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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 | 리뷰

오늘도 셀피 하셨어요?

2017-05-30

 


 

외출 준비를 하면서 화장이 잘 먹어 한 컷, 지하철에서 들여다본 거울 속 모습이 예뻐서 또 한 컷, 유난히 밝은 햇살 아래에서 한 번 더, 약속 장소가 마음에 들어 인증샷으로 또다시 한 컷. 

 

셀피는 스스로 찍은 이 마음에 드는 사진 한 컷에서 비롯된다.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이 행위는 하나의 문화가 됐다. 

 

2002년 호주의 온라인 포럼에서 처음 등장한 ‘셀피(Selfie)’라는 말은​ ‘스스로’를 뜻하는 ‘self’와 ‘인물사진’을 뜻하는 ‘portrait’의 합성어다. 자기 자신을 촬영하는 행위,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신의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모바일 미디어로 PR 하고자 하는 현대인들의 욕망이 담긴 단어로, 2013년 옥스퍼드 사전의 올해의 단어에 선정되기도 했다.   

 

사비나미술관 ‘#셀피_나를 찍는 사람들’전 입구

사비나미술관 ‘#셀피_나를 찍는 사람들’전 입구


 

자신의 모습을 폰 카메라로 찍는 사람들의 행위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사진을 찍고 기록하고, SNS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타인에게 알리는 것으로 이어지는 이러한 행위는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심리와 욕망을 나타내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 기저가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지금의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시간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는 점이다. 때론 그로 인해 소외되거나 고독함을 느낄지라도. 

 

김가람, 〈#셀스타〉, 아크릴, 거울, 조명, 메이크업 화장품, 가변크기, 2016

김가람, 〈#셀스타〉, 아크릴, 거울, 조명, 메이크업 화장품, 가변크기, 2016


 

인증샷 시대에서 21세기형 현대인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전시가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셀피_나를 찍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전시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웹 세상에 펼쳐진 가상의 세계에서 스스로를 만들어가고 또 고립시키는 현대인의 초상을 재발견하게 하고 1인 미디어 시대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개개인의 욕망이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를 보여준다. 

 

자화상은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일반적으로 자화상은 자신의 내면을 탐색하는 역할을 했지만 현대인들에게 자화상은 좀 다르다. 의도한 대로 자신의 모습을 연출하고 SNS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러한 행위의 배경으로 외모에 대한 자존감, 자기 효능감 확인 등이 가장 많은 답을 차지했고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각박한 현실에서의 도피,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표출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해석되고 있다.

 

‘셀피’라는 제목처럼 이 전시의 핵심은 ‘셀피’, ‘셀카’다. 사진촬영이 허용되는 정도가 아니라 마음껏 셀카를 찍으며 전시를 관람하는 것이 포인트다. ‘셀카 잘 나오는 자리’가 표시돼 있는가 하면 미술작품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어주기도 한다. 

 

좌. 1층 전시장 바닥. 셀카가 잘 나오는 위치가 표시돼 있다.
우. 김가람 작가의 작품 뒷편에 마련돼 있는 에뛰드하우스의 화장품. 메이크업 수정후 셀카를 찍을 수 있게 했다.

좌. 1층 전시장 바닥. 셀카가 잘 나오는 위치가 표시돼 있다. 우. 김가람 작가의 작품 뒤편에 마련돼 있는 에뛰드하우스의 화장품. 메이크업 수정후 셀카를 찍을 수 있게 했다.


 

#포토존이_된_미술관, #미술관에서_인생샷_찍어볼까

이러한 현상에 대해 탐구하기 위해 전시에서는 8팀으로 구성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1층에서는 더욱 아름답거나 재미있어지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김가람 작가는 셀피에 적합한 작품 〈#셀스타〉를 통해 전시장을 셀피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메이크업을 고치고 더 예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작품 뒤쪽에는 에뛰드하우스의 다양한 화장품을 구비해두기도 했다. 별도의 신청을 통해 전시장에서 제공되는 카메라로 셀카를 찍으면 매일 한 명의 셀스타를 선정, 전시장 메인 벽면에 선정된 주인공의 영상을 상영하기도 한다. 

 

신남전기는 촬영된 관람객의 모습을 관람객 스스로가 최첨단 미디어 설치장비를 통해 쉽게 편집, 재미있는 효과를 경험하게 해준다. 한경우 작가는 각 층에 설치된 테이블과 의자를 CCTV를 통해 마치 하나로 이어진 테이블처럼 보이게 한다. 물리적으로 서로 대면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에서 비로소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각 층에 설치된 한경우 작가의 작품, 〈가까운 만남〉, 감시카메라, TV, 가변크기, 2017

각 층에 설치된 한경우 작가의 작품, 〈가까운 만남〉, 감시카메라, TV, 가변크기, 2017


 

#나를_찍는_사람들은_누구, #셀피는_옛날에도_있었다 

2층에서는 다양한 자화상 작품을 통한 작가들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 고상우 작가는 타국에 살면서 느끼는 소외감, 외로움의 감정들을 표현하기 위해 반전효과를 활용했다. 벽에 걸린 작가의 사진을 설치된 모니터로 들여다보면 반전된 색상을 볼 수 있다. 재일교포로서 자아정체성을 탐구해온 김인숙 작가는 독일의 사회과학자 벤야민 라베와 함께 일본의 셀피 현상을 분석했다. 김인숙 작가는 자화상에 대한 인식과 개념에 대한 변화를 보여주기도 한다. 

