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노는 걸 보면 신기하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갖고있든, 공간까지도 재료로 삼아 놀이감을 만든다. 정원에서 아이들은 어떤 놀이를 할까. 아이들에게 정원은 어떤 놀이터가 될까. 흙과 식물로 무궁무진한 놀거리를 만들겠지. 

가든 디자이너와 현대미술 작가들이 만드는 ‘노는 풍경’이 블루메미술관에서 펼쳐진다. 미술관 정원에서 놀이를 위한 다양한 풍경이 만들어지는 거다. 아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를 위한, 아니 어떻게 놀아야 할지를 잊어버린 어른들을 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블루메미술관에서 개관 5주년을 맞이해 마련한 두 번째 전시 ‘정원, 놀이’ 포스터

블루메미술관은 개관 5주년을 맞이해 정원 시리즈 전시를 기획했다. 1부가 ‘정원사의 시간’이었고, 그에 이은 이번 전시 ‘정원, 놀이’가 2부다. 첫번째 전시에서 담장이 쳐진 공간, 정원이 주는 느린 시간성과 사유에 대해 물었던 블루메미술관이 이번 전시에서는 ‘정원에서 인간은 왜 자유로움을 느끼고 즐거워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답은 ‘놀이’라는 키워드에 있고 이번 전시는 노는 풍경을 만들어간다. 

김도희, 지지대나무, 2016, 고탄성 칼라 밴드, 타프, 가변설치

유한한 테두리가 존재하지만 무한한 자연이 담긴 정원에서는 눈과 손에 닿는 모든 것이 열린 재료가 된다. 어린시절 소꿉놀이처럼 흙과 식물로 식탁을 꾸미고 공간과 하나되어 즐기는 숨바꼭질은 우리의 오감을 자극하고 새로운 놀이가 되어 정해진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리즈닝미디어, 정원여행-물,흙,바람,빛, 2017, 기차모형, 혼합매체, 프로젝션 영상, 가변설치

슬로우파마씨, Plant Specimen, 2017, 식물, 특수용액, 가변설치

현대미술작가들과 가든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구성된 전시는 정원에 숨겨진 크고 작은 놀이와 이야기들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한다. 

100살이넘은 미술관의 큰나무를 놀이 대상으로 만든 김도희 작가의 색밴드 놀이터, 전시장에 그네를 설치한 윤가림 작가, 손 안의 기차를 타고 개미의 관점으로 땅 안팎을 넘나드는 리즈닝미디어의 작은 정원여행은 숨겨진 공간을 드러내며 노는 재미를 선사한다.

박지숙, 산책, 2013, 혼합매체, 프랑스 파리식물원 설치

오경아·임종기, 꽃피는 고래-Playscape: 정원에서 놀자!, 2017, THP 파이프, 방부목, 평철, 가변설치

가든 디자이너 슬로우파마씨는 전시장을 과학실로, 관객을 실험자가 되게 하여 식물탐구놀이를 하게 하고,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와 임종기 작가는 실제 정원시공에 사용되는 산업자재인 배수관을 이용하여 토끼굴 놀이터를 만들고 우수관을 활용한 물주기 놀이를 통해 쓸모있는 것과 없는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놀이의 본질을 경험하게 한다. 또, 전시장의 계단을 이용해 관객의 걸음을 붙잡는 노해율 작가의 느리고 불편한 조각과, 관객 참여로 완성되는 박지숙 작가의 비밀의 정원은 아이들의 몸을 움직여 노는 풍경을 만든다. 

이 전시는 정원에서의 놀이를 통해 잊혀진 우리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회복’을 권유하는 것은 자연을 재료로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아이들의 순수함처럼 그것이 우리의 삶에서 무엇이든 창조해낼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정원에서의 놀이는 9월 3일까지 이어진다.   

에디터_ 최유진(yjchoi@jungle.co.kr)

사진제공_ 블루메미술관(www.bmo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