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5-04
세토(瀬戸) 내해의 수많은 섬 가운데 이누지마(犬島)는 유난히 조용하다. 관광지 특유의 들뜬 기운도, 대규모 개발의 흔적도 없다. 대신 이 섬에는 시간이 남아 있다. 한때 산업의 열기로 가득했을 공간은 이제 바람과 햇빛, 그리고 사람의 발걸음만이 드나드는 장소가 되었다.
이누지마의 변화는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구리 제련 산업이 사라진 뒤, 섬은 빠르게 쇠퇴했고 인구는 줄어들었다. 남겨진 것은 붉은 벽돌의 폐허와 무너진 굴뚝, 그리고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구조물들이었다. 대부분의 지역이라면 이를 철거하고 새로운 개발을 택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은 다른 선택을 했다. 없애는 대신 남겼고, 덮는 대신 드러냈다.
세토(瀬戸) 내해의 수많은 섬 가운데 이누지마(犬島)는 유난히 조용하다. 관광지 특유의 들뜬 기운도, 대규모 개발의 흔적도 없다. 대신 이 섬에는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공간이 이누지마 세이렌쇼 미술관이다. 이 미술관은 ‘건축’이라기보다 ‘개입’에 가깝다. 기존 제련소 유적을 그대로 유지한 채, 최소한의 구조만을 더해 새로운 공간으로 전환했다.
설계를 맡은 산부이치 히로시는 바람의 흐름과 태양열을 활용해 별도의 기계 설비 없이도 공간이 작동하도록 만들었다. 기술은 전면에 드러나지 않지만, 공간 전체를 지배하는 보이지 않는 구조로 작동한다.
이곳에서 인상적인 것은 형태가 아니라 시간의 층위다. 오래된 벽돌의 표면, 부식된 철재, 무너진 구조 위에 얹힌 새로운 공간은 과거를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과거를 드러내기 위해 현재가 존재하는 방식에 가깝다. 전시를 본다기보다, 한 장소가 지나온 시간을 걷는 경험에 가깝다.
이누지마의 변화는 거창한 계획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구리 제련 산업이 사라진 뒤, 섬은 빠르게 쇠퇴했고 인구는 줄어들었다. 남겨진 것은 붉은 벽돌의 폐허와 무너진 굴뚝, 그리고 더 이상 쓰이지 않는 구조물들이었다.
이누지마의 또 다른 축은 ‘집 프로젝트’다. 비어 있던 민가를 개조해 작가들이 공간 단위로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작품은 벽에 걸리지 않는다. 집 전체가 작품이 되고, 마을 전체가 전시장이 된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일상의 풍경과 예술적 개입이 구분되지 않은 채 이어진다. 이곳에서 예술은 특별한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경험이 아니라, 걷는 과정 속에서 발견되는 감각에 가깝다.
이 프로젝트는 세토우치 트리엔날레의 흐름 속에서 확장되었지만, 다른 섬들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
이누지마의 또 다른 축은 ‘집 프로젝트’다. 비어 있던 민가를 개조해 작가들이 공간 단위로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작품은 벽에 걸리지 않는다. 집 전체가 작품이 되고, 마을 전체가 전시장이 된다.
나오시마가 건축과 예술을 통해 강한 이미지를 구축했다면, 이누지마는 가능한 한 개입을 줄이는 방식으로 방향을 잡았다. 새로운 것을 더하기보다 기존의 흔적을 읽어내는 데 집중한다. 완성된 결과보다 진행 중인 상태를 유지하는 태도에 가깝다.
이러한 접근은 공간을 ‘디자인한다’기보다 ‘해석한다’는 말에 더 가깝다. 무엇을 만들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먼저다.
이 섬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절제 속에서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산업의 흔적과 자연, 그리고 최소한의 예술적 개입이 만들어내는 이 긴장은, 공간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누지마는 그 질문에 대해 비교적 분명한 답을 내놓는다. 지우지 않는 것, 과잉을 더하지 않는 것, 그리고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 섬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그 절제 속에서 오히려 더 강한 인상을 남긴다. 산업의 흔적과 자연, 그리고 최소한의 예술적 개입이 만들어내는 이 긴장은, 공간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누지마 아트프로젝트는 결국 하나의 방향을 제시한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의 의미를 다시 읽어내는 방식. 그 과정에서 공간은 전시장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글, 사진_ 정석원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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