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리포베츠키 | 2018-01-02
2018년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 한해 우리는 어떠한 큰 시류에 편승하게 될까? 이에 대한 물음에 답한 신간이 있으니 <가벼움의 시대>(문예출판사)가 그것이다. ‘우리 시대를 지배하는 가벼운 것의 문명’이란 부제처럼 이 책은 건축, 디자인, 예술과 과학, 삶의 형태, 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스민 가벼움을 조망한다.
단지 거대한 미니멀리즘의 찬양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 철학자인 저자, 질 리포베츠키는 주장한다. ‘우리 시대의 위험은 변덕스러운 가벼움이 아니라 가벼움의 비대함에 있다고. 즉 가벼움이 삶에 침투하여 삶의 다른 본질적 차원(성찰, 창조, 윤리와 정치적 책임)을 억누르는 방식이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가볍게 사는 것의 어려움을 그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는 지금. 책을 통해 삶을 에워 싼 전 영역에서 가벼움의 논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나아가 시대를 이해하고 지향점을 찾고자 하는 디자이너라면 눈여겨 볼 만한 신간 중 하나다.
#탐미적이고, 서정적인
하이퍼모던한 가벼움은 더 이상 스타일의 간결함과 균형의 동의어가 아니다. 즉 이 가벼움은 대담하고, 비선형적이고, 시적이고, 시각적, 공간적, 촉각적 감각을 중시하는 형태들 속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중략) 즉 합리주의적 형식주의적인 가벼움의 시대에서 표현력이 풍부하고, 탐미적이고, 서정적인 가벼움의 시대로 넘어가는 것이다.
#현대의 미니멀리즘: 삶을 가볍게 하고픈 기대
수년 전부터 미니멀하고, 간결하고, 절제하는 장식이 유행하고 있다. 가구에 거의 끼워 넣지 않는 부품들, 텅 빈 흰색 공간, 직선으로 이루어진 물체들, 부드러운 자연색, 일본풍의 분위기, 선과 더불어 간결한 장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절제와 진실성, 때로는 수도원처럼 간결한 세련됨의 시대다. (중략) 휴식을 주는 미니멀 장식은 ‘일정이 너무 빠듯한’ 현대 개인주의의 해독과 단절의 욕망에 부응한다. 비록 미니멀 장식이 새로운 세련미를 부여하기는 하지만, 그것은 평온함과 내적 평화, 삶을 가볍게 하고픈 기대를 표현한다.
#책임있는 디자인
가벼움이란 곧 구식화를 멀리하면서 본질적인 것을 향해 가는 것이다. 이것은 디자이너의 영원한 도전 가운데 하나다.“가장 중요한 것은 똑같은 안락함을 얻기 위해 재료를 덜 사용하는 것(벤저민 휴버트)이다.”
이 모든 디자이너들에게 가벼움이란 이미지와 ‘장식’, 시각적인 것에 도움이 되는 가치라기보다는 보편적인 윤리적 명령이며, 환경을 존중하면서 생산물을 구상하고 만드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시대에 가벼움의 미학과 윤리를, 우아함과 생태에 대한 책임을, 지구의 현재와 미래를, 유동적인 스타일과 “삶을 위한 디자인”을 결합하는 프로젝트다.
에디터_ 김민경(mkkim@jungle.co.kr)
사진제공_ 문예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