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체보기

분야별
유형별
매체별
매체전체
무신사
월간사진
월간 POPSIGN
bob

컬쳐 | 뉴스

양경수 그림에세이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2016-11-14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양경수 지음, 오우아, 280쪽, 15,800원 (사진제공: 오우아)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 양경수 지음, 오우아, 280쪽, 15,800원 (사진제공: 오우아)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의 삽화를 그린 양경수 작가가 그동안 그려온 ‘약치기 그림’에 미공개컷들을 더해 첫 번째 책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을 출간한다.

 

각각의 장면을 따로 떼어놓고 보면 위트 있는 한 컷 그림이지만,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인의 24시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고투를 담은 장편 그림책처럼 느껴진다.

 

SCENE 1. 열정페이? 페이열정! 나는 열정 정가제 회사원입니다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지쳤다. 한 달에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초과근무 끝에 일과 삶에 대한 막막함과 절망을 SNS에 토로하다 끝내 자살한 일본의 한 신입사원의 이야기는 남 일이 아니다. 양경수 작가의 그림은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던 ‘참고 견디라’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고상한 조언들에 ‘내가 왜?’라는 물음표를 날리며 정면으로 따귀를 후려친다. 성장과 성과, 열정과 배움 등 기성세대와 회사측이 젊은 세대에게 누차 강조하는 가치들 앞에서, ‘돈 준 만큼만 일하겠다’며 ‘열정 정가제’를 당당하게 선언하는 회사원들의 모습은 도발적이기까지 하다.

 

 

SCENE 2. 긴 하루가 가네. 난 또 집에 못 가네

야근은 끝날 줄 모르고 회사원들은 휴일에도, 심지어 명절에도 집에 가지 못한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저녁엔 사무실 책상에 컵라면과 삼각김밥, 혹은 편의점 도시락을 펼쳐놓고 엄마밥을 그리며 슬픈 ‘도형놀이’를 한다. 복도 한구석에서 혹은 캄캄해져가는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며 ‘너무 힘든데 힘들다 말하기 힘든 세상이라 더 힘들어’ ‘긴 하루가 가네, 난 또 집 못 가네’라고 중얼거리는 직장인들. 양경수 작가의 직장인 그림은 우리 시대의 초상화이다.

 

 

당신은 어떠한가?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할 곳도 없고 아침에 일어나면 그저 막막하고 도망치고 싶은가? 그렇다면, 당신은 일하기싫어증이다. 이 책은 당신의 ‘일하기싫어증’을 치료해주지는 못한다. 다만 이러저러해서 당신이 힘들고 아픈 것은 아니냐고 회사생활 속 다양한 일상적인 장면들을 통해 되묻는다. 그러니 당신은 그저 이 책을 읽으며 ‘아, 내가 이랬구나, 이래서 아팠구나’ 웃고 울고 공감하면 된다. 어차피 노동과 밥벌이는 계속되므로. 우리가 아무리 일하기 싫다고 외쳐봐도, 웬만하면 우리는 도망칠 수 없으므로. 고된 삶의 조건 속에서 자기 자신을 영영 잃지는 않게끔, 우리는 가끔씩 이 책 속의 직장인들처럼 우리와 많이 닮은 것들을 들여다보고 보살피며 계속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한편, 이 책을 소지한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눈총을 받지 않도록 한정판 ‘출근용 페이크 북커버’를 선착순으로 증정한다. 회사에 이 책을 들고 갈 때는 ‘싶어증입니다, 일하고싶어증’으로 위장한 제목에 ‘매일 아침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행복해지는 기적의 에세이’라는 헤드카피로 무장한 이 북커버를 씌우길.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facebook twitter

#서적 

당신을 위한 정글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