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4
복고열풍이 최근 출판계에도 본격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유명 문학작품의 초판본을 복원한 복각판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지난 해 11월, 1인 출판사인 소와다리가 내놓은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 1925년 초판본의 복각판이 4만 부 이상 팔린 이후 복각판 출간이 출판계의 최신 트렌드로 자리하고 있다.
김영학(yhkim@jungle.co.kr)
박물관이나 인터넷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복각판은 추억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편집디자인의 역사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하지만 최근 복각판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욕구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희귀 서적의 초판본을 옛날 모습 그대로 볼 수 있어 단순히 책이 ‘읽는 것’이 아니라 보고 감상하며 소장의 가치로서 욕구를 자극한다는 측면은 불황기의 출판계에 희소식일 것이다.
사실 최근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1988’의 인기를 반영하듯 당시 인기를 끌었던 과자나 음료가 출시되고, TV 광고 역시 그 흐름을 반영하듯 방영되고는 있었다. ‘응답하라’ 시리즈가 시작될 때마다 불었던 복고 열풍 속에서도 출판계의 움직임은 잠잠했던 것이 사실.
그런데 이제는 다르다. 1988년 베스트셀러였던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습니다〉(진선북스)가 주목을 받자, 진선북스에서는 당시의 판형과 편집으로 재출간하면서 독자들의 욕구를 자극했다.
복각판을 시도한 출판계의 노력은 박수를 쳐 줄만 하다. 가뜩이나 독자수가 감소하고 있는 작금의 시대에 새로운 감동을 자극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을 터. 사실 복각판이 이렇게 잘 나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소와다리는 〈초판본 진달래꽃〉에 이어 윤동주 시인의 〈초판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까지 초판본으로 발간했는데, 등록 첫날 바로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물론 지난 해 12월 20일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초판본이 경매 최고가인 1억 3500만 원에 낙찰되면서 관심이 커진 탓도 있으나 이후 복각판 열풍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다양한 패키지 구성과 ‘책’에 대한 개념이 확장됐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초판본 진달래꽃〉의 경우, ‘경성에서 온 소포’ 패키지로 구성, 경성우편국 속달인 봉투에 책과 혼마치(명동)의 풍경 엽서, 대한제국 시절 우표를 함께 담았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복각판은 10주기 증보판, 3주기 초판본과 함께 윤동주 육필 원고철, 판결 서류 및 사진을 함께 담아 소장본으로서의 가치를 더한 것이 주효했다.
놀라운 점은 두 시집의 주요 구매자(60%)가 20대라는 사실이다.
알라딘의 한국소설/시 담당인 김효선 MD는 “초판본 오리지널 시리즈가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입소문 타면서 인기를 끈 만큼, SNS에 능숙하고 수집에 관심이 많은 20대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한다.
2월 3일에는 백석의 〈초판본 사슴〉이 예약 판매 개시 하루 만에 2500부 이상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는데, 이는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하루에 4000부 판매를 돌파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초판본 사슴〉는 소와다리의 세 번째 오리지널 시리즈. 〈사슴〉은 1936년 발간 당시 전통 자루매기 양장제본으로 100부만 발간되어 그 모습을 찾기 조차 어려웠고, 윤동주 시인이 필사하고 당대 시인들이 가장 소장하고 싶던 시집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