘어진 시공간, 곽철안 작가의 조형적 상상력” – 디자인과 순수예술의 경계를 허물다

2025-02-03

거대한 나무가 유려한 곡선을 뽐낸다. 아름다운 운율처럼 자유롭게 휘어진 모습은 재료의 물성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다시 보아도 나무가 분명하다. 마치 부드러운 붓으로 가볍게 그려낸 선처럼 자리하고 있는 나무는 어떻게 이러한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곽철안 작가의 작품 설치 전경 (사진제공 : 곽철안 작가)

 

곽철안 작가 (사진제공 : 곽철안 작가)

 

 

곽철안 작가는 나무를 이용해 조각작품을 만든다. 나무를 조각한다 하면 커다란 나무 덩어리를 깎아내는 과정을 떠올리게 되지만 그는 여기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돌 조각과도 같은 작업 과정이 과연 나무 작업에 적합한 것일까에 대해 의문을 가졌던 그는 나무의 물성에 대해 생각했고, 잘 휘는 나무의 특성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는 나무를 휘어 작품을 제작한다. 잘 휘어지는 벤딩 목재를 사용하여 여러 면을 붙여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 

 

곡선으로 이루어진 그의 작업을 펼친다고 생각하면 결국 직육면체다. 직육면체의 형태가 곡선을 이루는 셈이다. 휘어져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육면체를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그는 휘어져 있는 시공간에서 휘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한다. 

 

 

 

곽철안 작가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곽철안 작가)

 

 

이러한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 그는 3D를 사용한다. 그는 자신의 작업에 대해 ‘종이접기’를 예로 들었다. 형태를 디자인한후 3D 프로그램을 통해 전개도를 만들고 그 모양대로 출력을 하여 불륨감 있는 작품으로 완성시킨다. 무척 디자인적인 방법론이다. 유닛으로 이루어진 작품도 있다. 볼트로 결합, 분리가 되는 이 작품은 해체와 재설치가 가능하다. 

 

나무를 깎아낸 것이 아닌 나무판을 조립하는 방식의 그의 작품은 그래서 가볍다. 속이 비어있는형태로 제작되는 작품은 거대한 크기지만 가볍기 때문에 벽에 걸기에도 용이하다. 

 

작업에 대한 그의 이러한 ‘디자인적인 방법론’은 디자인을 전공한 그의 배경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원래 가구디자인을 전공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목조형가구학과를 졸업하고 네덜란드 디자인 아카데미 아인트호벤 대학원에서 석사를 마친 그는 디자인 사무실을 운영하며 가구를 제작하기도 했다. 가구를 디자인하며 공간과의 조화, 대중들의 선호도, 소통 방식 등 다각적인 분야에 대한 경험을 쌓은 그는 작업에도 이러한 접근방식을 사용한다. 

 

 

 

곽철안 작가는 가구디자인부터 순수 조형까지 자유롭게 경계를 넘나든다. (사진제공 : 곽철안 작가)

 

 

그는 가구디자인에서 출발하여 순수 조형까지 그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그는 여전히 가구로 활용될 수 있는 작업들을 선보이고 있지만 그의 작업은 확장되었다. 외부 맥락에 의해 결과물이 존재하는 디자인과 달리, 조형 작업을 통해 작가 자신의 가치를 내보일 수 있는 작품을 하고자 했다. 조형 작업을 통해 훨씬 더 큰 해방감을 맛보았다는 그는 순수작업을 지향한다.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고자 하는 그에게 재료는 무척이나 중요한 요소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나무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는 우리나라 전통 기와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초창기 작업의 재료도 기와였다. 너구리가마에서 전통방식으로 구워진 기와는 모두 다른 색을 낸다. 그는 작업에서 제각기 깊은 색을 내는 기와들을 붙여 조형물을 만들었다. 

 

그의 작업실 한쪽에서도 이러한 기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기와를 보여주며 같은 기와지만 한 장 한 장 모두 다른 색감에 대해 말했다. 흑부터 백까지의 그레이 스케일을 통해 우주를 이야기할 수 있다는 그는 눈이 쌓인 기와에서 느껴지는 감수성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했다. 그는 현재 기와를 직접적인 재료로 사용하는 것을 넘어 기와를 갈고 미디엄과 섞어 페인팅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기와라는 소재를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만들고자 하는 그는 기와를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정체성과 언어를 찾고자 한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 깊이 내재된 한국적인 정서가 작품에도 담겨있다고 설명한다. 한국 작가로서한국적 정서를 최대한 살리기 위한 방향을 세운 그는 한옥 대들보의 자유로운 곡선의 느낌을 차용하고, 농담을 만든다는 은유적인 느낌을 표현하고자 한다. 

 

곽철안 작가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 : 곽철안 작가)

 

 

곽철안 작가의 작품 설치 전경 (사진제공 : 곽철안 작가)

 

 

그의 작품은 수많은 장소에 설치되었다. 실내, 외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그의 작업은 건축미술로 각광받는다. 건축미술은 순수 조각의 한 영역을 담당하고 있지만 사실 디자인에 더 가깝다. 가장 환경적인 맥락을 많이 고려해야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작품이 놓일 장소에 대한 연구, 누구나가 좋아할 만한 작품에 대한 구상, 작품 설치 후 유지 및 보수 등 많은 부분을 만족시켜야 하는 건축미술에 대해 그는 모든 포인트가 디자인과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건축미술의 시작이 된 것은 한글박물관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그는 가로, 세로, 2.4m 규모의 ‘ㅁ’을 만들어 설치했다. 당시 공예가, 디자이너 중에서 그 정도 규모의 작업을 소화할 수 있는 조형적 기법을 선보였던 작가는 많지 않았다. 이후 한 신문사 사옥 카페에 2X3m 크기의 벤치를 설치한 후 그는 본격적으로 건축미술 작품에 대한 의뢰를 받기 시작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40평 규모의 공간을 가득 채운 작품을 설치했다. 

 

 

작업실에서의 곽철안 작가

 

 

그는 시대 정신을 상징할 수 있는 작가가 되고자 한다. 이 시대에 존재해야 하는 가치가 있는 창작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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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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