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아라리오 서울 | 2017-05-11
직업엔 귀천이 없다고들 하지만 많은 이들이 선호하는 특정 직업은 있다. 그 직업으로 인해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란 기대 때문일 거다. 내가 갖지 못한 ‘전문직’에 대한 선망은 그들의 직업과 삶을 더 궁금하게 하기도 한다. 나와는 다른 그들의 직업, 그래서 그들의 삶은 나의 것과 어떻게 다를까.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어렴풋하게나마 원성원 작가의 전시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원성원 작가는 수 천장의 사진 촬영과 정교한 콜라주 작업으로 비현실적인 상상을 실제처럼 만든다. 이번 개인전 ‘타자의 풍경(The sight of the others)’에서 작가는 전문직에 대한 단상을 보여준다.
작가의 작업 방식은 작가 특유의 창작 과정이다. 오랜 여행을 통해 가장 적합한 이미지를 찾고 서사구조로 재구성하는 과정으로 여러 장의 사진 촬영, 수많은 레이어로 현실보다 더 실감 나는 화면을 완성시킨다. 이미지의 레이어들은 전작보다 더 많아졌다. 시간과 공간을 콜라주 하는 작가의 작업은 시공간의 틀을 초월하는 화면이 되고, 작가가 풀어내는 내러티브는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7점의 대형 신작을 선보인다. 직업이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을 가졌던 작가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언론인, IT 전문가, 교수, 약사, 금융인, 공직자, 연구원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직업을 간접 체험했다.
작가는 사회에서 인정받는 7개의 직업을 동물과 자연 풍경으로 묘사했다. 그 모습이 예상했던 것처럼 멋지고 평화롭지만은 않다. 그들의 직업에도 여느 직업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고단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것은 인간 사회를 반영한 이질적이면서도 낯선 직업의 풍경이다.
거친 파도 사이를 떠다니는 앙상한 나무, 폭풍이 지나간 듯 누워있는 풀들, 눈 덮인 계곡 사이에서 열매를 맺고 있는 나무는 다소 쓸쓸하고 기묘해 보인다. 그들의 길이 그리 녹록지 않음을 짐작해보면서 작가가 경험한 그들의 직업의 세계를 함께 탐험해 본다.
인간 사회를 반영한 이질적이고 낯선 풍경을 통해 우리를 위로하고 위안하는 원성원 작가의 전시 ‘타인의 풍경’은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에서 5월 11일부터 6월 25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자료제공_ 갤러리 아라리오 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