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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인터뷰

[디자인정글_ 인물탐구] “디자이너에서 스토리텔러로 – 끝없이 진화하는 정석원의 여정”

2025-07-10

디자인정글이 새롭게 선보이는 [인물탐구] 시리즈는 단순한 인물 소개를 넘어, 한 디자이너의 삶과 시대가 어떻게 교차하고 영향을 주고받았는지를 기록하려는 시도다.

이 시리즈는 디자인을 직업이 아닌 사유의 방식으로 살아온 이들의 발자취를 통해, 한국 디자인 서비스 산업의 흐름과 그 안에 담긴 가치들을 되짚는다.

디자인정글은 이 [인물탐구]를 통해 인터뷰 전문 매거진으로서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더 깊고 입체적인 디자인 아카이브를 만들어갈 것이다. 지금, 그 첫걸음을 내딛는다. (편집자 주)

 

“디자인은 전략이고, 이야기는 브랜드의 심장이다”

 

정석원 대표는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그 말을 자신의 커리어, 기업 경영, 콘텐츠 개발, 공공 브랜딩 프로젝트 전반에 일관되게 관통시켜 왔다.
그의 디자인은 단순한 시각적 산출물이 아니라, 철학이자 전략이며, 때로는 공동체의 기억을 위한 기록이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이제 단지 개인을 넘어, 한국 브랜딩 업계의 한 축을 이루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공공 브랜딩의 태동기부터 캐릭터 콘텐츠, 디지털 전환, 그리고 최근의 AI 기반 브랜딩 실험까지- 그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한국 디자인의 변천사를 고스란히 마주하게 된다.

 

이 글은 단순한 프로필이 아니다.
한 디자이너의 여정이자, 시대와 디자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은 살아 있는 기록이다.

 

디자이너에서 스토리텔러로_ 정석원 대표 (사진: 포토그래퍼 김도형)

 

 

“디자이너는 전략가이며, 이야기를 만드는 프로듀서다”

 

정석원의 디자인 세계는 언제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그에게 디자인은 감성과 이성의 경계, 예술성과 실용성의 교차로에 존재하는 언어다.

 

서울대학교 응용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이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에서 출판·잡지를,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건국대학교 박사과정에서는 문화콘텐츠를 공부하며 디자인을 넘어 ‘전략’과 ‘문화’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의 지적 호기심과 학습에 대한 열정은 정규 학위 과정에만 머물지 않았다.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도시환경정책을, 한양대 관광대학원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을 수학하며 끊임없이 질문하고 해석하는 디자이너로 자신을 확장시켜 왔다.

 

그는 말한다. “디자이너는 손과 머리로만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질문을 던지고, 본질을 해석하는 사람이다.”
브랜드의 본질을 파악하고, 사용자와의 정서적 관계를 설계하는 ‘프로듀서로서의 디자이너’. 이 철학은 그가 이끄는 X4디자인브랜딩의 경영 시스템, 인재 육성 방식, 콘텐츠 기획 전반에 녹아 있다.

 

대전엑스포, 공공 브랜딩의 전환점을 만들다

 

정 대표의 커리어는 1993년 대전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디자인실장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물론 조직위 이전에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그래픽디자이너로, 월간 디자인에서 편집장을 역임한 것도 그의 커리어를 증폭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5년간 근무한 조직위에서는 박람회의 마스터 브랜딩, 전시 및 홍보물 디자인을 총괄하며 정부·지자체·공공기관과의 협업 경험을 쌓았다.
그에게 대전엑스포는 단순한 대형 프로젝트가 아니라, 디자인이 어떻게 공공성과 연결될 수 있는지를 체험한 전환점이었다.

 

1994년, 그는 엑스포의 경험을 토대로 ‘엑스포디자인연구소(EXPO Design Institute)’를 설립한다.
마침 지방자치제가 본격화되며 전국 지자체들이 CI/BI 정비에 나섰고, 엑스포디자인은 공공 브랜딩 수요를 선도하게 된다.
IMF 위기를 지나며 정부 부처의 CI 리뉴얼 수요도 늘어났고, 그는 이를 기회 삼아 ‘공공 브랜딩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한다.

 

2007년, 법인 전환과 함께 사명을 ‘X4디자인브랜딩(X4 Design Branding Inc.)’으로 변경한다.
‘X4’는 ‘EXPO’의 발음을 유지하면서도 Value, Story, Strategy, Creativity의 4가지 X를 담은 브랜드 철학이었다.
이 무렵부터 그는 단순한 CI 전문회사를 넘어, 아이덴티티와 전략, 스토리를 통합한 ‘브랜드 프로듀싱 그룹’으로 회사를 진화시켜 나간다.

