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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인터뷰] “디지털 대전환의 열쇠는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다” – 문용식 전 NIA 원장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 

2025-04-04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전 한국정보화진흥원, NIA) 문용식 전 원장은 디지털 정책 전문가다. 대한민국 벤처1세대로, 우리나라의 IT 산업을 선두에서 이끌어온 그는 나우콤의 창립 멤버로 대표이사를 지내며 피디박스, 클럽박스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동영상 공유 채널의 역할을 이끌었고, 아프리카TV를 출시한 후 최초로 도입한 별풍선은 전 세계에서 개인 방송 및 디지털 서비스 수익구조 형성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문용식 전 NIA 원장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14대 원장직을 맡았던 그는 디지털 정부를 구현하며 디지털 시민 역량강화에 힘썼다. ‘디지털 뉴딜’ 사업을 최초로 기획, 제안한 그는 ‘디지털 정부’, ‘데이터 고속도로’, ‘디지털 시민역량 강화’의 ‘디지털 전환 3대 국가 아젠다’를 통해 국가 디지털 혁신을 이끌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데이터 경제 활성화에 앞장서온 그는 한국판 뉴딜, 데이터 경제선언, 디지털 정부혁신, 디지털 포용 정책, 코로나 시기 마스크 앱과 백신 예약 시스템 등을 완성시키기도 했다. 

 

디지털을 통한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내다보며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고 우리의 삶을 변화시킨 그는 디지털로의 전환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강조해왔다. 이제 그는 혁신을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를 통해서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문용식 지음, 클라우드나인 표지 이미지

 

 

지금 이 시대의 디지털 정책의 한계에 대해 지적하며, 우리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그는 대한민국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8가지 방안을 내놓는다. 디지털 정책 현장의 사례와 비판, 대안 등을 제시하는 이 책에서 그는 디지털 대전환의 발목을 잡는 레거시 시스템을 바꾸고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Q. 국사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디지털 분야에서 활동하게 됐나.


30대와 40대, 20년 동안 IT기업에서 일을 했는데, IT기업을 경영하는 일을 했지, 개발자나 디자이너 일을 한 건 아니다. 현대자동차를 창업한 정주영 회장이나 포니 정이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정세영 회장 같은 분이 자동차 기업을 일으켰지만, 기계공학 전공자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IT 개발자는 아니지만 IT 기업을 경영하려면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기업 조직원의 절반 이상이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개발자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려고 무척 많은 노력을 했다. 

 

Q. 나우콤 창립멤버로 PC통신의 변혁을 이끌며 피디박스, 클럽박스 등의 서비스를 런칭했고, 아프리카TV를 출시하는 등 새로운 문화를 이끌어냈다. 어떻게 이런 성공을 이끌었나.


PC통신 나우누리와 아프리카TV 등이 성공을 거두자 주변에서 나에게 선견지명이 있다고 칭찬을 하더라. 어떻게 그런 선견지명을 가지게 되었냐고 묻기도 하고. 사실을 말하자면, 선견지명이 있어서 성공한 서비스를 만들어 낸 것이 아니다. 선견지명보다는 호구지책에 가깝다. 젊은 시절 부모님이 물려준 별다른 자본도 없고, 대기업에 취업할 수도 없었다. 오로지 아이디어 하나로 승부를 봐야 했다. 아프리카TV도 망해가는 회사를 살려내려고 죽을 둥 살 둥 몸부림치다 겨우 성공시켰다. 

 

물론 사업이 기획 아이디어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아이디어를 뒷받침하는 기술 경쟁력이 중요하다. ‘인터넷에서 누구나 무료로 방송하는 개인방송 플랫폼’이라는 아프리카TV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 3년간 R&D를 했다. 회선 비용 구조를 획기적으로 낮추는 R&D가 성공한 덕분에 아프리카TV를 출시할 수 있었다. 

 

20년간 IT기업 경영을 하면서 사업 성공의 요체가 무엇인지는 알겠더라. 트렌드, 타이밍, 조직력 (팀웍) 등 세 가지가 핵심이다. 첫째, 트렌드는 세상과 기술이 변해가는 흐름을 파악하는 지혜를 말한다. 사업은 트렌드에 올라타야 성공한다. 둘째, 타이밍은 적절한 시점에 결단하는 실행의 용기다. 너무 빨라도 시장 개척이 힘들고, 너무 늦으면 경쟁 구도 속에 비집고 들어가기가 힘들어진다. 셋째, 조직력은 기술적인 우위와 경쟁력을 유지하는 팀웍 능력이다. 팀웍을 만들어내는 조화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Q. 디지털 서비스 수익구조 형성에 큰 역할을 했다. 당시 어떻게 디지털 서비스에 대해 내다보게 됐나. 


