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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 리뷰

개인적인 계한희

무신사 | 2016-12-05

 


 

나이와 상관없이 여자의 마음은 언제나 소녀라고 많이들 얘기한다. 실제로 만난 계한희가 그랬다. 특유의 말투로 소소한 농담을 던지고, 브랜드에 대해 얘기할 땐 눈을 반짝이고, 미처 가지 못한 휴가를 생각하며 울상을 짓다가도 젊었을 때 놀면 뭐하냐고 금방 씩씩하게 웃었다. 만나고 나니 더 매력적인 계한희와 홀리데이 캡슐 컬렉션 룩북 촬영이 진행된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아이아이(EYEYE)에 대한 수다를 떨고 왔다.

 


 

무신사 (이하 무) 일반적인 소개 멘트 말고 그냥 ‘계한희’ 식으로 자신의 소개를 부탁한다.

 

계한희 디렉터 (이하 계) 생각보다 대답하기 어렵다. (웃음) 내가 만들고 있는 옷에 대해 설명할 때의 성격은 적극적인데! 브랜드 카이(KYE)와 아이아이(EYEYE)를 하고 있는 계한희입니다.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는다.

 

 

카이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이미 카이를 통해 성공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로 입지를 굳힌 상태인데, 아이아이의 디렉팅을 맡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세컨드 브랜드를 하고 싶은 생각은 계속 있었다. 적절한 타이밍을 찾고 있었다. 타이밍도 그렇지만, 할 거면 제대로 하고 싶었다. 로고만 딱 박힌 티셔츠나 스웨트 셔츠만 내는 것이 아니라 좀더 확장해서 컬렉션 라인을 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보니 상대적으로 조금 늦게 세컨드 브랜드를 내게 된 것 같다.

 

 

카이와 아이아이는 어떻게 다른가?

 

일단 가장 다른 것은 카이는 유니섹스 아이템을 전개하고 있고 아이아이는 여성 브랜드라는 점이다. 카이는 좀 더 멋있고 트렌드를 배제한 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또 판매에 대해선 신경을 많이 안 쓰는 그런 컬렉션이라고 한다면, 아이아이는 그보다는 전형적인 브랜드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 사실 내가 매일 편하게 입고 싶은 옷이다. (웃음) 카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데일리로 입을 수 있고. 카이에서 보여줄 수 없는 내 안에 있는 어떤 여성적이고 소녀적인 것을 표현하고 있다. (웃음) 좀 더 사적인 모습이라고 해야 되나. 그래서 이상하게 지금 옷장에는 아이아이 옷이 훨씬 많다. 비행기 탈 때도 입고 사무실에서도 편하게 입는다.

 

 

철자를 보면 아이아이의 브랜드명이 카이에서 파생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브랜드명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이게 의도가 안 됐다고는 할 수 없다. (웃음) 일단 아이아이는 카이와는 다른 브랜딩을 보여주고 싶었다. 세컨드, 바이(by) 이런 단어는 붙이고 싶지 않았고 아예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싶었다. 아이아이만의 아이덴티티가 있으니까. 그렇게 하고 싶던 와중에 또 너무 카이랑 동떨어질 수는 없으니 이것저것 생각하다가 나온 게 아이아이다. 이게 ‘eye’가 눈이니까 본다는 뜻도 있고 아이아이가 한자로 해서 발음하면 ‘사랑사랑’ 이런 의미도 있다. 아 이거다! 싶었다. (웃음) 좋은 의미가 많이 붙어있다고 생각했다. 아이아이가 사실 중국에서 반응이 좋다. 아직 중국 진출은 안 했는데 벌써 중국에서 알고 있더라. 카피도 있고. (웃음) 중국 분들이 한국에 와서 많이 구매해 간다.

 

 


 

보통 브랜드는 그 디렉터와 닮아간다. 본인과 아이아이는 어떤 면에서 가장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하나?

 

실제로 사람들이 말하길, 내가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실제로 만나 얘기했을 때의 느낌이 좀 다르다고 한다. 아이아이는 대외적인 모습보다는 개인적인 모습을 좀 더 보여주는 브랜드라고 할 수 있겠다. 또 아이아이는 내가 평소에 잘 입는 스타일이다. 실제로 자주 입으니까 피드백이 바로 바로 나온다. 데님을 정말 좋아하는데 아이아이는 데님이 특화되어 있다. 아이아이를 공동으로 진행하는 데님 브랜드 플랙에서 데님을 만들어줘서 다른 데에서 볼 수 없는 특이한 워싱을 한 데님도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데님 아이템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아이는 키치하고 유쾌한 무드를 주 콘셉트로 하고 있다. 아이아이가 추구하고자 하는 브랜드의 방향성은 어떤 것인가?

