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4
다양한 축제와 페스티벌을 재미있게 기획하는 사람, 문화기획자 류재현 감독은 한 번도 같은 기획을 선보인 적이 없다. 똑 같은 것이 반복되는 것에서 지루함을 느끼는 그는 한 가지 축제의 기획을 맡아도 매년 다르게 기획을 한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고, 느낄 수 없는 것을 경험시켜주기 위해 그는 매번 특별한 방식으로 축제를 기획한다. 창의력은 늘 하던 대로가 아니라 늘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도전으로 ‘처음’을 시도하는 류 감독은 지속적으로 뭔가 달라진, 새로워진 축제들을 선보여오고 있다. ‘한강 빛섬축제’에서는 관람객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여 작품과 하나가 되게 했고, ‘서산해미읍성축제’에서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아 가장 많은 아이들이 참여한 축제로 성공시켰다.
한강 빛섬축제
그는 현재 또 다른 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5월에 열릴 ‘밤밤페스타’와 ‘세종대왕 나신 날’ 기념 행사다. 야간관광특화도시 사업의 일환인 밤밤페스타는 10개의 도시에서 순차적으로 열리는 축제로, 따로, 또 같이 진행된다.
밤에 대한 그의 기획은 그야말로 빛이 난다. 새로운 야간문화를 만들기 위한 그의 시도는 일찍이시작됐다. 그는 2000년도 서울시정책개발연구원 시절 처음으로 경복궁과 창덕궁 야간개장을 제안할 만큼 앞선 생각을 했고, 2012년에는 서울광장 ‘MT서울’을 통해 새로운 야간문화를 만들었다. 밤을 새롭게 하기 위한 그의 넘치는 아이디어는 이번 축제에서 빛을 발하게 된다.
처음을 만드는 기획자, 역사를 만드는 기획자인 류재현 감독은 그간 전혀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새로운 밤 문화, 또 하나의 K-컬처를 만들 계획이다.
류재현 감독. 류 감독을 만난 인사동에 위치한 일광정사는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귀한 중국차를 만날 수 있는 곳으로, 올바른 고집으로 바른 차를 선보이는 곳이다. ‘올바른 고집’은 대한민국에서 이 공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류 감독이 일광정사에 선물한 카피이기도 하다.
Q. 3년전 인터뷰를 한 후 지금까지 기획했던 축제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 것 같다.
난 늘 그런 이야기를 한다. 문화는 생물과 같다고. 끊임없이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고. 기획도 마찬가지다. 기획자는 대행사가 아니다.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는,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것만 하는 사람이 아니다. 늘 특별함 그리고 이슈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안된다. 그렇지 않으면 나 스스로가 만족스럽지 않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나는 문화기획자로서의 길을 그만둘 것이다.
같은 것을 하더라도 늘 다른 것을 시도해야 한다. 어떤 행사를 하고 그 행사가 대박이 났다고 치자. 그러면 대게 가장 힘든 방안으로 그보다 더 나은 것을 만드는 것을 꼽는다. 하지만 난 그것이 힘들지 않다. 하나의 행사를 끝내면 아쉬움이 남는다. 그 부분을 채우는 것이 그 다음 기획이다. 그 채움이 멈추게 되면 이 일을 그만둬야 하지 않을까.
Q. 서산해미읍성축제를 무척 성공적으로 마쳤다. 축제를 어떻게 기획했나.
어린이들이 무척 많이 참여한 축제였다. 이완섭 서산시장님이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온 축제는 처음이었다”고 말을 할 정도였다. 서산 관계자들이 어떻게 이렇게 많은 아이들이 왔냐는 질문을 했다. 왜일까 역으로 질문하니 그들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서 그렇지 않냐고 답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많은 것이 이유였다면 다른 축제에도 아이들이 많아야 한다.
이 축제의 총감독을 맡고 대행사로부터 홍보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TV나 매체 광고를 계획했지만 모두 하지 말라고 했다. SNS가 훨씬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예산도 많지 않았기 때문에 큰 비용이 드는 매체광고 등은 활용하지 않았다. 대신 맘 카페를 활용했다. 맘 카페는 가장 저렴한 채널이지만 엄마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이었다. 서산을 중심으로 당진, 예산, 보령, 세종시, 대전, 공주, 천안, 나아가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까지 중점 홍보의 타깃이었다. 맘 카페 홍보를 통해 전국에서 부모들과 아이들이 축제에 참여했다.
