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3-17
삼청동에 위치한 갤러리 영에서 12명의 신예작가들이 작가로서의 첫 걸음을 떼는 전시가 열렸다. 참신한 신진작가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자처하고 나선 갤러리영의 기획공모전으로 진행되었으며 사진, 회화 등 각기 다른 분야에서 매진하고 있던 작가들은 전시를 통해 그간 숨겨두었던 재능을 맘껏 펼쳐 보였다.
에디터 | 정윤희(yhjung@jungle.co.kr)
‘에피소드 1 : 표현주의(expressionism)’라는 부제를 달고 진행된 이번 전시는 언어적 수단으로써의 작업행위를 살핀다. 작업행위를 통해 ‘표현’으로 종결되는 작가들의 의식과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 싶은 어떤 것을 탐구하려는 것이다. 이는 막 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진하려는 신진작가들에게 자신만의 표현방법과 도구를 명확하게 찾아주고자 하는 배려이기도 하다.
1층과 2층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작가와 작가의 작품 모두 새롭다는 것과 전시주제이기도 한 ‘표현주의’에 초점을 맞추어 작품의 특색에 맞는 전시 방법을 채용했다. 일괄적으로 모두 같은 액자에 전시하는 대신 별다른 가공을 거치지 않은 ‘날것의 캔버스’를 전시하거나 압정만으로 작품을 걸어두기도 하면서 작품 자체의 신선함을 한껏 강조하고 있다. 개관 이후 계속해서 ‘새로운 얼굴’을 찾아 기획 공모를 진행하며 참신한 작품들을 선보인 갤러리영은 4월 중 또 다른 신진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 김수현 | 무의식적 동요 시리즈는 인간의 태초의 모습과 극락에서의 모습, 도시 그리고 자연과 더불어 인간의 형이상학적인 형태의 인간을 융합함으로써 하나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한 항상 무의식적으로 찾고자 하는 우리의 자아도 표현해 보려 했다.
| 김윤주 | 나는 한곳을 응시하며 말 그대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느 날 베란다에 서서 무심코 구름이 해를 가린 모습을 얼굴을 찌푸리며 멍하게 바라본 적이 있다. 그 모습이 울렁울렁한,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외계 생명체처럼 묘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다시 보니 그 하늘은 내가 좋아하는 계란 반숙처럼 보이기도 했다. 내가 위치해 있던, 어둑어둑한 도시에서 바라본 하늘에 그 구름과 해의 희미한 모습은 희망의 무언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다. 조금은 유치하고 엉뚱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의 느낌들을 작업으로 표현해 보았다.
| 김종현 | 인파 속에서 물러났을 때 보이는 수많은 점. 사람들에게서 일정 거리를 두고 그 어떤 주관적 개입 없이 그들의 머리 위에 렌즈를 들이밀었다. 또한 사람들 이외에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삭제하고 날려버리는 프레이밍과 톤의 처리로 주제를 더 깊이 부각시켰다.
| 김현정 | 눈이 즐거운 그림, 색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앵무새는 시각적인 목마름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소재로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동물이었다. 앵무새를 보면서 소름이 돋을 정도로 색채의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끼면서 그때서부터는 모든 의지를 손에 맡겼다.
| 김호찬 | ‘그곳에서’ 시리즈는 단절과 갈망으로 인해 만남을 이루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만남이 이루어질 수 있는 공간을 조합하여 가상의 공간을 연출해 본 작업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단절의 만남이 아닌 진정한 만남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 이민정 | 나의 손때가 베어있는 방, 사도사도 모자라다고 느끼게 되는 옷과 신발들, 때묻은 내가 깨끗해져서 나오는 화장실 등등 사소하고 당연하지만 그 안에 작은 이야기들과 웃음거리는 넘쳐흐른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를 내가 기억하고 있는 에피소드의 색에 선으로 형태를 더해나가 흔적을 남기고 싶었다.
| 전랑 | 약간은 정치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담아내고 싶었다. 개나 사람이나 풀잎이나 생명의 무게는 다 똑같은 것인데, 함부로 생명을 대하는 인간에 대한 노여움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바비큐 만찬이다.
| 조혜령 | “저 텅 빈 미래로부터 눈을 돌려내 자신 속에서 과거 전체가 커지는 것을 본다. 존재한 것은 하나도 사라지지 않았어. 내일은 빛나는 과거에 비하면 무색이요 또한 노력과 결과를 동시에 완성하고 표현하는 것에 비하면 미완의 형태일 따름이야.”는 기욤 아폴리네르의 말로 작품 설명을 대신한다.
| 최정예 | 내게 거북이는 단순히 작품의 소재에 그치지 않고 작품을 하면서 잠시 쉬어갈 여유를 주는 존재, 생활하고 작업을 하는데 있어서 함께 나아가는 친구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거북이를 닮아가고 거북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거북이와 같이 생각하고 거북이의 표정을 읽어내려고 노력함으로써 충분히 거북이와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한수정 | 까만 밤이 되어 눈을 감는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뜬다. 바로 그 때, 죽음에 머물지 않고 살아있다는 것을, 오늘이 주어져 있음을, 살아있음을 느낀다. 그리고 그렇게 또 다른 하루를 만들어간다. 어쩌면 우리는 하루라는 시간과 공간 속에서 날마다 죽음과 삶을 오가고 있는 것 일지도… 하루살이처럼.
| 허보리 | 보통 사람들은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말, 언어를 쓴다. 나는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서 내가 느낀 사물의 특성을 그림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모든 예술가가 자신의 표현수단 (몸짓, 소리, 언어 등) 이 있는 것처럼 나는 형태와 색채 그리고 붓과 물감으로 내가 느꼈던 그 상황을 설명한다. 나의 그림에는 설거지를 하고, 빵을 굽고, 물건을 사고, 커피를 마시는 등의 나의 사소한 생활들이 담겨있고 나는 그 평범한 삶 속에서, 비유로 시작된 엉뚱하고 유머러스 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그것을 그림으로 옮긴다.
| 이창숙 | 짧지 않은 인생을 걷다 보면 속세를 떠나 마음을 닦는 이들보다 세상에서 중생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은 수행을 쌓는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애초에 가지고 있는 자신의 근본은 어디서건 나타난다. 마음씨에 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