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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마을 놀이터가 벌이는 축제 한마당-성미산마을극장 개관기념 페스티벌

2009-03-10

개발의 이름으로 무너지려는 성미산을 지키다 공동체 마을을 이루게 된 성미산마을에 최근 새로운 이슈가 생겼다. 바로 ‘성미산마을극장’이 개관한 것이다. 지금껏 만들어 왔던 공동육아 어린이집, 차병원, 성미산학교, 동네 부엌 등과 달리 ‘함께 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 놀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데 귀가 솔깃해진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사진 | 스튜디오 salt

지난 2월 7일 개관한 성미산마을극장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고 운영하는 극장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문화공간이다. 서울이라는 도시 한복판에서 벌써 15년째 공동체 마을을 꾸려온 성미산마을 사람들은 지난 2002년부터 일년에 한번씩 축제를 벌여왔다. 연극, 댄스, 사진, 영상 등 10여 개의 마을 동아리를 주축으로 한바탕 축제를 벌여 놀이를 나누던 마을 사람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더 많은 축제를 원하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전용 극장도 필요해졌다. 마침 ‘함께하는 시민행동’, ‘한국여성민우회’, ‘녹색교통운동’, ‘환경정의’ 등 4개 시민단체가 공동으로 건물을 지어 성미산마을로 이사를 오면서 공간 일부를 마을과 함께 나누게 되어 극장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 60평, 100석 규모의 성미산마을극장은 개관을 기념하기 위해 2개월에 걸친 개관기념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페스티벌 기간 동안 극장은 연극 무대가 되었다가 라이브 클럽이 되고 갤러리나 영화관으로도 변신할 예정이다. 음악, 연극, 마임, 뮤지컬, 춤, 영화, 퍼포먼스, 전시, 패션쇼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 개관행사는 ‘세계에서 몰려든 축하사절단, 그리고 아마 굉장한 밴드 공연’이라는 타이틀로 문을 열었으며, 조한혜정, 우석훈, 홍세화 등 사회 명사들이 참여해 무대를 꾸몄다. ‘성미산마을극장은 라이브클럽이다!’, ‘성미산마을극장은 소극장이다!’, ‘성미산마을극장은 갤러리이다! 복합공연장이다!’, ‘성미산마을극장은 영화관이다!’라는 네 개의 소주제 아래 마을 동아리와 동네 예술가들의 사진, 춤, 퍼포먼스, 영화제 등이 펼쳐진다.

특이한 것은 극장 운영뿐만 아니라 이번 페스티벌의 기획까지 마을 동아리와 참여 예술가들이 도맡아 진행했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꾸민 무대에는 동아리 활동으로 내공을 다진 성미산마을 주민들과 동네 예술가, 그리고 초청 예술가들이 오른다. 마을 사진동아리 ‘동네사진관’을 이끌며 이번 페스티벌의 기록팀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김명집씨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마을극장을 통해 아이들이 폭넓은 문화경험을 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페스티벌은 부모들이 아이들 손을 잡고 공연을 보러 오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 시절부터 문화적 경험을 쌓은 아이들이 자라 더 좋은 문화예술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라며 성미산마을극장과 개관기념 페스티벌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성미산마을 주민들만의 놀이터가 아니라 다른 여러 지역 마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을극장을 꿈꾸는 성미산마을극장의 개관기념페스티벌은 오는 3월 29일까지 이어질 예정이며, 자세한 일정은 인터넷 카페(cafe.naver.com/sungmisantheate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성미산마을극장 구조가 독특하다 어떻게 꾸미고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만 6개월 가량 이어졌다. 기본 골자는 극장이지만 전시도 하고 아이들 성인식이나 어르신들 회갑잔치도 여는 등 새로운 형식의 마을극장을 만들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를 위해 객석을 없애고 텅 빈 공간으로 만들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결론대로 극장을 꾸미자니 마을극장의 취지에 딱 맞는 객석을 만들기가 어려웠다. 상자 형태의 오브제를 원했는데 구하기가 어려워 애를 먹었다. 결국 개관 하루 전에야 겨우 설치를 완료했다. 여러 가지 형태로 변신이 가능한 객석 덕분에 공간 활용도가 높아질 수 있었다.

주민들의 자원 봉사로 운영되고 있는 것인가 지금은 자원봉사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음향, 조명 등 전문적인 부분은 외부 인력이 도와주고 있다. 마을주민과 외부 인력을 합쳐 20여 명 정도가 극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극장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봉사만으로 이끌어가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극장이 사회적 활동기업으로 인정받아 3월부터는 최저 생계비 수준의 활동비를 지급할 예정이다.

개관기념 페스티벌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이번 개관기념 페스티벌은 마을극장 활용방법을 선보이는 일종의 쇼케이스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장르를 섞어 개관 공연을 준비했다. 운영팀들이 프로들에게 전수도 받아가며 운영 훈련을 하는 기간이기도 하고, 극장 운영 방향을 찾아가는 기간이기도 하다.

성미산마을극장은 어떤 극장을 지향하고 있나 성미산마을극장을 마을과 마을의 경계,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 예술 장르의 경계 등 모든 경계를 넘나드는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어 가고 싶다. 사실 축제는 일상의 연장이고, 일상을 조금만 비틀면 축제가 될 수 있다. 뻣뻣해진 축제에 대한 인식을 유연하게 회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성미산마을’극장이지만 다른 마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성미산마을 사람들이 주인이 되어 다른 지역 마을 사람들을 초대해 함께 즐기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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