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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디자인, 삶의 기쁨이어라

2011-03-28


나의 작은 작품이 누군가에게 삶의 기쁨이 될 수 있다면. 그것은 아티스트이며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사람으로써 느낄 수 있는 기쁨일 것이다. 특히 그 누군가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 있어,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잡고 싶어하는 환자들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에디터 | 최동은(dechoi@jungle.co.kr)


지난 15일부터 21일, 영국 런던의 소머셋 하우스(Somerset House)에는 영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유명 디자이너들의 작품이 전시되었다. 그들을 한 자리로 이끈 것은 다름아닌 ‘삶의 기쁨’, ‘Joy of Living’이라는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는 100여 명의 유명 디자이너들이 매기 암 치료 센터(Maggie’s Cancer Caring Center)를 지원하는 5만 파운드의 성금을 모금하기 위한 자선 프로젝트로 참여한 디자이너만 해도 영국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테렌스 콘랜(Terence Conran)부터 S 의자로 유명한 영국의 슈퍼 디자이너 톰 딕슨(Tom Dixon), 섬세한 컷팅 작업의 아티스트 롭 라이언(Rob Ryan)까지 그 면면이 화려했다.


어떻게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암 환자들을 돕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작가이자 큐레이터인 맥스 프래저(Max Fraser)의 어머니 역시 6년간 암으로 투병했는데 그 때 도움을 받았던 매기 암 치료 센터에서 만들어 주었던 고요한 분위기와 좋은 삶의 질이 무엇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그는 센터의 창립자인 매기 케스윅 젠크가 했던 “죽음의 공포에서 삶의 기쁨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는 말로부터 영감을 얻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매기 암 치료 센터 역시 ‘굿 디자인’의 중요성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었다. 그들은 센터 내에 환자들을 항상 반갑게 맞아주고, 고요하게 만들어주면서 기분을 들뜨게 해주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있어서 굿 디자인을 주요 신념으로 삼았기 때문에 디자인업계와 함께 프로젝트를 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는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많은 디자이너 및 작가들을 이 프로젝트에 참여 시킬 수 있었던 것은 좋은 취지뿐만 아니라 그들을 매료시킨 Joy of Living만의 독특한 작업방식 때문이다. 유명작가, 신예작가 할 것 없이 디자이너들은 모두 작은 A4 그래픽용지 한 장에 자신들의 작품세계를 뽐냈는데 이렇게 모눈이 그려진 그래픽 용지를 사용하는 것은 그들이 처음 디자인을 하던 시점을 상기시켰다. 디자이너들은 이 용지를 자르고, 붙이고, 구기고, 그리며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롭게 자신들의 세계를 펼쳐나갔다. 또한 작품에 개인적 추억부터 영감의 원천까지 소소한 설명을 달아 읽는 재미와 감동도 함께 주었다.


게다가 매기 암 치료 센터의 주요 정신 중 하나인 ‘민주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전시에서 아티스트의 이름을 모두 비밀에 붙이고 작품 가격 또한 개당 250파운드로 정했다. 따라서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아티스트의 지명도에 관계 없이 오로지 자신들에게 감명을 준 작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전시 전에 아티스트의 이름이 공개된 단 하나의 작품은 감각적으로 까치를 표현한 ‘One for Sorrow…’로 행사를 진행한 런던 디자인 가이드의 심사위원 상을 수상하며 1,000파운드의 상금을 받는 영광을 누렸다. 전시가 끝난 21일에 관객들로부터 선정된 인기상은 ‘Rorschach’s Carnival’ 의 조안나 바스폴드에게 돌아갔다. 스스로를 ‘잉크 전도자’라고 지칭하는 그녀의 작품은 환상 속 세계를 연상시키며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또한 자신에게 돌아간 500파운드의 상금을 전액 매기 암 치료 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Joy of Living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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