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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상상을 파는 슈퍼마켓

2008-12-02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 길에 특별한 슈퍼마켓이 생겼다. 그런데 일반 슈퍼마켓에서 팔지 않는 특별한 물건들이 있단다. 이름하여 ‘디자인 슈퍼마켓’. 이 곳은 바로 디자이너들의 무한 상상공간이 펼쳐지는 강남 디자인 클러스터다. 지난주 ‘디자인 클러스터 기획전 - <디자인 호텔> <디자인 슈퍼마켓> 을 가다’ 리뷰에 이어 이번에는 디자이너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을 파는 ‘디자인 슈퍼마켓’의 전시 현장을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글ㅣ오영미 (WG UXD Group, Creative Director)
에디터ㅣ 박현영( hypark@jungle.co.kr)

서울산업통상진흥원 산하의 디자인클러스터는 매년 세 차례의 기획전을 연다. 필자가 참여한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강남 디자인 클러스터의 전시공간에서 열린 ‘디자인 슈퍼마켓’ 전은 올해의 두 번째 기획전이다.
이 전시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유쾌한 상상’과 ‘엉뚱한 발상’을 총동원했다. 그들은 이 전시를 통해서 “평소에 볼 수 없는 물건들을 슈퍼마켓에서 판다면 어떨까?”하는 질문을 던지고, 작품을 통해 관객과 소통하고자 했다.

휴지를 돌돌 말아 알록달록한 연필과 펜으로 맛을 낸 ‘휴지 김밥’을 만든 시각 디자이너 송혜경은 야생사자를 닮은 갈기 머리만큼이나 복잡한 생각을 ‘김밥’으로 풀어냈다고 한다. 그녀는 말기도 하고, 풀기도 하는 휴지가 여러 면에서 김밥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투명한 방안자는 단무지가 되어 그녀의 만찬에 함께 올랐다.

“러쉬 비누는 치즈 보다 구미를 자극하고, 피죤 향기는 델몬트 쥬스를 능가하며, 바비브라운의 립 팔레트는 수제초콜릿의 시각적 흡족함을 넘어선다.”는 그래픽 디자이너 윤태원은 상업적 가식으로 둘러싸인 우리 삶의 단편을 자신의 작품에 옮겨 담았다. 이름하여 ‘유한 우유’, 보기에는 영락없는 유한락스인데 뻔뻔하게 유한우유라고 적혀있는 그의 냉소적인 유머가 씁쓸한 웃음을 준다.

현대인의 일상은 판에 박은 듯 매일 매일이 똑같다. 같은 아침, 같은 버스, 같은 핸드폰∙∙∙. 우리에겐 무언가 신나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번 전시에서 WG(웰게이트)의 디자이너들은 핸드폰 UI 디자인이 매번 다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발칙한 상상을 했다. 그래서 그들은 호조툰으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겸 만화가 권순호, 일러스트레이터 이수현과 함께 ‘내 핸드폰을 위한 재미있는 그림과 이야기들을 살 수 있는 장난감 가게’라는 컨셉트로, 재미있고 발랄한 핸드폰 UI를 장난감 상자에 담았다.

과도한 포장 쓰레기가 문제시되는 현대사회에서 디자이너 황희주는 포장의 패턴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가방’의 소재로써 새로운 가치를 부여했다고 한다. 똑같은 사물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그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자칫 쓰레기로 간주될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을 미적 대상으로 재발견해냈다.

제품 디자이너 양재원의 작업은 언제나 이야기하려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작품에 대한 그의 철학이 분명하기 때문인 듯하다. 식빵과 스폰지의 폭신한 감촉이 비슷해 만들었다는 ‘샌드위치 스폰지’는 보기만해도 먹음직스럽다. 이 스폰지나 종이비행기에서 모티브를 얻은 ‘메모꽂이’는 바로 지금 생활 공간에 두어도 손색없는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그린 디자이너 정순구는 작은 체구답지 않게 작업에 대한 욕심이 남달랐다. 위대한 수집가 시리즈를 전시한 그의 작업은 매우 다양하지만 ‘친환경’이라는 컨셉트는 항상 같았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우리는 누구나 수집가가 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버려지는 포장재에 대한 경각심을 계속 되뇌며 작업을 했다고. 재료의 남용 없는 그의 작업은 담백한 맛이 날 것 같으면서도 오래 지속될 것만 같다.

제품 디자이너 김영섭은 그럴듯한 수입자재를 사용해 잘빠진 제품을 만드는데 주력하지 않고, 버려진 사물을 새롭게 탄생시키거나 소박한 도구들을 그럴싸한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데 남다른 안목을 지녔다. 아날로그 벽시계로 만든 디지털 벽시계는 어제와 오늘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는 디자이너의 생각을 담고 있다.

선인장을 모티브로 사람들 마음에 돋은 가시를 표현했다는 일러스트레이터 조혜정은 이런 가시 돋친 마음을 해소시킬 수 있는 선인장을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 보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양초로 만든 아기자기한 선인장을 보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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