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비통, 샤넬 | 2017-07-10
루이비통과 샤넬을 공짜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단, 실제로 소유하거나 만질 수는 없다. 오롯이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야 하는 그것은 바로! 루이비통과 샤넬에서 마련한 브랜드 전시다. … 지금 당신의 눈에 고인 액체, 눈물 맞다. 왠지 모르게 조금 슬프지만, 전시는 참 좋다. 무료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루이비통’, DDP에서 8월 27일까지
전시는 루이비통의 ‘트렁크’에 집중했다. 총 10개의 주제로 공간이 구성돼 있는데, 시작은 루이비통을 대표하는 앤티크 트렁크다. 현대적 감각으로 디자인된 이 트렁크에는 루이비통의 대표적인 상징들과 시대를 앞서 나갔던 과감한 도전 정신이 유감없이 드러나 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Part 4다.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라는 전시명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이곳은 요트, 자동차, 항공, 기차 등 교통수단에 따른 트렁크의 변화를 보여준다. 핸드 러기지 산업에 혁신을 가져온 스티머 백부터 자동차 안에서 안고 있기 좋은 납작한 모로코 가죽 가방, 비행사와 승객들을 위해 제작된 에어로 트렁크까지 다양한 여행가방을 확인할 수 있다. 게다가 공간을 각 교통수단의 내부 모습으로 연출해, 마치 과거의 어느 순간을 여행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다.
마지막 Part 10은 한국을 주제로 한 공간으로, 프랑스 필하모닉 드 파리 산하 음악박물관에서 가져온 한국 전통 악기가 전시돼 있다. 또한 전 피겨스케이팅선수 김연아의 스케이트 트렁크, 배우 윤여정의 뷰티 케이스도 직접 볼 수 있다.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 디뮤지엄에서 7월 19일까지
전시장이 샤넬 브랜드 자체라고 할 만큼 샤넬의 모든 것이 다 있다. 칼 라거펠트의 오뜨 꾸뛰르 디자인부터 가브리엘 샤넬이 생전에 유일하게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인 1932년 ‘비주 드 디아망’의 리에디션, 전설적인 샤넬 N°5 향수까지, 샤넬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총망라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공간은 샤넬 N°5를 위한 공간으로, 샤넬의 상징이 된 이 향수의 다양한 재료를 엿볼 수 있다. 보틀을 활용해 건축학적으로 설계한 파이프 오르간이 전시돼 있는데, 보틀에는 샤넬 N°5의 필수 원재료인 알데하이스, 일랑일랑, 메이 로즈, 자스민, 샌달우드 등이 들어 있다. ‘노하우’라는 이름의 감각 전시실(Sensory Room)도 인상적이었다. 의상에 직접 사용되는 원단을 또 하나의 설치 작품으로 변모시켜 관람객이 직접 만지고 느낄 수 있다. 샤넬의 장인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실루엣 영상도 숨어 있다.
물론 전시의 백미는 오뜨 꾸뛰르 전시실이다. 칼 라거펠트가 직접 디자인한 오뜨 꾸뛰르 드레스를 비롯해, 샤넬 하우스의 대표적인 뮤즈들, 이를 테면 크리스틴 스튜어트, 릴리-로즈 뎁 같은 여배우와 모델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래서 결론은? '전시 총평'
1. 두 전시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는데, 무료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뛰어나다.
2.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는 공식 웹사이트,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은 동명의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전에 신청해야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예약을 해도 관람객이 워낙 많아 입구에서 얼마간의 대기는 필요하다.
3. 일단 입장을 하면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는 비교적 수월하게 정해진 동선을 따라 관람하면 된다. 하지만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은 전시장 내에서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대표적인 것이 샤넬 N°5 공간. 역시 일정 시간의 대기 끝에 악간 명씩 입장할 수 있다.
4. 두 곳의 전시장 모두 곳곳이 포토 스팟이다. 그중 한 곳씩만 추천하자면,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는 Part 4의 비행기와 하늘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고,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은 출렁이는 패브릭이 길게 늘어진 감각 전시실이다.
5. ‘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는 주제가 뚜렷하고 전시 구성과 동선이 간결해서 감상은 쉬웠지만 무릎을 탁 칠 만큼 신기한 건 없었다. 반면, ‘마드모아젤 프리베 서울’은 처음부터 끝까지 화려하고 스타일리시해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가 없었지만, 전시장을 나오니 기억나는 게 없었다.
에디터_ 추은희(ehchu@jungle.co.kr)
사진제공_ 루이비통, 샤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