또, 다른 축제에서는 하지 않는 아이들을 타깃으로 한 방법을 준비한다. 아이들을 위한 배려가 바탕이 되면 콘텐츠가 차별화된다. 예를 들어 전통을 테마로 한 축제의 퍼레이드를 보면 같은 팀이거나 비슷한 팀이 참여한다. 하지만 난 이것이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어른들 위주로 구성된 퍼레이드가 아닌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전통 퍼레이드를 펼칠 것이다.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조상의 지혜, 현재의 지혜, 미래의 지혜를 만나는 ‘지혜를 만나는 축제’로 만들 것이다.
서산해미읍성축제
Q. 올 축제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이나.
올해의 컨셉이 잡혔다. 오는 9월 26~28일에 열릴 제22회 서산해미읍성축제는 대한민국 축제 중 가장 공격적인 카피를 내건다. 바로 ‘아이를 맡아드립니다’다. ‘아빠는 쉬고 싶다’에서 시작된다. 축제 장소는 잔디가 무척 좋은 곳으로, 문이 세 곳뿐이다. 그만큼 관리 및 운영이 쉬운 곳이다. 아이와 부모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 바로 해미읍성이다. 그래서 이런 카피를 쓸 수 있었다.
Q. 또 어떤 축제를 준비하고 있나.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기도 하지만 ‘세종대왕 나신 날’로, 국가기념일로 정해졌다. 세종대왕 나신날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의 총감독을 맡게 됐다.
Q. 어떻게 행사를 완성시킬 계획인가.
‘세종대왕 나신 날’을 상징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처님 오신 날은 ‘연등’이 떠오른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날인 ‘성탄절’은 ‘크리스마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크리스마스 트리, 산타클로스라는 상징이 있다. 성탄절엔 카드도 쓴다. 세종대왕 나신 날도 그렇게 하나의 상징, 브랜드, 문화가 될 수 있도록 만들 계획이다.
우리는 단 한번도 ‘세종님,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말을 해본 적이 없다. 이것을 하려고 한다.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메시지를 더할 생각이다. 우리나라에서 공부를 하는 해외 유학생들의 ‘해피 버스데이 세종’을 비롯해 그들의 각자 언어로 말하는 ‘생일 축하드려요’라는 축하 메시지를 활용하고자 한다. 아기 예수가 태어났을 때 사람들이 축하를 하기 위해 선물을 가져온 것처럼 전 세계 사람들이 세종의 탄생을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하려한다.
여기엔 또 하나의 미션이 있다. 세종대왕과 한글날이 겹치게 해서는 안된다. 그 지점을 풀어내야 한다. 다방면에서 천재였던 세종의 애민, 자주, 실용과 같은 키워드를 활용하고자 한다.
Q. 야간관광 특화도시 프로그램의 총감독도 맡았다.
총감독을 맡은 지 얼마되지 않았다. 2월도 한참 지나 연락을 받았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많은 행사가 그러했듯 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 어려운 축제인 것은 맞다. 예산이 크지 않다. 10개의 도시에서 열리는 축제로 일정도 범위도 크다.
야간관광 특화도시로 10개의 도시가 3년동안 선정이 됐다. 이에 대한 성과를 보여주기 위해 ‘페스타’를 준비했다.
Q. 10개의 도시에서 축제가 열리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다. 어떻게 풀어가고 있나.
보통은 10개의 도시를 한번에 묶어서 같은 날에 진행하거나, 매년 한 도시씩 돌아가면서 진행하는 것을 떠올릴 것이다. 난 ‘클럽데이’의 개념으로 이를 풀어가고자 했다.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에 열렸던 ‘클럽데이’처럼 ‘밤밤페스타’에 그 개념을 적용하는 것이다. 매월 마지막주 금요일이나 토요일로 정한 것은 사람들의 월급날을 고려한 것이다.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부분이다.
10개의 도시에서는 각 지역의 특성에 따른 10개의 형식이 나올 것이다. 각 도시의 좋은 점을 같이 공유하고 스터디해 전체를 완성해가는 그림을 그리는 거다. 그렇게 되면 처음 시작한 도시보다 마지막 도시는 훨씬 다듬어진 모습을 갖추게 될 것이다.
Q. 다른 축제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인가.
모든 축제에는 무대를 만들고 유명 아티스트가 온다. 난 여기에 대해 ‘왜?’라는 의문이 앞섰다. ‘야간’이라는 것은 야간에 특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이면 되는 거다. 그래서 큰 예산이 들어간 무대나 빅 아티스트와 같은 부분 없이 성공시키는 것이 이번 축제의 핵심이다. 기존 축제의 패러다임을 다 바꿔 버리는 거다. 새로운 도전이고 처음 시도하는 거라 무척 신이 난다.