20년 사업을 하면서 다양한 수익구조, 수익모델을 경험했다. PC통신 나우누리는 유료회원제 모델이었고, PD박스 등 웹스토리지 서비스는 차별적인 기능에 요금을 부과하는 수익모델이었다. 아프리카TV는 광고모델을 기반으로 별풍선으로 대표되는 기부형 모델을 시도했다. 

 

디지털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고유의 콘텐츠나 플랫폼을 무료로 제공하여 많은 사용자를 불러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 서비스 사용자만 많다면 이를 바탕으로 수익모델은 다양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경기장에 관람객이 가득하면 관람객 대상으로 오징어도 팔고 땅콩도 팔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중에서 아프리카TV의 별풍선 아이템은 세계 최초의 수익모델이다. 유튜브가 ‘수퍼챗’이라는 이름으로 8년 후에 뒤따라 하더라. 아프리카TV 별풍선과 같은 유료 아이템은 ‘디지털 팁(Digital Tipping)’ 또는 ‘가상 선물(Virtual Gifting)’이라고 불린다. 이는 광고 수익에만 의존하지 않고 크리에이터와 플랫폼 모두에게 추가적인 수익원을 제공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문용식 전 NIA 원장

 

 

Q. NIA 원장을 역임하며 많은 디지털 정책을 추진했다. 이러한 배경과 추구하고자 했던 방향은 무엇이었나. 


2018년부터 2022년 6월까지 만 4년 2개월 동안 NIA 원장으로 일했다. 운이 좋았던지 NIA 원장 재임 동안 대한민국 국가정보화의 주요 정책을 제안하고 추진할 수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뉴딜’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의 최대 규모의 국가사업이 ‘한국판 뉴딜’이고, 한국판 뉴딜의 핵심사업이 ‘디지털 뉴딜’이었다. 영광스럽게도 디지털 뉴딜의 설계자이자 최초 제안자라는 영예를 얻었다.  

 

임기 내내 데이터 경제, 디지털 정부혁신, 디지털 포용 등 국가 디지털 전환 3대 아젠다에 집중했다. 다행스럽게도 3대 아젠다 모두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책으로 확정, 추진이 됐다. 데이터 경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데이터 경제 활성화 선언 이후 AI와 함께 국가경제의 새로운 키워드가 됐다. ‘디지털 정부혁신 추진계획’은 1년 반의 노력 끝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공식화됐다. 디지털 포용은 디지털 뉴딜의 주요사업이 되었고, 지난 2024년 정기국회에서 디지털포용법이 정식 제정됐다. 

 

나는 디지털 혁신에 대한민국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국가사회의 디지털 전환, AI 전환을 제대로 이루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AI는 향후 50년간 세계 경제와 정치 질서를 좌우할 메가 트렌드이기 때문에 국가의 명운을 걸고 집중해야 한다. 

 

 

문용식 전 NIA 원장은 디지털 뉴딜의 설계자이자 최초 제안자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훈장증을 받기도 했다. 

 

 

Q. 사회의 흐름, 문화적 변화를 어떻게 감지하나.


사업 성공의 세가지 요체 중 첫번째로 꼽은 것이 ‘트렌드’에 대한 파악이었다. 사회 변화, 문화 변화, 기술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트렌드에 대한 이해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트렌드에 올라타면 성공하고, 트렌드를 거스르면 망한다. 트렌드를 잘 파악하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고, 다양한 분야의 실력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많이 고민하고, 항상 안테나를 높이 세우고 있어야 한다. 트렌드 파악에는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필요하다.


아프리카TV를 기획할 때 집중적으로 던졌던 질문이 하나 있었다. “5년후에 인터넷의 대세는 무엇인가?” 답을 찾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때가 2000년 초였다.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 인터넷’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동영상 서비스를 준비했다. 

 

NIA 원장에 부임할 때 주변의 전문가들에게 무수히 질문했다. “국가사회 디지털 전환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가 무엇인가?”, “당신이 NIA 원장이라면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놀랍게도 전문가 열에 아홉이 데이터 문제를 꼽았다. 그래서 나는 취임 초부터 만 4년 동안 데이터 문제에 집중했다. “한 놈만 팬다”는 유명한 영화 대사처럼 나는 ‘데이터 한 놈만 팬다’는 생각으로 일을 했다.

 

Q.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_ 디지털 선도국가 부활의 길>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


NIA는 대한민국 국가정보화의 산 증인과도 같은 기관이다. NIA 내부에는 지난 30여 년 동안 데이터, 네트워크, AI, 클라우드, 전자정부 등의 국가정보화 사업을 주관하면서 얻은 경험과 정보, 국내외 전문가 네트워크가 엄청나게 축적되어 있다. NIA 원장으로 일하면서 이 모든 자산과 성과를 흡수할 수 있었다. 

