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2-17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시각화하는 가장 일차적인 방법은 스케치다. 가장 기본적이기 때문에 그 중요성을 놓치기 쉽지만, 잘된 스케치만큼 디자이너의 아이디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없을 터. 신간 ‘스케치와 렌더링’은 ‘제품디자인을 위한 드로잉 테크닉’이라는 부제 그대로 아이디어를 평면으로 표현하는 가이드를 알려주는 책이다.
에디터 | 김유진(egkim@jungle.co.kr)
자료제공 | 시공아트 강혜진
“진정한 디자이너는 가구, 완구, 금속 구조 등을 디자인할 수 있고 조명 등 다른 분야에도 종사할 수 있다. 종류가 서로 다른 것인데도 그렇게 작업할 수 있는 것은 천재라서가 아니라 논리적 해결책을 도출하는 방법을 알기 때문이며, 재료나, 기술, 기능에 따른 미학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커버를 넘기면 나타나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브루노 무나리의 말은 이 책이 독자들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어하는지 짐작하게 한다.
스케치의 과정은 아이디어를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표현으로 번역하는 것, 그것을 논리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것, 그리고 디자인의 목적과 형태에 따라 재료, 기술, 기능에 걸맞는 미학을 평면에 시험해보는 단계와 같다.
따라서 이 책은 부제를 통해 ‘제품디자인을 위한 드로잉 테크닉’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를 구현하기 위한 보다 효율적인 디자인 과정으로서의 스케치 방법을 제시한다. 디자인 과정에서 스케치 역시 다양하게 활용된다. 아이디어를 재빨리 평면에 시각화 하기 위해 거칠지만 속도감있게 들어가는 프리핸드 스케치, 여기에 제품의 실제 특징과 기능을 살려 입체감을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정확한 투시도에 의한 렌더링까지 디자인의 여러 단계 속에서 실행된다.
이를 위해 책은 스케치와 렌더링을 다루기에 앞서 제품디자인의 7단계를 먼저 ‘예습’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디자이너로서 막 첫걸음을 땐 신입 디자이너나 실무 경험을 습득하고자 하는 학생에게는 유용한 챕터로, 단계별 구체적인 업무도 함께 소개한다.
이어 본론은 6개의 장으로 구성되어있다. 생활 가전기기, 정보통신 및 IT 기기, 의료∙운동기기, 산업 기기, 사무 기기, 그 밖의 아이템 등 제품군으로 분류해 대표적인 상품 스케치와 렌더링 샘플들을 다루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약 60여가지의 제품. 제품별로 섬네일 스케치, 러프 스케치, 스타일 스케치를 단계별로 제시하면서 머릿 속의 아이디어가 스케치과 렌더링을 통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실질적인 제품으로 만들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다.
이를 테면 손의 약력을 이용한 ‘푸드 핸드 블렌더’는 사용상의 안정성과 편리함을 디자인 목표로 두고, 편하게 쥘수 있는 형상을 찾는데 주력하고, 스케치 과정에서는 중요한 부분에 0.1/0.3mm의 수성펜을 사용해 중요한 부분은 색상 마커펜을 사용한다는 부분까지 매우 세세하게 설명되어있다. 장애가 있는 노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한 ‘실버 커뮤니케이터’는 다양한 방식의 스케치 과정을 통해 힘과 감각이 저하된 노인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편의성을 제공하는지 꼼꼼한 수치가 곁들어진 설계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각 샘플별 이러한 전개 과정은 각 제품군이 갖는 기능과 특성을 중심으로 제한된 컨디션 하에서 디자이너가 어떠한 방식과 크리에이티브로 제품의 미학을 발전시켜나가는지 짐작하게 한다. 마치 선배의 작업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는 것과 같은 설명과 세세한 작업과정이 이 책의 특징이다.
이로써 다시 한번 책이 앞부분에서 인용했던 브루노 무나리의 말이 떠오른다. 스케치와 렌더링은 그가 말하는 재료나 기술, 기능에 따른 미학적 적용을 위한 가장 일차적이고도 근본적인 단계다.
단순한 스케치 스킬이 아니라 디자인 과정 속에서의 테크닉, 제품디자인의 노하우와 제품 개발과정의 추적을 통한 학습을 원한다면, ‘스케치와 렌더링-제품디자인을 위한 드로잉 테크닉’은 더 없이 유용한 지침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