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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타인의 ‘괜찮은’ 직업에 대한 호기심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 | 2017-05-11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특정 직업은 있다. 그 직업으로 인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일 거다. 내가 갖지 못한 ‘전문직’에 대한 선망은 그들의 직업과 삶을 더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나와는 다른 그들의 직업, 그래서 그들의 삶은 나의 것과 어떻게 다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어렴풋하게나마 원성원 작가의 전시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교수의 바람들판 The Windy Fields of Professors〉2017 c-print 120x200cm

〈교수의 바람들판 The Windy Fields of Professors〉 2017 c-print 120x200cm

나약하고 건조한 갈대가 꽉 차 있는 드넓은 들판, 초식동물들이 다양성을 제시한다. 들판이 조망되는 곳은 대학을 뜻한다. 그곳에서 연륜 높은 학자들이 더 먼 곳의 풍경을 바라보며 아래에 있는 동물들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원성원 작가는 수 천장의 사진 촬영과 정교한 콜라주 작업으로 비현실적인 상상을 실제처럼 만든다. 이번 개인전 ‘타자의 풍경(The sight of the others)’에서 작가는 전문직에 대한 단상을 보여준다. 

 

〈연구원의 선인장 The Cactuses of Researchers〉2017 c-print 120x200cm

〈연구원의 선인장 The Cactuses of Researchers〉 2017 c-print 120x200cm

일정한 공간 안에서 같은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해 경쟁하는 연구원들의 모습을 상징화한 작품이다. 고립되어 있지만 목표집중적인 연구원의 상황이 연출됐다.  

 

〈공직자의 얼음기둥 The Ice Pillars of Government Officers〉2017 c-print 120x200cm

〈공직자의 얼음기둥 The Ice Pillars of Government Officers〉 2017 c-print 120x200cm

도덕성과 정직함, 투명성이 요구되는 공직자라는 직업을 나타낸 작품이다. 얼음위로 솟아오르는 출세의 욕구는 위에서 내려오는 고드름과 만나 권력이 된다. 위엄있고 명예로운 학이 얼음 사이에서 아름다운 권력을 바라보기도 한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작가 특유의 창작 과정이다. 오랜 여행을 통해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찾고 서사구조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여러 장의 사진 촬영, 수많은 레이어로 현실보다 더 실감 나는 화면을 완성시킨다. 이미지의 레이어들은 전작보다 더 많아졌다. 시간과 공간을 콜라주 하는 작가의 작업은 시공간의 틀을 초월하는 화면이 되고, 작가가 풀어내는 내러티브는 흥미롭다. 

 

〈IT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 The Water-grass Network of IT Specialists〉2017 c-print 178x297cm

〈IT 전문가의 물풀 네트워크 The Water-grass Network of IT Specialists〉 2017 c-print 178x297cm

포털에서 가상공간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IT 업계 전문직에 대한 풍경으로 네트 접속을 도와주는 등불이 보인다. 물에 뿌리를 박고 자라는 풀들은 물의 흐름과 세기에 따라 쓰러짐의 모양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형태가 없는 물은 가상공간을, 풀의 모양은 현실의 이슈를 뜻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7점의 대형 신작을 선보인다. 직업이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던 작가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언론인, IT 전문가, 교수, 약사, 금융인, 공직자, 연구원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직업을 간접 체험했다. 

 

〈언론인의 바다 The Sea of  Journalists〉 2017 c-print 178x197cm

〈언론인의 바다 The Sea of Journalists〉 2017 c-print 178x197cm

언론인들의 공정한 보도는 이상적인 직업 윤리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언론인의 시각적 포지션에 대한 풍경이다. 격동치는 파도 한 가운데 서서 보도하는 즐거움, 견해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뇌가 동시에 담겨있다.  


 

작가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7개의 직업을 동물과 자연 풍경으로 묘사했다. 그 모습이 예상했던 것처럼 멋지고 평화롭지만은 않다. 그들의 직업에도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고단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 사회를 반영한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직업의 풍경이다. 

 

좌. 〈금융인의 돌산 The Quarries of Financiers〉 2017 c-print 222x178cm
우. 〈약사의 실험나무 The Experimental Trees of Pharmacists〉 2017 c-print 178x142cm

좌. 〈금융인의 돌산 The Quarries of Financiers〉 2017 c-print 222x178cm

보이지 않는 돈의 상대적 가치로 수익을 내는 직업에 대한 작업. 일반인들에겐 쓸모없어 보이는 돌과 흙이지만 금융인들에겐 황금화가 가능한 재화다. 

 

우. 〈약사의 실험나무 The Experimental Trees of Pharmacists〉 2017 c-print 178x142cm

증상에 따라 약을 조합해 병을 낫게 해주는 약사의 풍경. 약의 화학적 구조를 연상시키는 나무와 다양한 열매가 연결돼 한 방울의 약이 된다. 

 

 

거친 파도 사이를 떠다니는 앙상한 나무, 폭풍이 지나간 듯 누워있는 풀들, 눈 덮인 계곡 사이에서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는 다소 쓸쓸하고 기묘해 보인다. 그들의 길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짐작해보면서 작가가 경험한 그들의 직업의 세계를 함께 탐험해 본다. 

 

인간 사회를 반영한 이질적이고 낯선 풍경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고 위안하는 원성원 작가의 전시 ‘타인의 풍경’은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에서 5월 11일부터 6월 25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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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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