 

브랜드를 할 때마다 개인적으로 관계되어 있는 것을 많이 만들려고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애정이 많이 없어지기도 하고. (웃음) 요즘엔 소비자들이 그냥 옷이 예쁘다고 사기 보다는 이걸 만든 사람이랑 실제로 맞는지 여부도 생각하는 것 같다. 디자이너의 감성이나 아이템에 녹아 있는 디자이너의 이야기 같은 것들 때문에 디자이너 브랜드 옷을 사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래서 계속 나와 함께 내 모습이 담긴 그대로 아이아이도 이어져가지 않을까 한다. 내 안에서도 가장 밝은 면이나 그런 것들. (웃음)

 

 

그렇다면 지금 나이에 만든 아이아이와 좀 더 나이가 들었을 때의 아이아이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그 생각도 많이 해봤다. 카이도 그렇고. 그렇다고 내가 나이가 든다고 해서 갑자기 에르메스를 입고 다니진 않을 것 같다. (웃음) 나이가 들어도 내 안의 소녀스러움을 끌어내고 싶다. 요즘 패션은 특히 더 나이에 국한되지 않으니까 백화점이나 편집매장도 소비자 그룹을 둘 때 나이로 두지 않고 스타일로 나누는 것 같다. 카이도 그렇고 아이아이도 그렇고 그런 경계가 없는 패션을 추구하는 분들이 좋아해주지 않을까 싶다.

 

 

디자인이 화려하면 옷이 예쁘다고 생각은 해도 사실 구매까지 쉽게 이어지진 않는다. 이런 부분에 대한 우려는 없나?

 

사실 카이를 할 때는 그런 고민이 별로 없었다. 오히려 특이한 아이템이 반응이 좋았다. 이상하게 더 튈수록 판매가 더 잘 되고. 근데 아이아이는 카이보다 좀 더 대중화된 브랜드인데 괜찮을까 걱정돼서 아더 컬러로 그레이나 블랙 같이 톤 다운된 버전들도 해봤는데, 이상하게 화려한 아이템들이 훨씬 잘 팔린다. 아이아이도 패턴이 많고 톡톡 튀고 이런 아이템들이 더 잘 된다. 기왕이면 좀 더 디자인이 확실하게 들어간 것들을 좋아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든다.

 

 

아이아이라는 브랜드에서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 것 같다. 기왕이면 딱 티가 나는. 바이어들도 카이를 바잉할 때 아무래도 티가 확실하게 나는 아이템을 소비자가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하더라. 근데 나도 평소 스타일링을 할 때 좀 튀는 아이템을 많이 하고 그 외에는 베이식한 아이템들을 섞는 스타일이다. 계속 이렇게 테스트를 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나올 때 재미있는 것 같다. 왜냐면 옷을 만들 때 ‘이런 핑크색 퍼 괜찮을까?’ 했는데 그게 제일 잘 나간다. (웃음) ‘뭐지?’ 싶고 신기하다.

 

 

 


 

그런 톡톡 튀는 아이아이에서 홀리데이 캡슐 컬렉션이 곧 출시된다. 캡슐 컬렉션은 어떤 것에 착안하여 시작하게 되었나? 

 

원래 캡슐 컬렉션에 대해 큰 계획은 없었다. (웃음) 캡슐을 갑자기 하게 된 이유가 어떻게 보면 되게 행복한 고민일 수 있는데, 기존 컬렉션 아이템들이 생각보다 판매가 빨리 되어서 품절이 되고 있다. 그리고 좀 새롭게 테스트해보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이제 아이아이를 한 지 1년 가까이 되는데, 그 1년 동안 반응이 좋았던 핏이나 라인, 그리고 프린트를 재조합해보고 체크 무늬 같이 F/W 컬렉션에 나왔던 그래픽을 좀 더 러블리하게 풀어보았다.

이번 캡슐 컬렉션의 전반적인 주제는 F/W 컬렉션과 이어가면서 아이아이의 아카이브를 결합해서 시도해보았다. 아이아이가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실루엣, 그래픽이나 무드 같은 것들을 한번에 작게 축약한 컬렉션이라고 보면 된다.

