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8-29
공간사옥은 그 존재만으로 우리나라 현대건축사의 살아있는 기록이고 역사였다. 건물입구는 사람의 신장을 기준으로 한, 휴먼스케일 기법으로 다소 폐쇄적인 느낌을 주지만, 안에 들어서면 크기가 다른 공간이 중첩되어 나타나는 한국현대건축사에 획을 긋는 독창적인 건축물이다. 이러한 공간사옥의 묵직한 존재감을 다시 잇는, 새로운 활용을 모색한 공간이 들어선다.
누구든 건축물 안에 들어와 관람 가능한 뮤지엄으로 개관하는 이곳은 내달 1일 일반인에게 공개된다. 이로써 공간사옥은 이제 옛 자취 그대로 현대 미술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뮤지엄으로의 발돋움을 보여줄 예정이다.
에디터 ㅣ 김미주 (mjkim@jungle.co.kr)
공간사옥이 새로운 기능을 가지고 뮤지엄으로 신고식을 치른다. 국내외에 갤러리를 운영하며,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컬렉션 규모에 있어 우위를 다져왔던 아라리오가 공간사옥을 인수해 잠정적 휴지기에 들어간 공간의 기능을 뮤지엄으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한국의 찰스 사치로 불리며, 국제적 컬렉터로 이름을 알려온, 아라리오 대표 김창일은 지난 35년간 개별적으로 컬렉팅 해온 현대미술작품들 중 뮤지엄의 성격에 맞는 작품들을 선별, 새로운 전시공간을 구성했다.
아라리오뮤지엄의 타이틀에 앞서 공간사옥은 그동안 건축가 김수근이 직접 자신이 사용할 사무용 개인공간을 디자인한, 상당히 공을 많이 들인 건축물로 유명하다. 검은 벽돌로 이루어진 독특한 건축물의 외관은 건립 당시, 인근 고궁과 한옥들과의 배치를 고려해 기왓장 느낌을 내기 위한 자재(전돌)을 사용해 마감했고,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현재까지 건축물 외벽에 살아있는 담쟁이 덩굴을 당시에 심어 공간사옥만의 오라를 만들어 냈다. 좁은 나선형 계단의 내부구조와 좁은 창문으로 미로처럼 미루어진 공간사옥의 내부는 외관에서 쉽사리 발견할 수 없는 정서들을 내부로 들이고 위치를 옮겨갈 수록 새로운 시선들을 건물 안쪽에서 발견할 수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건축물 중 하나였다. 이러한 건축사무소의 기능을 하던 공간이 뮤지엄으로 오픈하면서 세운 목표는 역사적 가치를 ‘그대로 보존’한 채, 뮤지엄으로 거듭나겠다는 것과 ‘공간 하나에 한 작가’의 작업을 선보이겠다는 의지였다. 이처럼 아라리오가 인수한 공간사옥에는 원칙적으로 ‘공간, 사람, 작품’ 세 가지 요소를 그대로 드러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아라리오 컬렉션을 공간사옥 내부로 들여왔다. 때문에 기존에 설치됐던 일부 시설물들과 천장의 구조들을 변경하지 않은 채 동선 이동 시 안전성을 위한 보수작업을 거쳤고, 따라서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설치 작품에 한계를 보였지만, 전체작가의 작품과의 관계성에 집중하며, 초반 설립 목표를 고수할 예정이다.
아라리오뮤지엄으로 처음 기획된 개관전 ‘리얼리(Really?)’는 그동안 김창일 대표가 컬렉팅한 작품들을 직접 선별해 전체 43명의 작가의 100여점에 이르는 작품들로 구성됐다. 국내 현대미술 시장과 해외 미술시장의 빠른 흐름을 반영한 듯, 컬렉션들은 하나의 내러티브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 채 산발적인 모양새를 보이지만, 특정한 시기와 국가, 장르의 카테고리로 묶지 않은 호쾌함과 다양함을 보여준다. 지하층을 시작으로 지상 5층으로 이어지는 전체 공간이 작품의 전시관으로 공개되며 공간사옥의 삼각 나선 계단을 따라 오르며 현대미술시장에서 뜨거운 이슈의 반열에 오른 현대작가들의 작품들을 직접 눈으로 감상하는 기회를 전달할 예정이다.
일반적인 전시공간이 아닌 역사적 가치를 내포한 건축물에서의 새로운 체험이 단발적 사건이 아닌, 공간사옥이 가진 역사성의 무게가 어떻게 더 나은 전시공간으로 조화를 이뤄나갈지 기대를 가지고 조금 더 지켜 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