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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정글 칼럼] ‘프리랜서’를 넘어 ‘솔로프리너’로_ 디자이너 독립의 새로운 패러다임

2025-07-12

디자인 업계에는 ‘백수’라는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직장을 그만둬도 ‘실업자’가 아닌 ‘프리랜서’다. 겉으로 보기엔 자유롭고 유연해 보이지만, 실상은 언제나 불안정한 경계 위에 있다. 프로젝트가 끊기면 생계가 곤란해지고, 클라이언트와의 갑을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일이 있어야 돈을 버는 구조, 곧 노동의 대가로 생계를 유지하는 시스템. 하지만 이 방식은 점점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직원을 고용해 디자인 전문회사를 꾸리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고정 인건비, 4대 보험, 퇴직금에 대한 부담은 물론이고, 인사 관리와 갈등 조정, 감정 노동까지 떠안아야 한다. 대표는 디자인보다 경영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게 되고, 프로젝트가 줄어들면 구조적인 위기에 직면한다. 결국 프리랜서도, 디자인 전문회사 소사장도 지치기는 매한가지다.

 

이런 상황 속에서 주목받는 대안이 바로 ‘솔로프리너(Solopreneur)’다. 솔로프리너는 단순히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직원 없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작고 단단한 1인 기업가다. 프리랜서가 ‘노동’으로 수익을 만든다면, 솔로프리너는 ‘시스템’으로 수익을 반복 생성한다. 로고 템플릿을 만들어 온라인에서 판매하거나, 디자인 노하우를 정리해 클래스 플랫폼에 강의를 올리거나, 구독형 콘텐츠와 툴킷을 운영하는 식이다. 일하지 않아도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 이것이 바로 솔로프리너의 핵심이다.

 

솔로프리너는 단순히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직원 없이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고, 수익을 창출하는 작고 단단한 1인 기업가다. (그림: AI 생성)

 

 

이제 우리는 고용의 고통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물론 직원 고용은 사회적 책임이자 기여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성장’보다는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한 시대다. 고정비를 줄이고, 내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해 유연한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게 솔로프리너의 방식이다.

 

디자인 업계에서도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작은 공간에서 혼자 일하지만, 콘텐츠와 브랜드, 구독 시스템으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 더 이상 클라이언트의 요구만 따르지 않는다. 자신의 언어로, 자신만의 시선으로 디자인을 전개한다. 이들은 디자이너이자 콘텐츠 제작자이고, 마케터이며, 전략가다.

 

필자 역시 솔로프리너를 선언했다. 30년 넘게 디자인 회사를 운영해왔지만, 이제는 고정 인건비와 조직 구조를 최소화하고, 나만의 콘텐츠와 브랜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는 것에서 디자인 사업을 ‘설계’하는 것으로 관점을 전환했다. 혼자서도 창조할 수 있고, 혼자여도 확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변화의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브랜딩, 마케팅, 툴킷 개발 등 다양한 영역에서 AI는 솔로프리너의 손발이 되어준다. 혼자서도 하나의 회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갖춰진 것이다. 지금, 우리는 더 이상 누구의 허락도 기다릴 필요가 없다.

 

후배 디자이너들이여, 이제는 더 이상 ‘프리랜서’나 ‘소규모 사장’의 위치에 머물지 말자. 당신의 이름으로, 당신의 언어와 스타일로 브랜드를 만들어라. 디자인은 더 이상 ‘서비스’가 아닌 ‘자산’이 될 수 있다. 콘텐츠와 프로세스가 나 대신 수익을 창출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솔로프리너의 길이다.

 

이제는 그 길을 당신이 걸어야 할 차례다.
‘솔로프리너’의 시대가 왔다.
그리고 그 시대를 앞당길 수 있는 건, 바로 당신 자신이다.

 

에디터_ 정석원 편집주간 (jsw0224@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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