 

 

홀리데이 캡슐 컬렉션에서는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나?

 

손이 많이 갈 수 있는 아이템으로 구성했다. 디자인적인 면에서는 많은 분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을 생각했고, 마케팅적인 측면에서는 사실 아이아이가 나이를 가리진 않지만, 어린 친구들도 많이 좋아해주니까 그 친구들도 생각했다. 카이에 비해서 가격이 착한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좀 부담스럽지 않나 생각해서 이번에 나오는 캡슐 컬렉션은 좀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맞췄다. 디자인적으로나 가격적으로나 좀 더 보편화될 수 있는 아이템들이라고 생각한다.

 

 

홀리데이 캡슐 컬렉션에서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을 하나 고른다면 어떤 것인가?

 

다 너무 마음에 들게 나왔다. 솔직히 고르기 힘들다. 아이아이에서 나온 아이템들은 웬만해서 거의 다 매일 하고 다니고 싶은 아이템들이다. 지금 내가 입고 있는 핑크색 후디도 사이드에 절개가 있어서 활동성이 좋고 기모가 들어가서 따뜻하다. 아이아이의 옷마다 달린 옷핀이나 후디에 달린 두 개로 겹친 스트링 등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그런 소소한 디테일들이 들어가 있어서 더 좋다. 

 

 


 

컬렉션과는 별개로 본인이 가을 겨울 시즌에 가장 즐겨 하는 아이템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머플러나 장갑같이 그 시즌에만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좋은 것 같다. 솔직히 난 티셔츠나 스웨트 셔츠 같은 아이템은 사계절 입는다. 데님도 그렇고. 그래서 이 계절에만 입을 수 있는 건 아우터나 윈터 액세서리인 것 같다. 지금 아니면 얼마 못 입고 계절이 지나가게 되니까 머플러나 장갑, 비니 같은 액세서리에 욕심이 난다.

 

 

지금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이슈는 무엇인가?

 

지금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건 모두 알다시피 사회적인 이슈이지 않나. (웃음) 사회적인 이슈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긴 한데 일단 다음 시즌 준비는 언제 하지 라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눈물이 앞을 가린다. (웃음) 그리고 이번 주에 홍콩 출장을 간다. 홍콩 디자인 센터에 전시를 해서 그에 대한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아이아이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아이아이는 옷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로 나아가고 싶은 생각을 갖고 있다. 그래서 나중에는 라이프 스타일 아이템도 하고 싶고. 그냥 아이아이가 가지고 있는 그 느낌 자체를 온전히 전달하고 싶다. 그런 면에서 아이아이는 택배 박스 하나에도 굉장히 신경을 쓴다. 박스를 열면 제품과 같이 들어가있는 티슈나 스티커 같이 작은 것 하나로도 아이아이의 느낌을 받을 수 있게 하고 싶다.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싶은 것 같다.

 

 

아이아이의 홀리데이 캡슐 컬렉션이 온라인숍에서는 유일하게 무신사에서 단독 판매된다. 이번 컬렉션으로 무신사에서 처음 아이아이를 만나게 될 소비자들에게 한 마디를 부탁한다.

 

이게 제일 어렵다. (웃음) 사실 무신사랑 우신사를 굉장히 많이 들어가본다. 뭐가 잘 되고 있나 이런 거 잘 체크하고 있다. (웃음) 이번 캡슐 컬렉션은 기존에 했던 S/S나 F/W 컬렉션보다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접근하기 편한 아이템들이라, 기존에 아이아이 좋아하는 분들한테는 또 하나의 기대감을 줄 수 있고 또 새로운 고객들한테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첫 만남, 소개팅 하는 느낌으로 잘 다가갔으면 좋겠다. 조심스럽게 ‘똑똑’ 두드리는 느낌으로. (웃음)

 

 

무신사 단독 판매에 있어 무신사에게 기대하는 바가 있나?

 

무신사나 우신사를 보면 다른 데 보다는 딱 옷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생각을 한다. 가격을 보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 스타일을 좋아해서 그걸 찾기 위해 들어오는 고객이 많은 느낌. 또 소비자들이랑 콘텐츠를 통해서도 소통을 많이 하고 피드백을 잘 주고 받는 것 같다. 이런 커뮤니티를 계속 활발하게 이어갔으면 좋겠다. 아이아이에 관련된 코멘트들도 열심히 보고 있는데 또 이번 캡슐 컬렉션에 관해서는 무신사 고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 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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