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6
4월 6일 정부는 제16회 국가지식재산위원회를 개최하고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종합대책은 ‘부패방지 4대 백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에 대한 1월 12일 황교안 총리의 정부대책 강구 발표에 따라 추진되어 왔다. 지금까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중소기업 기술보호 범부처 TF’를 구성, 법·제도 및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했고, 특히 정책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여러 차례 중소기업의 의견을 수렴했다.
김영학(yhkim@jungle.co.kr)
이번 대책 마련으로 중소기업의 핵심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이 한층 강화되는 한편, 중소기업들이 자체 기술 보안 역량을 키우기 위한 정책적 지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정부는 중소기업의 기술유출방지 및 보호를 위해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및 ‘중소기업기술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등 관련 법률을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을 추진해 왔으나, 기술탈취 등을 통한 이익에 비해 벌금 등 형사적 제재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사건처리 및 사후구제의 장기화에 따른 중소기업의 해결노력 좌절도 기술유출의 원인으로 분석됐고,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해치는 무임승차 심리와 기술보호에 대한 중소기업 임직원의 인식 및 관심부족도 문제로 제기됐다.
이처럼 정부는 국·내외 기술유출 예방 및 대응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으나, 중소기업의 기술보호 역량이나 현장의 체감성과는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지적되어 왔다.
이번 종합대책은 기술유출에 대한 사전예방과 사후대응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정부지원체계의 효율성 제고 및 기업의 보호활동 자율성 강화 등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최초의 정부합동대책이다.
핵심전략 1_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상품디자인 모방행위 시 형사처벌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을 통한 가장 큰 변화는 부당한 기술유출과 탈취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사전 예방효과와 사후구제의 실효성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악의적인 영업비밀 침해 행위 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해 발생한 손해의 최대 3배까지 배상책임을 지게 되며,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벌금액도 기존보다 10배로 상향하는 등 대폭 강화한다.
그 동안 영업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 등으로 영업비밀을 취득·사용하거나 제3자에게 누설하는 경우에 대해서만 형사적인 처벌을 할 수 있었으나,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보유할 권한이 소멸된 이후에도 해당 영업비밀을 보유·유출하거나, 삭제·반환 요구를 거부하는 행위 역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또한 탈취자에 대한 증거제출 의무가 강화되어, 일정한 경우에는 영업비밀이더라도 증거제출 의무가 부과되며, 이에 불응할 경우 권리자의 주장대로 손해액이 산정되게 된다.
디자인 모방에 대한 처벌도 강화할 방침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유행 주기가 짧은 상품의 디자인을 등록하지 못한 경우, 대기업이 해당 제품을 그대로 베껴 판매하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말, 이랜드에서 레이버데이의 머플러 디자인을 그대로 베껴 3분의 1 가격에 판매함으로써 레이버데이의 매출감소를 초래한 경우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이 무분별하게 도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현재는 해당상품에 대한 판매금지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적 구제만 가능했던 상품디자인 모방행위를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핵심전략 2_ 기술분쟁 사건 신속 대응
앞으로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형사사건 관할을 고등법원 소재 지방법원에 집중하고,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하도록 하는 ‘집중심리제’를 도입하는 등 재판 과정이 이전보다 신속하게 진행되게 된다.
그간 특허 또는 영업비밀을 침해한 경우, 이를 금지하도록 하는 가처분 제도가 활용되고 있지만, 판결까지 통상 1년 가까이 소요되어 피해기업이 적기에 구제가 이루어지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법원은 박사급 기술 전문인력을 확보해 모든 기술 관련 가처분 사건에 지원토록 하고 가처분 ‘처리기한 법정화’를 추진하고, 이에 따라 향후 기술 관련 가처분 사건 처리 기한이 대폭 단축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기술 탈취 사건이 발생할 경우, 중소기업은 시간·비용적인 부담으로 인해 소송을 선택하기는 쉽지 않은데, 시간·비용 측면에서 효율적인 조정제도를 중소기업이 보다 쉽게 이용토록 통합사무국을 운영하고, 공공기관의 기술침해에 대해서는 시정권고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다.
핵심전략 3_ 중소기업 보호 강화
기술유출 사고 발생 시, 얼마나 신속하게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수사·기소가 이루어지는지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핵심 열쇠다.
이를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중소기업 기술보호 통합 상담센터’가 피해 ‘신고’도 접수하도록 기능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기술보호 홈페이지에 신고·제보 접수 기능을 부가하며, 경찰청 산업기술유출수사팀과 핫라인도 신설한다.
기술유출 범죄수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2017년 상반기까지 17개 전 지방 경찰청에 ’산업기술유출전담수사팀‘을 구성, 전문 수사인력을 증강 배치하고 검찰에는 변리사 등 전문인력을 특허수사 자문관으로 채용하는 등 확대되는 수사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속한 압수 수색을 지원하게 된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앗아가는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하도급법상 부당한 기술자료 요구 및 유용행위에 대한 현장 직권조사를 실시해, 기술 유용행위에 대하여 엄중히 조치할 계획이다.
또한 직권조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 경찰청·특허청 등 유관기관과 정보를 상시적으로 공유하는 등 협력체계도 강화한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이나 분쟁대비가 시급하지만 자금이 부족한 기술혁신형 벤처기업 등의 소송을 지원하기 위해 소송보험료 지원기업을 2배 이상 확대하고, 특히 보험가입 기업수 확대를 통해 보험료 인하도 동시에 유도한다.
핵심전략 4_ 해외기술유출 방지책 마련
국가 안보·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국가핵심기술의 해외 무단 유출 방지를 위해 로봇, 에너지 등 신성장 산업분야와 철강·조선 등에 대해서도 국가핵심기술 신규지정 추진 등 선제적으로 국가핵심기술을 관리한다.
현재 유통·거래의 제한만 있는 국가핵심기술보유 기업에게 보안진단 컨설팅 및 보안시스템 구축을 지원하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해외 M&A 신고 대상기술 확대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해외 현지 지재권 분쟁에 대비해 해외진출기업을 대상으로 지재권 분쟁예방·대응전략 교육을 확대하고, 교역량, 분쟁빈도 등을 고려하여 IP-DESK(해외지식재산센터)를 확대, 해외에 진출한 중소기업에 대한 침해조사 및 법률자문 지원을 강화한다.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 발표에 대해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 ‘중소기업 기술보호 종합대책’ 발표에 대한 중소기업계 입장’이라는 논평을 통해 “해당 대책에 대해 적극환영하며, 그 동안 많은 중소기업들이 수직거래 관계 등을 통한 기술탈취와 부당 기술유용으로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이에 대한 미흡한 피해구제 및 재발방지 대책으로 중소기업의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와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해 온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에 정부가 중소기업 기술보호의 중요성일 인식, 관계부처 합동 TF를 구성해 관련법 및 제도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여 종합대책을 마련했다는데 의의가 있으며, 부당한 기술탈취 근절을 통한 공정한 기술거래 질서 확립에 밑거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허청의 지식재산 통계에 따르면, 2015년도 특허출원 건수는 21만 3694건이었으며, 디자인은 6만 7954건, 실용신안 8711건, 상표 18만 5443건으로 총 47만 5802건의 출원이 진행됐다. 심판청구건수는 총 1만 3986건으로 특허 9112건, 디자인 477건, 실용신안 252건, 상표 4145건이었다.
또한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지난 해 국내 디자인 전문회사 303개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식재산권 관련 피해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35%에 이르며, 피해액만 1200억 원으로 추산된 점을 볼 때, 이번 종합대책은 디자인업계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