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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_에세이] 배움은 끝나지 않는다_ 나의 전공, 나의 호기심, 나의 지적 여정

2025-07-09

나는 지금까지 여러 학교를 다니며 여러 개의 각각 다른 전공 과정을 수학했다. 응용미술, 신문방송, 마케팅, 문화콘텐츠, 도시환경, 관광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최근에는 인공지능까지. 디자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이 전공들의 연결고리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것은 다름 아닌 ‘지적 호기심’이다.

 

“지금의 나는 하나의 전공이나 직업 정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점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자산이다. 호기심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고, 그것이 나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장하게 했다.”
 

 

학위를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왜 사람들은 어떤 브랜드에 감정을 이입하는가? 도시는 왜 특정 방식으로 디자인되는가? 콘텐츠는 어떻게 기억으로 남는가? 그런 질문들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학문의 경계가 무의미해졌다. 결과적으로 이 모든 과정은 디자이너에서 브랜드 프로듀서, 그리고 콘텐츠 스토리텔러로 나를 이끄는 여정의 동력이 되었다.

 

융복합적 사고는 단순히 여러 분야를 아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각각의 영역이 서로를 비추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내 사고를 재구성해주었다. 마케팅을 배우며 브랜드의 언어를 이해했고, 신문방송학을 통해 콘텐츠와 메시지의 힘을 깨달았다. 도시환경정책은 공공성과 공간, 사용자와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었고, AI는 결국 디자인이 ‘데이터’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흐름을 읽게 해주었다.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내 안의 오래된 사고방식을 흔들고, 새로운 시선과 언어를 배우게 해주는 살아 있는 학교였다.”
 

 

이런 지적 여정은 나의 조직생활에도 큰 힘이 되었다. 대기업의 디자이너로 시작해, 디자인 전문잡지 편집장을 거쳐, 세계박람회를 준비하는 조직에서 디자인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 모든 자리는 단지 디자인 스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곳이었다. 조직을 이해하고, 사람을 설득하며, 다양한 언어로 소통해야 했고, 매 순간 전략적 시각과 통합적 판단이 요구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의 30년- 나는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이끌며 CEO로 살아왔다. 사업은 또 다른 종류의 공부였다. 리더십, 재무 회계, 인사 조직, 그리고 산업의 변화에 대한 민감한 감각까지. 다양한 전공에서 얻은 지식과 사고방식은 이 모든 영역에서 중요한 기반이 되었다. 특히 디자인을 단순한 결과물이 아닌 ‘콘텐츠 자산’으로 바라보는 관점은 나의 회사 운영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돌이켜보면, 지금의 나는 하나의 전공이나 직업 정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점이야말로 나의 가장 큰 자산이다. 호기심은 언제나 나를 새로운 세계로 이끌었고, 그것이 나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성장하게 했다.

 

“인생은 끝없는 배움의 여정이다. 내게 있어 배움은 꼭 학위나 자격을 따는 것이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공간을 체험하고,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 일 모두가 배움의 일부다.”
 

 

이제 나는 인생 2막의 문 앞에 서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를 ‘정리’의 시간이라 말하지만, 나는 오히려 또 다른 ‘시작’의 시간이라 믿는다. 내 안의 지적 호기심은 여전히 살아 있고, 그 호기심은 나를 새로운 공부와 실험, 탐색의 길로 이끈다.

 

최근에는 ‘여행’이 그런 배움의 장이 되었다. 낯선 도시를 걸으며 골목과 시장, 미술관과 카페를 오가는 시간 속에서 나는 무수한 질문과 만났다. 여행은 단순한 휴식이 아니라, 내 안의 오래된 사고방식을 흔들고, 새로운 시선과 언어를 배우게 해주는 살아 있는 학교였다. 책상 위가 아닌 거리 위에서, 사람과 사물과 공간을 통해 나는 더 깊고 넓게 세상을 읽는 법을 익히고 있다.

 

인생은 끝없는 배움의 여정이다. 내게 있어 배움은 꼭 학위나 자격을 따는 것이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공간을 체험하고, 과거의 기억을 되짚는 일 모두가 배움의 일부다. 나는 여전히 궁금하다. 다음 세상은 어떤 이야기로 열릴지, 어떤 언어로 사람들과 소통하게 될지.

 

‘나의 지적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어쩌면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일지도 모른다.

 

글_ 정석원 (세종이야기미술관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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