 

사진작품과 설치 모니터로 반전된 색상을 보여주는 고상우 작가의 작품, 〈내성적인 사람〉과 〈더 나은 사람〉

사진 작품과 설치 모니터로 반전된 색상을 보여주는 고상우 작가의 작품, 〈내성적인 사람〉과 〈더 나은 사람〉

 

김인숙 작가와 벤야민 라베의 프로젝트

김인숙 작가와 벤야민 라베의 프로젝트


2층 전시장. 아말리아 울만의 작품과 올리비아 무스의 작품

2층 전시장. 아말리아 울만의 작품과 올리비아 무스의 작품


 

아르헨티나 출신 작가 아말리아 울만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가상의 인물을 설정, 온라인 퍼포먼스 작업을 펼치는 작가다. 아름다운 모델 지망생으로 화려한 생활을 이어가는 가상인물의 SNS 스토리를 사진 전시와 영상 인터뷰로 보여주는 그는 처음부터 허구임을 드러내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SNS를 통해 자신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거짓과 진실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2층 전시장에 설치된 셀피 아카이브. 각종 설문과 통계, 셀피의 역사, 애니메이션, 영상,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볼 수 있다.

2층 전시장에 설치된 셀피 아카이브. 각종 설문과 통계, 셀피의 역사, 애니메이션, 영상,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볼 수 있다.


 

덴마크 출신의 독립 큐레이터 올리비아 무스가 고전 작품들이 마치 셀카를 찍는 것처럼 연출해서 웹사이트에 올리도록 한 셀피 프로젝트와 각종 설문과 통계, 셀피의 역사, 애니메이션, 영상, 흥미로운 에피소드 등을 통해 적극적인 자기표현 행위가 만들어낸 이 거대한 사회현상에 대한 실체를 한눈에 보여주는 셀피 아카이브도 전시된다. 

 

#왠지_짠한_셀피

지하 전시장에서는 사회 시스템을 은유하는 작품들이 전시된다. 업셋프레스 안지미x이부록 작가는 전쟁터가 된 현대인들의 일상을 말하는 워바타(war+avatar) 스티커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전쟁터(일상)로 나가는 현대인들의 인증샷을 촬영하고 전시장에서 스티커를 가지고 가 일상에서 인증샷을 촬영, 작가에게 회신하는 프로젝트로 이 사진들은 다시 전시장 벽면에 설치된다.   

 


업셋프레스 안지미x이부록의 작품 설치전경

업셋프레스 안지미x이부록의 작품 설치전경


 

강은구 작가는 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노출시키면서 타인을 감시하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개의 똑같은 공간 속에는 서로 다른 방을 비추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고 셔터는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열리고 닫힌다. 시간, 공간, 통제의 의미를 가진 셔터의 물리적 움직임을 통해 미디어의 폭력성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자화상 사진관은 전화예약 후 사진작가 없이 스스로 자신의 사진을 찍는 프로젝트다. 전시장에 마련된 촬영장은 혼자만의 공간이 된다. 그곳에서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오롯이 집중하면서 스스로와 만나는 시간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참여자는 거울 속 나와 만나는 순간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관람자가 셔터를 눌러 사진에 담는 자신의 모습은 어떠한 보정이나 편집 없이 그대로의 모습으로 기록된다. 

 

거울 속 자신과 만나게 되는 자화상 사진관. 자신과의 시간을 갖고 스스로 셔터를 눌러 자신의 사진을 찍게 된다.

거울 속 자신과 만나게 되는 자화상 사진관. 자신과의 시간을 갖고 스스로 셔터를 눌러 자신의 사진을 찍게 된다.


 

그저 순간을 기록하고 예쁜 모습을 담기 위해 했던 셀피가 이번 전시를 통해 조금 새로워질 것 같다. 적어도 매 순간 생각은 하고 싶다, 나는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이번 전시는 특별하게 셀피를 애정하는 사람, 절대 셀카는 찍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전시는 셀피 콘테스트, 포토&키즈 아카데미, 큐레이터의 해설이 있는 미술관 등 다양한 부대행사와 함께 진행된다. #미술관_인증샷 찍고, #인생샷 건지고, #셀피의_모든 것을 즐길 수 있는 전시 ‘#셀피_나를 찍는 사람들’은 8월 4일까지 열린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www.savinamuse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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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최유진 에디터
감성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디자인, 마음을 움직이는 포근한 디자인 이야기를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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