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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 리뷰

덴마크 디자이너의 거대한 상상력, 새로움의 추동

2016-01-04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끌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나 장 뤽 고다르(Jean Luc Godard) 등이 침체한 영화 산업에 새로운 영화의 흐름(누벨바그, Nouvelle Vague)를 주도 했던 것처럼 디자인에도 우리가 피부로 느낄 만한 새로운 것들이 존재하는가? 우리는 항상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갈망한다. 크리에이터라면 누구나 새로움에 목마르며, 또한 이를 앞서고자 할 것이다. 하늘아래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다면, 우리는 누군가와 같이 자기자신 스스로의 새로움에, 자신이 일군 우주에 눈뜰 필요가 있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나는 주어진 환경과 조건에 대해서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는다… 잘 모르는 세계에 스스로를 던져 놓는 것을 즐기며, 그 속에서 즉흥적으로 배우고 새롭게 적응해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_ HENRIK VIBSKOV

 

한국을 방문한 헨릭 빕스코브

한국을 방문한 헨릭 빕스코브 

 

 

Henrik Vibskov’s Photo Wall, 2003-2015 ⓒHenrik Vibskov

Henrik Vibskov’s Photo Wall, 2003-2015 ⓒHenrik Vibskov


 

낯섦을 경험하기 전 많은 사람들은 두려움을 먼저 만난다. 내 작품을 본 사람이 그 낯섦을 경험했다면, 이는 곧 내가 누군가에게 창조 영역의 단초를 제공한 것일 수 있다. 

 

헨릭 빕스코브(Henrix Vibskov)가 패션 디자이너임에는 분명하지만, 그를 북유럽의 신비로움을 간직한 '팝'한 패션 '아이콘'(센트럴 세인트 마틴 졸업 당시, 그의 작품은 덴마크 국영방송에 중계됐다)이라는 다소 흥미 반감된 틀에 박힌 표현에 머문다면 뭔가 아쉽다. 모델같이 매우 큰 키에 마른 체구, 시니컬한 표정이지만 그의 작은 제스처에는 세심함이 드러난다. 그의 이런 모습은 강렬한 컬러 속에 담긴 아기의 속살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헨릭 빕스코브는 아시아 최초로 대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수만 명의 방문객을 담보하는 전시가 그러하듯 전시가 마무리되는 연말 즈음 그는 어느새 국내에 비요크(Bjork) 못지 않은 북유럽을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됐다. 

 

그가 만든 런웨이 위 작품들 사이를 걷고 냄새를 맡으며 새로운 자극의 경험을 통해 우리는 그의 이야기 깊숙한 지점에 이른다. 죽음을 기념하는 방식들에 대한 생각들로 시작된 그의 지난 2013 콜렉션은 죽은 이와의 소통을 위해 날려보내는 ‘연’, 도살장의 컨베이어 벨트 속 닭의 이미지 속에 영감을 얻은 '플라밍고 숲'을 연출했다. 죽음의 성찰에 대한 흔적을 무대로 연결하고 이를 행위로 보여주며 확장을 거듭하는 그의 이야기는 지구 반대편의 창작자와 국내의 디자이너의 정서적 연결고리가 이토록 가깝고, 서로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다. 

  

The Stiff Neck Chamber AW 2013 Collection ⓒHenrik Vibskov

The Stiff Neck Chamber AW 2013 Collection ⓒHenrik Vibskov


 단순한 컬러의 자극이나 오감의 자극을 제시하는 전시나 개별 작품이 아닌, 창작자의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도록 만드는 헨릭 빕스코브의 거대한 상상력. 지구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는 창의적 영역에 자신의 영역을 살포시 포갠 채, 디자이너의 상상력, ‘무얼 생각하고, 어떤 삶을 살고 있으며, 어떤 삶을 꿈꾸는지’ 그가 오늘의 디자이너들에게 묻는 듯하다.

 

“오늘도 자신의 세계를 발견하셨나요?” 

  

 The Big Wet Shiny Boobies SS 2007 Collection ⓒHenrik Vibskov_

The Big Wet Shiny Boobies SS 2007 Collection ⓒHenrik Vibskov_

 


 

* 헨릭 빕스코브(Henrik Vibskov, 1972년 덴마크 출생)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주목 받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이다. 패션뿐만 아니라 사진, 설치, 영상, 퍼포먼스 등 순수 예술의 영역에서 꾸준히 창작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으며, 뉴욕 현대미술관 PS1(MoMA PS1), 파리 팔레 드 도쿄(Palais de Tokyo), 런던 아이씨에이(ICA), 헬싱키 디자인 뮤지엄(Design Museum Helsinki)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해 이미 아티스트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그는 유럽 일렉트로닉 음악신의 대표 밴드 '트렌트모러'(Trentemøller)의 드러머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이기도 하며, 최근에는 아이슬란드의 싱어송라이터 비요크(Björk)의 오페라 무대와 의상, 뮤지션 시규어 로스(Sigur Rós)의 무대와 의상, 그리고 노르웨이 국립 오페라 발레단(The Norwegian National Opera and Ballet)의 백조의 호수(The Swan lake) 공연의 메인 의상을 직접 디자인하는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멀티 크리에이터로서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 유명인에게 옷을 제공하지 않는 그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시규어 로스(Sigur Rós), 비요크(Björk), 루 리드(Lou Reed),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 등 이미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이 헨릭 빕스코브의 의상을 즐겨 입을 만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감각을 인정받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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