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5-23
대안공간 루프(Loop)에 대해 알고 있는가?
1999년 국내 최초 미술대안공간으로 시작한 루프는 상수동에서 시작하여 서교동 지하 갤러리를 거쳐 2005년, 새로운 미술 공간으로 거듭났다.
일반 갤러리와 다른 ‘대안공간’은 도대체 어떤 곳일까? 라는 호기심이 생길 무렵, 홍대 근처에 위치한 루프, 그 곳을 찾아가 보았다.
취재 | 박현영 기자 (hypark@jungle.co.kr)
상업적으로 운영되는 일반 갤러리와 달리 대안공간 루프는 정부지원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 전시를 하는 작가도, 전시를 관람하는 사람도 모두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이런 대안적 발상에서 시작한 루프는 명확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좋은 작품의 창작을 종용하며, 작품의 활발한 움직임을 위해 미술계에 젊은 피 공급을 자처한다.
무엇보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를 발굴하기 위해 대학, 대학원을 중심으로 젊은 작가들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하여 좋은 작품을 엄선한다. 또한 연간 수백 편의 포트폴리오를 공모 형식으로 접수하여 그들에게 수면 위로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작가의 선별 작업은 루프의 큐레이터들과 외부 초청 자문들의 공동 심사 형식으로 이루어지며, 향 후 프리젠테이션을 도입하여 보다 오픈된 심사를 통해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한다.
최종 선발된 작가들의 작품은 개인전 또는 그룹전의 형식으로 루프의 전시공간에서 소개되며, 보통 연간 전시 계획이 세워져 있다.
대안공간 루프는 건축개념을 발전시켜 전시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을 전시공간으로 구성하였고, 지상 2층과 3층은 커피숍 및 소규모 전시나 세미나를 할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되며, 4층은 사무실로 운영되고 있다.
대안공간 루프는 젊은 작가들에게 보다 나은 창작 및 전시 여건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존 대안공간에서 발굴된 재능 있는 젊은 작가들이 좋지 않은 조건으로 주류 미술계에 편입되거나, 작품의 유통 경로가 막혀 창작 의욕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이에 대안 공간 루프에서는 예술적 가치가 성숙한 작가들의 개인전을 갖고, 해외의 공간으로 작가들을 진출시켜 세계적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노력한다.
또한 연간 3회의 국제전을 마련, 루프의 독립적인 기획전 및 해외의 큐레이터들과 함께 하는 공동 기획전 등 루프의 국제교류 네트워크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국제교류전을 실시한다.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현재 어떤 전시가 열리고 있을까? 주목할만한 전시인 김상균 개인전 “人工樂園 / The Artificial Paradise”를 만나러 가 보자.
콘크리트 도시, 서울에서 꾸는 회색빛 꿈, 바로 인공낙원(人工樂園)이다.
사람과 문명, 공간, 건축, 그리고 소외된… 감각의 디지털 시대의 공허한 회색도시를 묘사, 문명과 자본의 논리 속에서 살아가는 서울 시민의 욕망과 꿈을 드러낸다.
김상균의 도시 건축물을 통해 서울은 문화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생성하기 보다는 기능적이고 한시적인 유행과 자본의 양에 쫓기어 이루어진 혼성(hybrid)이라는 중성적 풍격을 이루고 있다. 그는 그러한 혼성의 반복으로 정체성을 잃어버린 우리의 도시, 무엇인가 결핍되어 있는 이 시대의 공간을 그린다.
영화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가 떠오를 법한 인공낙원에 들어서면 우울한 도시의 내음과 콘크리트 건축물 속에 혼자만 덩그러니 남겨진 듯한 ‘고독’을 체험한다.
그야말로 인공적인 이 공간에서 우리는 바깥의 화려한 도시 모습과 대조적인 분위기에 압도되어 마치 무대에 홀로 선 배우처럼 긴장감 마저 감돈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화려한 도시의 이면은 콘크리트에 지나지 않는 인공적인 도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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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간 루프 2, 3층에 위치한 Platform L 은 예술과 대중을 연결하는 coffee & wine을 즐기는 공간으로써, 작가와 관객에게 작품을 보다 부드럽게 전시하고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두 달 간격으로 소개되는 신진작가 위주의 개인전은 관객과의 적극적인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지며, 관객에게 딱딱하고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현대예술을 자유롭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접할 수 있는, 대중과 미술의 간극을 좁히며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Platform L 을 찾는다면, 전시가 열리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민병훈 작가의 ‘Polaroid Poster’ 展이 열리고 있는 그 곳은 마치 카페의 벽을 장식하는 소품처럼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
작가 민병훈은 영화 포스터 촬영 시, 카메라 앵글이나 조명을 확인하기 위해 배우 이외의 다른 사람이 미리 포즈를 취해보는 동작 블로킹(action blocking) 기법에 관심을 가지고 영화 포스터에 나올 배우들의 동작들을 미리 실행에 옮기며 사진에 적합한 이미지를 생산해낸다.
작가는 한 번에 한 장밖에 찍을 수 없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통해 경험의 진정성에 대해 물으며, 영화적으로 셋팅된 배경과 사물, 그리고 그 곳에 위치하는 인물들의 진실된 모습을 찾아 나선다.
Platform L은 전시 오픈이 없는 달에는 미술, 음악, 무용 등의 다채로운 파티 장소로도 제공되며, 재즈나 탭댄스 공연 등을 즐기는 문화와 함께 새로운 문화접점지대의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3층은 미술 관련 서적, 작가 포트폴리오를 비롯해 미술 잡지 등을 열람할 수 있어 미술인들 뿐만 아니라 미술에 관심을 갖는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는 말 그대로 플랫폼 역할을 한다.
재능 있는 젊은 작가의 전시가 보고 싶다면 대안공간 루프를 찾아가 보자. 그 곳에 들어선 순간 작품 감상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방된 공간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문의처_ (02)3141~1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