종로대로를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막고 테이블을 쫙 깔아놓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테이크아웃 음식을 먹고, 인근 식당들이 연장 운영을 할 거다. 영화관도 연장이 가능하다. 그렇게 행사를 채우고 싶다. 지금의 야간관광 명소는 새롭지 않으면 한 번 가지 두 번은 가지 않는다. 그걸 깰 것이고, 매번 야식의 ‘맛’은 계속 변화를 주어 다시 오게 할 것이다.
공연은 요즘 콘서트에서 유행하는 LED캔들을 활용할 계획이다. 공연에서 바라보는 사람은 관객으로 머물지만, 이 프로그램에서는 명상, 요가를 통해 관객을 주인공으로 만들 생각이다. 저녁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할인을 해주는 ‘밤밤세일 해피밤밤’도 만들고 싶다.
Q. 10개의 도시라는 범위가 상당히 크지 않나.
그럴 수 있지만 그래서 흥미롭다. 특히 10개의 도시라는 각자 다른 조건의 포인트를 잡는 것이 가장 재미있다. 여수에는 크지 않지만 무척 예쁜 장도라는 섬이 있다. 그곳에서 아트캠핑을 하는 거다. 그곳은 조리행위가 불가능한 곳이지만 피크닉 세트 개발을 통해 해결할 것이다. 이렇게 각 도시의 특징을 활용하여 풀어가게 된다. 장소 선정에 공을 많이 들일 계획이다.
10개의 도시에 10개의 테마를 줄 수도 있고, 10개의 도시가 동시에 하나의 테마를 따를 수도 있다. 가장 매운 음식 축제를 동시에 한다거나 동시에 이색라면 요리를 선보이는 식이다.
공동의 프로그램은 있다. 밤에 사람들이 오게 하기 위한 것이다. 보통은 ‘밤’하면 빛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미 빛은 많이 봤다. 그래서 빛은 메인이 될 수 없다. 그걸 빼는 것은 아니다. 빛 구경도 한다.
Q. ‘밤밤페스타’라는 네이밍이 쉽게 와 닿는다.
원래는 ‘대한민국 밤밤곡곡’이라는 브랜드, ‘야간관광 페스타’라 이름 지어졌다. 이러한 고유의 의도를 살려 난 ‘밤밤페스타’로 이름을 지었다. MZ세대들에겐 ‘밤밤페’로 불릴 것이다.
내가 쓴 이번 축제의 카피는 ‘밤밤야식’, “맛이 떴다, 밤이 밤이 빛난다”다. 전 세계에서 늦은 밤 거리에서 식사를 할 수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의 밤은 안전하고 맛있다. 이것이 우리의 강점이다. 안전하고 맛있는 밤이라는 강점을 살려 K-야식이라는 것을 선점하고 K-야식의 대표적인 축제로 만들고자 한다.
Q. 행사는 언제 이루어지나.
6월 20일부터 8월말까지(예정)로, 공주에서부터 시작된다. 공주에서 행사가 시작되면 나머지 9개 도시의 담당자들이 부산 행사를 꼼꼼히 살펴볼 것이다. 일주일의 시간 동안 자신들의 계획을 정비해 축제를 선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다음, 또 그 다음 도시를 거쳐 마지막 도시는 더욱 숙성될 것이다.
Q. 이 축제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각 도시가 지역에 맞는 지역만의 콘텐츠를 갖게 해주는 거다. 밤밤페의 아이덴티티가 구축이 되면 10개의 도시들이 그것을 활용해 특화를 시킨다. 그러면 10개의 도시가 15개, 20개로 늘어날 수 있다. 각 지역의 야간관광이 살아나도록 해 인구 소멸도시에 도움이 되는 모델을 만들고 싶다. 밤이 조용한 곳엔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 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문화기획자 류재현 감독 스타일로 지역을 활성화시키는 것이다.
클럽데이 역시 처음엔 4개의 클럽에서 시작됐다. 하지만 참여 클럽들은 하루 행사를 통해 한 달치 수익을 낼 정도로 활성화됐다. 신촌의 상권이 훨씬 컸지만 클럽데이를 통해 홍대 상권이 더 커졌다. 우리나라의 가장 완벽한 야간 페스타의 시작은 클럽데이라 할 수 있다. 밤밤페를 통해 대한민국의 야간관광 역시 이런 문화로 만들고 싶다. 일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K-야식, K-나이트의 밤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류재현 감독과 류재현 감독의 아버지
Q.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새로운 도전이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소위 ‘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나아가는 과정이다. 실패를 실패로 받아들이면 실패가 되지만 투자라 생각하면 성공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고로 난 성공을 위해 투자를 하려고 한다. 내가 언제 10개의 도시를 여행하겠나. 대박 아닌가. 역시 난 행운아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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