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18
최홍선 작가와 곽경화 작가는 각각의 작품세계를 펼치며 따로 또 함께 작품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에게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공간에 대한 경험이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세계관을 추구하지만 부부,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펼치는 작업에서는 서로 맞닿아 있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곽경화 작가와 최홍선 작가
최홍선 작가는 함축되고 절제된 백색의 언어로 명상적이고 내면적인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회화, 도자, 설치 분야에서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와 형식으로 예술적 대상을 묘사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그는 감정, 생각, 상상을 통해 인식을 넘어선 미묘한 면과 그 어떤 ‘느낌’을 다룬다.
최홍선, Installation
최홍선, 무제 Untitled, 40.9x31.8cm(each), Acrylic on canvas, 2024
최홍선, Installation
최홍선, 전시전경
그는 ‘느낌’이란 언어 너머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고 붙잡을 수 없는 신비한 실재의 세계이기 때문에 인식할 수 없는 모호성을 갖고 있으며, 모호하고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요소와 의미를 작품에 투영함으로써 힘을 얻는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코드로 분류하기 어려운 ‘미묘하고 모호한 영역’에 있는 그의 작품은 ‘미지(未知)의 세계’라 할 수 있다.
곽경화 작가는 잔잔하게 흐르는 일상에서 길어 올린 내밀한 감정의 순간을 시적 사유로 담아내는 작업에 마음을 기울이며, 도자, 회화, 설치분야에서 다양한 작업을 펼치고 있다. 어떠한 세계가 무한한 수수께끼로 다가오고 있다고 느끼는 곳에서 예술적 활동이 시작된다고 하는 그녀는 언어로써 형상화될 수 없는 대상, 잡히지 않는 현상을 꿈이나 상상력으로 덧입혀 그려내고 만들어낸다.
곽경화, 무제 Untitled, 15x15cm, Acrylic on wood, 2024
곽경화, 스르륵 Seuleuleug, 24x36x3cm, 27x37x3cm, Acrylic on wood, 2024
곽경화, 무제 Untitled, 50x60.6cm, Acrylic on canvas, 2024
곽경화, 전시전경
그녀의 작품은 시간과 공간, 내면과 외면 사이의 경계에 있으며 존재와 부재의 아이러니를 묘사한다. 개인적 서사, 서정 그리고, 동 시대성을 버무리고 걸러낸 그녀의 작업들은 추상적 화면이 되고 유기적인 형태가 되어 꿈 같은 은유의 세계로 나아간다.
이들은 최근 전시를 통해 ‘맞닿음에 관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이들이 발견한 새로운 교차점과 평행선, 그로부터 확장된 맞닿음의 서사를 보여준 이들의 전시에서 두 작가는 시각적 언어로 각자의 독립적 세계가 맞닿으며 교류하는 이야기를 펼치며 내적 성찰과 깊은 사유를 유도했다.
최홍선. 서울을 비롯, 미국 뉴욕, 일본 나고야 등에서 13회의 개인전을 가진 작가의 작품은 Musee des Arts Decoratifs(파리, 프랑스), Musee de Carouge(제네바, 스위스) 등의 단체전, KIAF(코엑스, 서울), CONTEXT Art Miami(마이애미, 미국), Art Hampton(뉴욕, 미국) 등 국내외 아트페어를 통해 작품이 소개됐으며,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과천), Muckenthaler Cultural center(Fullerton, CA, USA)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곽경화. 2020년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김리아 갤러리) 포함하여 10회의 초대 개인전을 가졌고, 2023년 ‘두 개의 방이 있는 집’(이길이구 갤러리)을 비롯하여 ‘home SWEET home’(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 제5회 세계도자비엔날레-‘space & life’(여주세계생활관), NEUER KUNSTVEREIN ASCHAFENBURG e.V(아샤펜부르크, 독일) 등의 국내외 기획전에 참여한 작가는 한국도자재단(이천), Shangyu Celadon Modern International Ceramic(상위, 중국)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Q. 부부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룹이 아닌 각자의 작업을 한데 어우러지게 선보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생각되는데, 어떻게 이런 방식을 선보이게 됐나.
