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5-04
모이거나 흩어지며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는 동시대 젊은 미술인들의 신생 공간을 소개한다. 미술이라는 틀 안에서 함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최근 생겨난 의미있는 공간들을 모았다.
착한 가격으로 작품을 구매하다
취미가
작품을 구입한다는 것, 고상하고 어렵기만 한 일일까? 취미가에서는 자유롭게 예술과 만나고 또 원하면 작품도 구입할 수 있다.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문이 활짝 열려 있는 이곳은 누구나 와서 드로잉, 회화, 사진, 조각 가릴 것 없이 작품을 보고 원하는 것을 취향에 맞게 구매할 수 있다. 만 원대부터 몇 십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이다. 현재 40여 명 작가의 피규어, 뱃지, 일러스트, 포스터 등 개성이 강한 작품들을 진열해놓고 있다. 취미가는 작품 판매 공간인 1층과, 전시 및 공연이 열리는 2층으로 구성된다. 올해 말에는 일 년마다 개최되는 취미가의 대표적인 프로그램 <취미관>이 열린다. 유리관 진열장에 놓인 작품을 한 칸씩 구경하는 쏠쏠한 재미와 더불어 착한 가격에 작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다. 미술을 좋아하지만 구매에 대해 막막했던 사람들에게 각자의 취향을 알 수 있도록 작품을 보여주고, 보다 쉽게 작품을 소장하고 즐길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취미가의 권순우 대표는 “어떤 작품이 나와 맞는지 자유롭게 고민해볼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한다.
문의 tastehouse.info@gmail.com 위치 서울시 마포구 동교로 17길 96 101호
따로 또 같이, 신진 미술인 응원 공간
위켄드, 2/W
신진 기획자나 작가의 활동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공간이다. 특히 첫 전시를 여는 젊은 작가나 신진 기획자들에게 새롭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한 건물 안에 쌍둥이처럼 붙어 있는 위켄드와 2/W는 주로 8,90년대생 젊은 미술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위켄드의 운영과 전시 기획을 맡은 김연우, 박혜린 역시 신진 기획자다. 작년에 활동했던 기획자 제니조, 최정윤에 이어서 역량이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 8명을 함께 선정해서 순차적으로 개인전을 열어 소개한다. 그런가 하면 2/W는 그때그때 새로운 기획자를 초청해 기획 그룹전을 선보인다. 위켄드는 매해, 2/W는 매번 공간을 운영하고 전시를 기획하는 운영진이 바뀌는 독특한 방식이다. 각각 전시를 진행하면서도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할 가능성을 늘 열어두고 있다. 공간에 참여하고자 하는 기획자나 작가들은 언제든지 문을 두드리면 된다. 5월에는 떠오르는 공상을 먹으로 그리는 한상아의 개인전(위켄드)과, 추상 회화에 대해 탐구하는 <로비 머디 카펫>(2/W)이 열린다.
문의 weekend.823.2@gmail.com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경인로 823-2
미술인들이 만드는 새로운 네트워크
SPACE55
예술가, 기획자, 컬렉터, 미술애호가 등 미술 관련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함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는 곳, 바로 SPACE55다. 이곳을 기반으로 모인 ‘이미단체(Already Organization)’에서 기획자와 비평가는 전시 기획을 맡고, 작가는 개인전을 연다. 또한 컬렉터는 합리적인 가격으로 작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할인 혜택을 받는다. 이미단체는 소정의 회비를 내면 가입할 수 있다. 현재 40여 명의 미술인이 참여하고 있으며, 지하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와 함께 아티스트 토크, 세미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최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토탈미술관과의 콜라보레이션 같은 새로운 시도도 한다. 토탈미술관은 독립공간과의 교류를 통해 네트워크를 이루기 위해 뜻을 같이했다. “신생공간과 미술관의 협업은 이제껏 흔히 찾아볼 수 없었던 조합”이라는 안종현 대표의 말대로 앞으로의 행보를 주목해볼 만하다. 5월에는 토탈미술관과 SPACE55에서는 대만 작가들이 참여한 <현실비경> 그룹전이 두 공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문의 instant.org55@gmail.com 위치 서울시 은평구 증산로 19길 9-3
전시를 원하면 누구나 신청 가능한 이색 공간
공간 황금향
황금향은 전시를 하고자 하는 모든 작가들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다. 완성작에 주목하기보다 새로운 작업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과정작, 혹은 발전 가능성을 찾는 실험작을 전시하는 점이 이색적이다. 습작이나 B컷 작품의 공개 등 색다른 전시를 희망하는 작가들에게 딱 맞는 공간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에 대해서 관람자들과 함께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는다. 전시를 열기까지의 과정도 독특하다. 별도의 공모나 큐레이팅 없이 전시 의사가 있는 작가가 전화나 메일로 신청하여 일정을 잡고, 그렇게 사전에 예약된 대로 순차적으로 전시가 열린다. 참여하는 작가는 전시 기획부터 세미나 프로그램까지 직접 진행할 수 있다. 가옥을 개조해 만든 황금향은 지하 전시공간과 1층 세미나 공간, 그리고 운영 작가 오제성의 개인 작업실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실이라는 공간의 특성 탓인지 내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작가들의 문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진철규 작가의 사진 및 영상 전시에 이어, 5월에는 김보경 작가의 회화, 조각, 설치를 아우르는 전시가 열린다.
문의 verygoldeye@gmail.com 위치 서울시 은평구 갈현로 41길 50-31
에디터_ 박윤채
디자인_ 전종균