 

디지털 정책에는 혁신기술에 대한 이해, 산업 트렌드와 민간기업에 대한 이해, 공공의 법·제도·시스템에 대한 이해 등, 삼박자가 모두 필요하다. 현실에서 이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기는 극히 어렵다. 나 역시 IT기업에서 20년 일을 했다고 해도 공공의 법과 제도에 대한 이해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는데, NIA 원장으로 일하면서 이를 채울 수 있었다. 

 

당시 주변에 나를 소개할 때 농반 진반으로 ‘NIA 원장’이 아니라 ‘국비장학생’이라고 얘기하곤 했다. 월급을 받으면서 배우기까지 하니 국비장학생이란 말이 딱 제격이었다. 나는 국비장학생으로 선정되어 국가로부터 과분한 혜택을 받았다.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은 나 개인의 자산이 아니라 공적 자산이다. 공적 자산은 사회에 돌려드리는 것이 도리라 생각해 책을 집필하게 됐다. 나는 앞으로 공직 사회의 생생한 현장 경험을 담은 책들이 더욱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리의 정책, 우리의 이론, 우리의 철학을 발전시키는 길이라고 믿는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_ 디지털 선도국가 부활의 길>

 

 

Q. 국가정보화 레거시 요소를 진단했다. 어떠한 변화를 시도할 수 있을까.


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구축되어 현재까지 뿌리 박혀 있는 기존 체계를 보통 레거시(Legacy) 시스템이라고 한다. 대한민국 국가정보화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레거시 시스템이 너무나도 유능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레거시가 너무나 잘 작동하니까 급변하는 환경에 맞는 변화와 혁신을 제때 이루지 못하고 있다. 레거시의 역설이자, 승자의 저주다.  

 

대한민국을 디지털 선도국가의 위상으로 이끌었던 고유한 구조와 시스템이 한계치에 봉착해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의 전자정부 시스템은 한때 세계 최고를 자랑했으나, 최근에는 잇단 장애사태로 위기를 맞고 있다. 수천 억원이 투입된 대규모 차세대 프로젝트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전자정부 사업을 성공시켰던 법적, 제도적, 재정적, 사업적 장치들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데이터 활용을 저해하는 법제도, 이원화되고 분산된 거버넌스, 민간을 들러리로 세우는 민관 협업구조, 민간과 공공 간의 적극적인 인사 교류를 가로막는 공무원 채용제도와 인사제도, 클라우드의 이용을 제약하는 예산 시스템과 조달체계, 기술역량의 축적을 어렵게 만드는 기술전문지원조직의 부재 등등이 대한민국의 국가 디지털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대표적인 레거시 요소들이다.

 
레거시 혁신에 왕도는 없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중요하고 시급한 것부터 해결해 나가야 한다. 나는 거버넌스 개편이 가장 시급하다고 본다. 국가 디지털 전환을 책임질 주관부처를 명확히 세우는 게 모든 일의 우선이다. AI 국가전략과 데이터 생산 및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공무원 채용 및 인사제도를 정비하여 민관 교류를 대폭 늘리는 것도 시급하다.

 

Q.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책 제목이 책의 핵심 메시지다. “일하는 방식의 혁신이 진짜 혁신이다.” 우리가 레거시 시스템의 혁신에 주력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레거시 시스템은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규정짓는 틀이니까. 레거시 시스템을 바꾸어야 정부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할 수 있다. 정부는 문제만 생기면 습관적으로 ‘혁신종합계획’을 수립하지만, 혁신은 혁신종합계획에서 나오지 않는다.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한다고 해서 혁신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레거시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정치도, 경제도, 국가정보화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기존 시스템 내에서 아무리 노력을 해도, 마른 수건에서 물 짜기 하듯 더 이상 새로운 성과가 나오기 힘들다. 한계를 뛰어넘으려면 패러다임을 바꾸고,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레거시 시스템은 정권이 바뀐다고 해도 저절로 혁신되지 않는다. 지금 요구되는 것은 진보와 보수 간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시스템을 혁신해내는 시스템 운영관리 능력의 문제다.


레거시를 혁신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여 디지털 전환과 AI 전환을 이루어 내는 것이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이다. 대한민국의 최전성기는 디지털과 함께 올 것이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40대, 50대의 실력 있고 패기 있는 유능한 분들이 앞장서고, 나는 이분들이 잘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뒷받침할 생각이다. 대한민국의 레거시 혁신, 정부의 일하는 방식의 혁신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열성을 다하려 한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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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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