독립적인 작가이자 동료, 협력자라는 관계에 의해 생겨난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순수한 욕망에서 함께 일을 하고 그 일이 현실에서 무사히 구현되거나 이해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각자 도자, 회화, 설치 분야를 다루며 독자적으로 작업하지만 상호 보완적인 두 사람 간의 미학적 대화(은유적이고 실제적인 것 모두)를 전시회라는 시각적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다.
Q. 서로 다른 생각과 작품을 하나의 전시로 선보일 때 어려운 점은 없나.
함께 흔들리고, 허물고, 쌓기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재구성한다. 우리는 내면에 가지고 있는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서로에게 잘 말하는 편이다. 때로는 대화가 눈물이 되기도 하지만 마지막에 웃으면서 하이파이브를 할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것이 없지 않을까.
Q 두 사람 모두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방식을 선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결과물로 작품을 완성하게 됐나.
작업 활동에 있어서 현대성과 전통, 순수와 공예, 구상과 추상을 구분하지 않으려 한다. 작가의 작업 활동은 광활한 가능성의 영역이고 모든 암시에 열려 있는 것이다. 모든 대상이 고유한 감정과 역사, 철학을 갖고 있듯 모든 매체에도 본래 가지고 있는 정체성이 있는데 어떤 작업을 하는지 그 필요에 따라 적절한 매체를 선택해서 작업을 하다 보면 다양한 결과물들로 나타나는 것 같다. 우리는 하고 싶은 걸 잘하고 싶고, 현대성과 전통, 예술과 공예, 자연과 인공물 사이에서 행해지는 작업 놀이에 매료되어 가는 것이 주된 관심사다.
최홍선, 곽경화 작가의 작업실
Q. 곽경화 작가는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됐나.
드러나지 않고 저장되어 있던 ‘유전적 기억’ 같은 알 수 없는 예술적 무의식이 내 몸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다가 나온 것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을 한다. 내 주변에는 작가들도 많았는데 우연히 조각가의 작업실에서 흙을 만지게 됐고 흙의 매력에 빠져 들면서 자연스럽게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첫 작업실은 4명의 작가와 공유했는데 개인 사정 등으로 작업실은 해체됐고, 그 후 파주 소재 창작 레지던시에 입주해 10년동안 작업을 했다. 여러 장르의 작가와 평론가들이 거쳐간 그곳에서 많은 작가들과 다양하게 교류를 했다. 나에게 작가로서 모멘텀이 되는 좋은 시기였고, 그 레지던시에 거주하면서 첫번째 개인전을 했던 소중한 기억이 있다.
Q. 최근 갤러리로얄에서 ‘The Tale: 맞닿음에 관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전시의 주제에 대해 설명한다면.
이번 전시는 각자의 고유한 영역에서 생성된 두 사람의 작업적 경험과 예술적 감각이 맞닿은 작품뿐 아니라 ‘The Tale’이라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료, 협력자, 부부로서 작업 일상의 이야기를 전하는 맞닿음의 서사를 선보인 전시였다.
최홍선, 곽경화 작가의 작업실
Q. 작업 및 전시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
우리는 마음을 내려 놓고 평안함이 있는 ‘방심(放心)의 미’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 한다. ‘방심(放心)의 미’란 완벽한 결과를 넘어선 아름다움, 즉 퍼펙트 이상의 그 무엇인데, 원형의 아름다움을 모두 지니고 있으면서 살짝 틀어진, 그 어떤 인간적인 분위기, 자연스러움, 그런 아름다움 말하는 것이다.
예술은 우리를 어디론가 이끌고 우리의 사고 방식과 정신 세계를 확장해 주는데, 인간의 내면이 외부와 연결되는 특별한 순간은 예술을 감상할 때 인 것 같다.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미술은 가장 입체적이고 사려 깊은 수단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평안과 위안을 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연과 예술이 될 거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최홍선 작가: 올 하반기에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과거에서 유래한 고고학적 발견물에서 영감을 받아 과거와 현재, 미래 사이에 다양한 에피소드를 넘나들고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현시대, 또는 아주 먼 미래의 유물이 될 수 있는 작품들을 발표하려 한다.
곽경화 작가: 2026년 4월 개인전이 계획되어 있다. 꾸준히 그리기와 만들기를 지속하며 준비할 생각이다.
인터뷰어_ 정석원 편집주간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사진제공_ 최홍선, 곽경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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