 

“브랜드는 결국 이야기다”

 

X4디자인브랜딩의 핵심 프로젝트 중 하나는 스토리 기반의 캐릭터 콘텐츠다.
정 대표는 브랜드가 단지 로고와 색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일찍이 체감하고,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브랜딩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대표적 결과물이 바로 역사 인물 기반 캐릭터 시리즈다.
세종대왕, 이순신, 율곡 이이, 송강 정철 등은 그의 손을 거쳐 현대적인 비주얼과 스토리를 갖춘 콘텐츠 자산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는 캐릭터를 이렇게 정의한다. “캐릭터는 이야기의 얼굴이다.”
단순히 귀엽거나 눈길을 끌기 위한 도형이 아니라, 브랜드의 가치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존재로 기획한 것이다.

 

2016년부터는 띠동물 캐릭터 시리즈를 매년 발표하며 콘텐츠 자산화를 실현했다.
병신년(丙申年)의 ‘캡몽’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8종의 캐릭터가 출시되었고, 굿즈, 전시, 라이선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는 말한다. “디자인은 쌓여야 한다. 그래야 콘텐츠가 되고, 자산이 된다.”

 

2022년에는 캐릭터 구독·렌탈 모델을 도입해, 제작된 캐릭터를 지자체나 기업에 연결하는 콘텐츠 공유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 프로젝트는 디자인이 일회성 결과물이 아니라, 순환 가능한 플랫폼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디자이너에서 스토리텔러로_ 정석원 대표 (사진: 포토그래퍼 김도형)

 

 

“AI는 도구가 아니라 사고방식이다”

 

2023년, 정 대표는 또 한 번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
‘X4인공지능(AI)연구소’를 설립해, 생성형 AI 기반의 콘텐츠 제작과 브랜딩 자동화 시스템 구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로고 자동 생성에 그치지 않는다.
AI로 수집된 데이터, 키워드, 트렌드를 바탕으로 스토리와 콘셉트, 전략을 함께 제안하는 AI 브랜딩 프로듀싱 시스템을 목표로 한다.
그는 강조한다.
“이제 디자이너는 아이디어보다 이야기가 더 중요해졌다. 어떤 디자인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2024년, 창립 30주년을 맞아 그는 X4의 주요 프로젝트를 정리한 10권 분량의 아카이브북 시리즈를 펀딩 방식으로 추진했다.
비록 펀딩에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2년 후 발간을 목표로 현재도 작업이 이어지고 있다.
이 전자책 시리즈는 디자인 기업의 역사를 기록하고 공유하려는 그의 방식이자, 업계를 향한 제안이다.

 

“디자인은 사람을 위한 공공의 언어여야 한다”

 

그의 디자인 철학은 항상 ‘사람’ 중심이다. “브랜딩과 디자인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이다.” 그는 자주 그렇게 말한다.
사용자, 고객, 시민, 혹은 함께 일하는 동료. 그들의 생각과 감정, 삶의 방식이야말로 디자인이 품어야 할 가장 본질적인 이야기라고 그는 믿는다.

 

이 철학은 조직 운영 방식에도 반영된다.
엑스포디자인브랜딩은 스스로를 ‘브랜딩 사관학교’라 정의하며, 실전 중심의 훈련과 빠른 현장 배치, 선후임 간 지식 공유를 통해 기획자이자 프로듀서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또한 그는 ‘BOND(브랜드 오픈 뉴스 다이제스트)’, ‘X-RAY 워크숍’ 등 커뮤니티 기반의 실험 프로그램을 통해 지식 생산과 나눔을 실천해 왔다.
그에게 조직은 작업실이 아닌, 지식기반 실험실이었다.

 

“디자이너는 기록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정석원은 기록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강조한다. 자신이 겪은 프로젝트, 조직 운영 방식, 실패와 성공의 사례들은 모두 글과 구조로 남겨져 있다.
그는 말한다. “디자인은 현장에서만 사라지지 않기 위해 반드시 기록되어야 한다. 그것이 다음 세대의 설계도가 된다.”

 

오늘의 정석원, 그리고 다음 이야기

 

최근 그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몰두 중이다.
바로 충북 제천에 조성 중인 ‘여행이야기미술관’이다.
30년 가까운 브랜딩 비즈니스를 잠시 내려놓고 떠난 유럽 여행에서, 그는 도시의 골목과 공방, 플리마켓에서 수집한 작은 오브제들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가 만들고자 하는 공간은 단순한 미술관이 아니다. 관람보다 ‘머무름’이 있고, 소비보다 ‘대화’가 있으며, 감상보다 ‘관계’가 자라는 공간.
디자인이 삶의 방식이 될 수 있음을 조용히 증명해 보이는 공간이다.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그의 이름

 

기자로서 오랜 시간 정석원이라는 이름을 지켜보며 느낀 것은 분명하다.
그는 늘 시대보다 반 보 앞서 있었고, 대중보다 반 걸음 뒤에 있었다.
앞서며 이끌되,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둔 디자인 철학.

 

디자인이 단순한 형태가 아닌, 기억으로 남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말하고, 정리하고, 실험하고, 기록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지금도 쉼 없이 해내고 있는 사람- 디자이너이자 프로듀서, 스토리텔러 정석원.
그의 이름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에디터_ 최유진 편집장 (yjchoi@jungle.co.kr)
인물사진_ 김도형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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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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